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한국에서 대중교통 수단이 열악하여 자동차가 아니라 웬만한 곳이면 자전거나 그냥 걸어서 학교나 일터에 다녔던 시기다. 워낙 도로 사정이 나빠서인지 비가 오기만하면 진흙탕이 되어 구두나 신발은 신고 다닐 없는 악조건시절에 이런 유행어가 있다. ‘마누라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장화(신발) 없이는 살수 없다.’ 요즈음 세대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사장된 유행어가 되었지만 정말이지 재연하고 싶지 않은 어려웠던 생활 모습이다.
이곳 미국에선 50년대 한국에서처럼 시사되는 것이 바로 주말(weekend) 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 ‘돈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주말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25년을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느끼는 주말의 의미는 실로 대단하다.
미국인들의 주말 애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민 사회를 꾸려가고 있는 우리 한인 공동체의 모습에서 주말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위용은 가히 놀랄만하다는 것이다. 생활의 풍족함이 주말 여행을 하는데 한 몫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습관에서 발견된다.
이민 초창기의 주말이란 거의 밀린 빨래를 한다거나 shopping 아니면 가끔씩 친구를 초대해 음식대접이 전부였다. 좀 발전된 것이 가까운 Park에 삼삼오오 모여 BBQ party를 하면서 쌓인 회포를 푸는 정도라 할까? 유학생은 유학생들끼리 차로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지친 심신을 다시 추스리는 뜻으로 주말여행이 시작 되었고, 주민들은 동호인들끼리 Golfing이나 Fishing 또는 등산으로 이민자들의 애환을 서로 공유 할 있고 한 주간 싸인 stress를 풀 수 있는 바로 그 공간이 주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새로운 이민자들은 Old-timer가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술상 대접(?)이나 말 벗으로 정보를 얻곤 하여 또한 유익한 주말을 애용했던 것으로도 보인다.
주말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단지 쉼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애용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주말의 매력을 말하는 것일까? ‘모든 것을 주고라도 소유하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이상으로 함께하고 싶은 것’, ‘밀린 숙제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라, 약 없이는 한시도 살아 갈 수 없는 환자처럼’, 우리에게 차지하고 있는 그 어떤 힘을 갖고 있기에 주말이 그처럼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리라. 힘들고 지친 우리들에게 주말은 새로운 안식과 쉼을 주어 상처를 아물게 할 뿐만 아니라 새 세상으로 다시 내 보내는가 하면 새로운 계획과 소망을 갖고 떠나는 자들에게 한번 더 점검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우리에게 허락해주기도 한다.
자녀들과 함께 땀 흘리며 보낸 주말은 왠지 기쁨과 즐거움이 한 주간을 동행한다. 이처럼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주말은 사랑표현에 인색한 부부들에게는 주말의 향기를 듬뿍 맛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요즈음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엔 소나기가 한바탕 퍼부어 수은주를 끌어내리는 것처럼, 때때로 분노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능력과 쉼을 주말은 제공한다. 돈 없이 살수 있어도 주말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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