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그맨들의 평균 수명이 짧다는 것은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현재 KBS, MBC, SBS에서 방송하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모두 다섯 개다. KBS의 ‘개그콘서트’ ‘폭소클럽’ ‘개그사냥’, MBC ‘웃으면 복이와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30대 중반 이상의 중견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50~70대 코미디언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기를 얻는 일본의 브라운관의 풍경과 너무 대조가 된다.
“내나이 팔순이지만 여전히 활동할 수 있어요. 무대만 주어진다면 지금도 수많은 사람을 웃길 자신이 있습니다” 최근 공식 석상에서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이 언급한 말이다. 하지만 배삼룡의 말은 현재로선 이뤄지기 힘들다. 왜냐하면 원로 코미디언 뿐만 아니라 30~50대 코미디언이 설 방송 프로그램은 전무하기때문이다.
코미디언과 개그맨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방송의 다섯 개 프로그램이 모두 20~30대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개그 프로그램 일색이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개그 프로그램들이 최근들어 소재 고갈과 패러디 등 웃음을 주는 방식의 획일화가 심화되면서 시청자의 외면을 불러와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이 위기의 구조적인 원인은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10~20대만을 겨냥한 개그 프로그램만이 범람하면서 다양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언들은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고 이에 따라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개그 프로그램에 눈길을 주기가 어렵게 됐다. 개그 프로그램에선 드라마와 달리 신구 코미디언들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웃음을 전혀 볼 수 없다.
획일적인 개그 프로그램의 범람은 결국 코미디를 개인기나 패러디, 그리고 스탠딩 개그로 한정시켜 콩트 코미디나 풍자, 해학 코미디, 만담 등 다양한 코미디 장르의 발전을 제한해왔다. 이로 인해 젊은 개그맨들은 자신들의 코너가 폐지되고 새로운 코너가 신설돼 출연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개그맨들은 생명이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그맨들은 짧은 기간 활동을 마친 뒤 연예인 생활을 연장하기위해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 등으로 진출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일부에 불과하다. 이러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구조로 인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려 쌓은 개그 실력이 사장돼 결국 코미디 문화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개그맨의 조기 퇴진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위해 김웅래교수는 “시청률만 의식하는 방송사 제작진이 인식을 전환해 현재의 획일적인 개그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령층을 수용할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 신설이 시급하고 코미디 전문 외주제작사의 신설로 다양한 코미디를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미디언들이 설수 있는 무대의 다변화도 꾀해야한다고 김교수는 주장했다. 방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극장을 이용한 코미디 무대가 활성화가 돼 중장년 코미디언들도 늘 웃음을 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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