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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재미있게(?) 기억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두발검사였다. 고1,2 학년 때는 상급생이 무서웠고, 교문에 들어서면 우람한 체격의 규율부 학생이 조사하고 있어 머리를 단정하게 깎고 다닐 수 밖에 없었다.
3학년이 되고 나서는 과거 선배들처럼 머리를 2부정도 크게 올리고 교모는 가방구석에 짓눌러 놓고 다녔던 모습이 왜 그처럼 멋있게 보였는지… 3학년 생들의 두발단속은 교문에 서 있는 규율 부원이 아니라 수업시간 그것도 중간고사나 기말시험 중간에 학생담당 선생님들이 짝을 지어 교실에 들어와 무작정 한 움큼씩 앞뒤좌우로 자르고 가는 숙명의 단판이다. 발자국 소리가 복도를 진동하면 분명 가위 팀들이 오고 있다는 징조다. 깎기느냐, 마느냐 절대절명의 기로에서 우리 몇몇은 재빨리 시험을 끝내고 창문위로 넘어가는 곡예를 하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머리를 기르겠다는 생각은 영웅 심리에서가 아니라 또는 인권침해를 막아보겠다는 원대한 뜻도 아니었다. 그 우직성은 그 당시 우리로선 최고로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그 자체였기에 해학과 웃음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40년이 훨씬 지난 요즈음에 한국에선 다시 두발단속 또는 일기장 검사가 새삼스럽게 교육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유신시대의 장발단속과 일제시대의 단발령을 연상케 되어 몹시 마음이 허전하다. 인권위에서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하여 제동을 걸고 있고 교육계는 교육을 위해, 학생생활지도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머리가 길면 교육이 안되고 생활지도가 안 된다는 말인가?
일기장 검사를 해야만 도덕과 인성교육이 된다는 말인가? 인권위는 논의할 일이 없어 초등학생들의 일기장까지 들먹이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인지… 교육계의 수장들은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학생들에게 그처럼 깨끗한 용모와 단정한 모습을 강요한단 말인가?
언제부터인가 교복 자율화가 시작되더니 다시 교복 입기를 권장하고 있다. 교복과 교육이 그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서 일까? 유니폼(Uniform)이라는 것은 규제와 통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 머리를 기르고 깎고는 한 개인의 순수한 생각에서 비롯되어졌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한 개인의 감성과 자유와 권한을 억눌러 놓고 교육을 위해서라고 항변하고 있는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떠한 교육을 받은 자들인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차이는 단지 시간의 차이다. 한국은 너무나 큰 획을 긋고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보는 것이 안타깝다. 365일이 지나면 그처럼 무모한 굴레를 벗어나 180도 바뀐 세계에 도달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한국 중등교육은 도깨비 교육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동자 선생님들이여! 그냥 놔 두시게~ 위대한 선생이 당신들 몫까지 감당할 것일세. 자연과 시간이 모두 그들의 선생이 되어줄 걸세. 그대들은 교육을 말하지 말고, 그냥 가르치는 임무에만 충실하기 바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