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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북한의 유일한 자동차 생산·판매업체인 평화자동차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내 자동차 판매량은 560여대로 전년의 310대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2월 처음 자동차를 생산한 이후 130대에 그쳤던 북한 자동차 판매는 매년 2배가량씩 급증하는 추세다.
평화차는 사업 초기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시에나’를 모델로 한 ‘휘파람’과 소형 지프차량 ‘도블러’를 그대로 옮긴 ‘뻐꾸기’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중국 서광자동차와 합작으로 SUV인 ‘뻐꾸기Ⅱ’와 ‘뻐꾸기Ⅲ’를 선보였다. 이들 2개 차종이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70%를 차지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뻐꾸기Ⅱ’는 전통 SUV에 가깝고, ‘뻐꾸기Ⅲ’는 무쏘 SUV와 비슷하다. 평화차 관계자는 “북한은 대부분 산악 지형을 달려야 하고 도로 포장 여건도 극히 열악하기 때문에 SUV를 중점 공략한 게 주효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의 2배에 해당하는 1,000대를 팔아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는 대당 1만1천~1만3천달러로 북한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이들 SUV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최근 북한의 ‘빈부격차 심화’ 현상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최근 북한에도 대외무역을 통해 큰 재산을 축적한 신흥갑부들이 급증한 데다 여행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이카 붐이 불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빈부격차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국을 통한 중고차 수입이 크게 늘면서 중고차수입상이 큰돈을 벌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2003년 말 기준 북한의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24만대(화물·버스 포함) 수준으로 승용차의 대부분은 수입 중고차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화차는 또 북한 현지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늘자 연내 평양시내 1~2곳에 부품 판매와 간단한 차량정비를 할 수 있는 경정비 업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지금은 차에 문제가 생기면 남포공장으로 차를 끌고와야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하다.
평화차는 북한 조선민흥총회사(30% 지분)와 합작으로 6천만달러를 들여 남포에 연간 1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을 설립·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