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즉흥환상곡이 흐르는 공연장. 여느 공연장과 다름없이 객석은 고요한 긴장감이 흐른다. 무대 위의 피아니스트는 키가 작은 여성이다. 피아노 위를 거침없이 움직이는 손가락은 네 개뿐. 하지만 이 여성의 손가락은 건반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이 손가락의 주인공은 이희아씨(20).
2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2부작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는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와 어머니 우갑선 씨(50)의 일상을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카메라에 담았다.
방송에 따르면 피아노를 치는 시간 외엔 희아씨는 컴퓨터를 하거나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여느 고등학생과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집 근처에 있는 장애인 복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일반 학교에 진학하려 했지만 여러 가지 조건에 부딪혀 포기하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희아씨 또한 일부 학습 장애가 있어 정상적인 학교를 다니기가 어려웠던 것.
다만 피아노만큼은 희아씨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 하지만 희아씨가 지금의 실력이 갖추기까지 두 모녀는 힘든 세월을 버텨냈다.
어머니 갑선 씨는 처음 임신을 했을 때 딸의 몸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주변에선 유산을 권유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혼 7년 만에 얻은 소중한 딸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의사마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주변에선 희아 씨를 캐나다로 입양시키려 했었다. 갑선씨는 희아 씨를 안고 병원을 몰래 빠져 나왔다. 갑선씨는 딸의 두 손이 “튤립처럼 예뻐 보였다”고 말했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둘도 없는 딸이었다.
딸은 자라면서 남다른 끼를 보였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등 못하는 것이 없었다. 자신의 장애 또한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친구들이 `괴물`이라고 놀리면 `그래 나 괴물이다`라며 오히려 장난을 쳤다는 희아씨. 밝고 유쾌한 성격의 희아씨는 피아노를 만나면서 다시 태어났다.
갑선 씨는 손가락에 힘이라도 키우게 하기 위해 딸을 피아노 학원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가는 학원마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6개월을 헤맨 끝에 겨우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취미 삼아 보냈던 학원이지만 딸의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의 손이 문제가 아니었다. 장애를 극복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부터 갑선 씨는 딸에게 힘든 길을 걷게 했다. 가혹하리만치 피아노 연습을 시켰다. 달래고 어르면서 때론 매질도 했다. 그때 마다 딸은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키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