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일보 미주 본사는 남가주 지역에 5개의 보급소를 관장하고 있다. LA 코리아타운을 비롯해 밸리, 동부, 세리토스, 그리고 이번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오렌지카운티(이하 OC) 등이다. 이 중 일부 보급소는 가판대까지 관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문을 우편배달이나 가판대로 보급했으나 10여년 전부터 직접배달 시스템이 시작되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쟁지인 중앙일보 측도 직접배달 시스템을 강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양대 일간지들의 직접배달 시스템은 독자들에게도 인기였다. 이는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신문을 빨리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일간지 시장은 직접배달이 신문구독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LA 지역 전체 신문 구독자의 70% 정도가 보급소의 직접배달에 의한 시스템으로 신문을 받아 보고 있는 현실이며, 가판대 판매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처음 가판대 판매가 시작됐을 때 한국일보가 다소 앞서는 수준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경쟁지인 중앙일보가 지난 수년 전부터 가판대와 보급망을 확장한 결과 현재는 많이 따라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중앙일보가 OC 지역에서 구독자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여간 이렇듯 ‘직접배달’과 ‘가판대 판매’는 신문 구독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수입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예로 가판대 수입은 일간지 당 매월 20여만 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가판대 수금은 일례로 양사 모두 일급비밀로 다루고 있는 사항이라는 후문.
한국일보는 그간 이러한 5개의 보급소를 운영하면서 당초 본사 업무부에서 이를 관장했다. 그러나 본사에서 보급소를 운영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자동차 사고라도 발생할 시 피해자들이 배달원 뿐만 아니라 한국일보 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벌일 경우 큰 피해를 당할 위험이 있어 법적으로 별개의 회사를 만들게 되었던 것. 따라서 이번 살인사건이 발생한 OC의 경우 ‘오렌지 딜리버리 서비스’라는 개인회사를 만들어 그 책임자로 이번에 사건을 저지른 최석주(54) 씨를 선정했던 것이다. 최 씨는 육군 중사 출신으로 미국에 와서 한국일보에 직원으로 있으면서 경영진 눈에 들 정도로 열심히 일해 10년 전 OC지국 보급소를 설치할 때부터 보급소장을 맡아온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일보 보급소장은 장기근속 직원 중에서 선정되어 왔다. 권고 퇴직 당하는 장기근속 고위직 직원 중에서 신임을 받았던 직원에게 생활 방도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됐다. 그러나 보급소장은 책임은 많고 실익은 별로 없어 일부 보급소장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무슨 문제가 발생해도 본사와는 전혀 연관지울 수 없게 약정이 되어 있어 보급소장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만약 배달원이 병이나 기타 사정으로 결근을 하게 되면 보급소장이 대신 하거나 아니면 배달원들이 나눠서 배달하게 된다. 이런 날이면 신문 배달이 자연 늦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될 경우 독자들의 불평이 따르게 되고 보급소장은 한국일보 측으로부터 질책을 받게 된다.
현재 일간지 보급소 중에서 세리토스 지역이 가장 알짜배기 보급소로 알려지고 있다. 왜냐하면 배포 범위가 좁은 반면 배포 가정 수나 업체 수가 상대적으로 다른 보급소 지역보다 많기 때문이다. 또한 밸리 지역처럼 언덕이나 떨어진 지역이 아니라 평지이기에 배달원들이 선호하고 있다. 배달 가구수가 밀집되어 있지 않을 경우 자동차 개스비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도로 개스비를 주지 않기 때문에 배포 지역이 넓은 곳은 자동차 소모비도 많아지게 된다. 한 배달원은 “신문배달 1년 만에 새 자동차가 ‘똥차’가 됐다”고 불평했다.
한편 한국일보 서울본사(회장 장재구)는 이번 오렌지 보급소장 살인사건에 대해 일체 관여치 않고 미주 본사에 일임한 채로 있다. 현재 서울 본사 자체도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어 미주에서의 일에 전혀 이러쿵 저러쿵 관여할 수 없는 형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