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투수로는 전인미답의 메이저리그(ML) 100승 달성의 신기원을 이룬 ‘코리안 특급’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가 여세를 몰아 새로운 목표를 향한 중단없는 행진을 계속한다. 박찬호의 다음 타깃은 LA 다저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노모 히데오(37.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갖고 있는 ML 동양인 투수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는 것. 일본과 미국프로야구를 합쳐 ‘꿈의 200승’ 고지 정복에 단 1승만을 남겨둔 노모의 지난 95년 미국 진출 후 성적은 개인통산 121승(106패). 올 시즌 6승과 함께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이루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찬호가 노모를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노모는 박찬호보다 1년 늦은 지난 95년 다저스에 입단, 데뷔 첫 해 13승을 올려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으나 98년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된 뒤 밀워키 브루어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전전하는 떠돌이 생활을 하다 2002년 친정팀 다저스에 복귀, 2년 연속 16승을 올리며 부활했고 올해 탬파베이에 새 둥지를 튼 ‘풍운아’. 일.미 통산 200승 대기록을 눈앞에 둔 노모는 그러나 30대 후반의 나이로 체력과 스피드가 많이 떨어져 올 시즌에는 11경기에서 3승5패(방어율 6.52)로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11경기에서 파죽의 5연승 행진으로 6승1패(방어율 5.09)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박찬호가 호조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내년 시즌 후반기 노모를 따라잡고 아시아출신 투수 최다승의 영예를 안을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마저 품게 한다. |
박찬호가 남은 30여 차례의 선발등판에서 반타작만 하더라도 지난 2000년 자신의 한시즌 최다승기록(18승)을 넘어 20승 안팎을 거둘 수 있기 때문. 물론 다저스 시절 박찬호 특유의 다이내믹한 투구폼과 158㎞의 광속구 등 강속구 투수 이미지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새로 개발한 투심패스트볼 등 변화구가 안정된 컨트롤이 더해지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한 볼 배합은 박찬호의 롱런 가능성을 높인다. 불혹을 넘긴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43.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빅유닛’ 랜디 존슨(42.뉴욕 양키스) 정도는 아니어도 철저한 체력 관리로 커트 실링(39.보스턴 레드삭스)처럼 30대 후반까지 잘 던진다면 노모를 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시즌 후 5년간 6천50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린 텍사스에서 이적 첫해(2002년) 9승에 이어 허리 부상에 시달린 2003년 1승과 지난해 4승 등 부진했던 게 아쉬운 대목. 3년간의 부상.부진 탓에 기록 행진은 더뎌 졌지만 박찬호 자신이 노모를 넘어 150승 고지를 밟는 것은 물론이고 길게는 다저스 시절 자신이 털어놨던 ‘통산 200승’ 달성도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 지난 96년 4월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ML 데뷔 첫 승을 올린 뒤 9년 만에 100승 고지를 밟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한국인 투수로 어떻게 새 역사를 써갈 지 주목된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