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노 이름의 도시 ‘로스엔젤레스’에서 라티노계가 시장에 당선됐다. 지난 1872년 당시 크리스토발 아길레라는 멕시코인이 시장 임기를 마친 후 133여년 만에 라티노계가 미국 제2의 도시에서 최고 수장이 된 것이다. 이번에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현직 시의원은 제임스 한 현직 시장과 지난 17일 열린 결선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물리쳐 4년 전의 패배를 설욕했다.
이번 결선투표에 참가한 유권자 10명 중 7명은 “LA 시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야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선거에서 승리한 비야라이고사 역시 선거 공약으로 “LA를 변화시키겠다”고 천명했다. 그가 승리한 배경은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라틴계는 물론이지만 백인과 흑인 그리고 아시안인들로부터 경쟁자인 제임스 한 보다 월등한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한인 커뮤니티는 분명한 사실을 배워야 한다. 다인종 사회에서 ‘시대의 흐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 식에서 탈피해 다인종사회와 연계해서 함께 살아 나가야 우리 한인들도 미 주류사회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비야라이고사 당선자가 라틴계이기에 한인과 라틴계 사이의 갈등에서 라틴계에 치우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지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은 이런 우려를 지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출구조사에서 ‘비야라이고사 후보가 라티노에게 치우칠 것인가’라는 물음에 42%가 대답했으나, ‘평등하게 대할 것으로 본다’가 58%로 과반수를 나타냈다.우리 한인들이 정정당당하게 나간다면 비야라이고사 새 시장은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라티노계가 과반수 인구를 차지하는 환경에서 시장이 라티노계가 당선됨으로써 앞으로 라티노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인상가 내에 하류층에서 종사하는 라티노들에 대해서 한인 상인들은 지금보다 노사문제에 더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모든 문제도 어차피 우리 커뮤니티가 겪어야 하는 과제다. 노사문제에는 사회정의 기반 위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라티노 종업원에 대한 법적인 대우는 물론 라티노 고객에 대한 관리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2의 4.29를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에 승리한 비야라이고사 당선자는 그의 능력에 따라 4년 후 재선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8년의 임기동안 라티노들의 정치력 신장과 함께 LA 시 전반에 걸처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한인사회는 라티노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들과 함께 상생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국 50개 주에서 캘리포니아 주 여러 카운티는 다른 어느 주보다도 라틴계가 인구면에서도 과반수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과 우리가 상생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아메리칸 드림’ 성취도 이루기 힘들다.
연 훈<본보 발행인> hy@sundayjournalus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