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 재해성금 관리문제로 또 ‘추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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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 한인회 양분… 상공인 단체가 나서 중재
효율성 위해 단체보다는 적십자에 전달의견 지배적
“인종떠나 거시적 안목으로 동참해야” 창구 단일화 목소리


사상 유례가 없는 카트리나 재난에서 피해를 당한 중남부 한인동포사회는 13년전 LA에서 일어났던 4.29 폭동 피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이 되고 있다. “돈이 있는 곳에 분쟁이 있다”라는 말은 이제 한인사회에서는 더 이상 가려진 이야기가 아니다.

4.29폭동 당시 LA에는 구심점이 되어야 할 한인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 대신 나섰다. 이번 카트리나의 최대 피해지역인 뉴올린즈 한인회도 양분되어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역시 현지 한인상공인 관계자가 나섰다. 이런 판국에 제3의 단체들이 생겨나 ‘성금을 관리하겠다’고 나서는바람에 분쟁이 일어날 조짐이다. 4.29폭동 당시의 창피스런 과거사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다시 그와 같은 추태가 뉴올린즈에서 야기될 우려가 다분히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한인들은 “한인사회에서 성금을 직접받지 말고 미국 적십자단체에 바로 내자”라는 목소리가커지고 있다. 이 같이 성금을 두고 분쟁이 야기되는 것은 바로 돈을 관리함으로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위세를 떨쳐 보려는 얄팍한 감투욕 때문이다.
<특별취재반>


















카트리나 태풍 피해가 발생하자 LA를 비롯한 전국의 한인사회에서 뜨거운 동포애와 정성이 연일 모아지고 있다. 
피해를 당한 한인들은 우선 자신들의 거주지와 비즈니스의 피해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와중에서도 피해 한인들은 피해대책기구를 만들었다. 우선 루이지애나주  배이튼 루즈시의 한인들이 중심이 된 한인재해대책본부(회장 김성대)와 뉴올리언스 한인들이 결성한 한인피해자대책위원회(위원장 이상호) 두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권을 꿈꾸는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10만달러의 지원금을 미주한인회총연합회(회장 김영만)에 기탁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원래 배이튼 루즈 한인침례교회 안에서 서로 협력해왔던 두 단체 사이에 갈등이 야기된 것은 한인사회의 성금이 도착하면서 발생했다. 지금까지는 최초로 결성된 재해대책본부에서 구호품과 성금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일부 뉴올리언스 한인들이 재해대책본부에 성금내역 공개를 요구하면서 두 단체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는 것.
이 같은 갈등이 총영사관등에서 관여하면서 두 단체간의 단일화 분위기가 이어 졌는데 지난 9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기부한 10만달러의 성금 관리를 놓고 미주총연과 피해자대책위원회들이 서로 관리권을 주장하면서 기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미주총연합회의 김영만 회장이 손학규 지사가 전달한 성금과 각 한인회에서 모으고 있는 성금을 통합관리할 ‘미주 한인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대책본부’를 12일 출범시키면서 “모든 기금은 적절한 시기에 미적십자사와 한인 피해자대책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대책위원회측은 “이미 구호기금을 관리할 별도 구좌를 오픈해 놓고 있는데, 왜 직접 관련 없는 단체가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성금을 놓고 일부 인사들의 힘겨루기를 보고  한인들은 LA폭동 때처럼 또 다른 분쟁이 싹트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4.29폭동 당시 미주 전역의 한인사회는 물론이고 본국과 세계 각지의 동포사회로부터 성금과 구호품이 밀물처럼 답지했다. 당시만 해도 한인들은 뜨거운 동포애를 느끼며 자립의욕을 불태웠다. 본국에서 보내온 450만달러와 현지에서 모은 550만달러 등을 합쳐 1,150만달러라는 거액의 성금이 모였다. 이 같은 성금액수는 피해액수에 비하면 극히 적은 돈에 불과했지만 미주한인사상 성금액으로는 최대 액수였다.
그러나 당시 폭동 피해자들은 성금을 피해자들에게 모두 나눠줘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LA총영사관에 설치된 범교포 범교포대책본부 성금관리위원회는 푼돈으로 나눠 가져봐야 의미가 없으니 이돈을 종잣돈으로 활용해 더많은 돈을 융자받아 사업장 재건에 활용하는 등 장기적인 발전에 활용하자는 쪽이었다. 여기에 한국일보는 자체적으로 성금을 관리하겠다고 나서 성금관리에 단일화가 되지 못했다.

결국 성금 일률 분배를 주장하는 일부 피해자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총영사관을 점거 농성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면서 한인사회의 추악한 면모가 주류언론에도 대서특필되는 등 한인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같은 진통을 거쳐 성금은 피해자들에 대한 일괄 분배, 피해단체 분배 등으로 집행됐고 나머지 100만여달러의 돈은 성금관리기구인 한미구호기금이 1994년 자체 건물을 마련하는데 활용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는 달리 건물 운영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되자 1999년 매각 처분, 현재는 20만달러 정도의 기금만 남아 굴곡많은 성금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그나마 이 기금도 투자에 나섰다가 투자회사의 부정 때문에 문제가 야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분쟁의 역사를 알고 있는 한인사회는 성금에 대해서 단일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LA한인사회는 한인회가 성금 단일창구로 하고 언론기관들은 홍보를 담당하는 방안을 취하고 있다.
한편 시카고 지역 동포사회에서는 카트리나 이재민돕기 캠페인이 펼쳐지는 가운데 성금 전달 방식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시카고 동포들은 성금을 현지 한인단체들에게 주지 말고 미국적십자로 바로보내든가 아니면 한인사회가 성금관리 창구를 하나로 구성되야 한다는 소리를 내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현재 언론사별로, 교단별로 또는 개인별로 성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민 돕기를 위한 효율성과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재고, 동포화합의 차원에서 한인회로 창구 단일화를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트리나 이재민 성금 전달 방식에 있어 뉴올리언스 이재민 돕기 효율성을 위해 개인과 단체가 현지 동포사회에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적십자사와 같은 거대 구호 단체에 전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적십자사는 자원봉사 전문 구호단체로서 오랫동안 구호 활동을 펼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예로 시카고에 설치된 7개의 이재민 돕기 쉼터에 적십자사는 가장 빨리 자리를 잡고 데이터 베이스를 마련해 수마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연결하고 생필품을 지급하는 일을 맡는 등 발 빠른 구재 작업을 보여줌으로서 공신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적십자사와 각 기업의 펀드 매칭 프로그램(Fund Matching Program)은 모금된 성금에 비례해 각 기업이 성금을 내게 돼 걷힌 성금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적십자사 시카고지역 에드 스캇 코디네이터는 “(적십자사는) 조직화되고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재난 구제에 있어 능률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작은 성금도 신속, 정확하게 허비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또한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재고를 위해서라도 창구를 단일화하고 결집된 성금을 공신력있는 기관에 전달함으로서 한인 커뮤니티의 참여를 주류 사회에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따라서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 기관인 한인회가 전체 성금을 적십자사에 전달하고 주류 언론사를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참여를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카고 교회협의회장 김용준 목사는 “우리의 성금을 한인 이재민만 돕는데 쓰겠다는 것은 극히 편협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거시적인 안목으로 주류 사회에 동참하며, 인종을 떠나 이재민을 돕겠다는 넓은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동포 화합 차원의 문제를 위해서라도 창구 단일화는 중요하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성금 모금을 두고 시카고 한인 사회가 다시 한번 분열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창구 단일화 문제를 두고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 대표 기관인 한인회로 단일화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현재 법정시비까지 불거진 한인회 회장 선거를 떠올리며 머뭇거린다는 것. 그러나 법정소송에서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한인회장 자리가 공석이 아니며 정상 업무를 하고 있어 공신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한인 커뮤니티가 겪은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인회로 창구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다.

이같이 성금문제에서 민감한 한인사회가 지난 1월에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피해를 돕기 위해 뉴욕 라디오코리아 방송사(사장 권영대)가 모금한 구호성금 약 17만달러가 아직도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발생해 뉴욕 한인사회가 시끄럽다. 월드비전측에서는 이전에도 수 차례나 세부계획서를 제출하고 성금 전달을 재촉했는데 8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뉴욕라디오방송사가 지불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성금 관리 부정이 재발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뉴욕한인상록회 하세종고문, 뉴욕지역한인연합회 문일환고문, 미 동부 충청 총연합회 박병춘이사장 등으로 구성된 ‘쓰나미 구호성금 진상·대책위’는 지난 12일 모임을 갖고 ‘쓰나미 구호성금 늑장 지급’과 관련해 뉴욕라디오코리아에 전달할 요구 및 제안사항을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대대적인 시위와 함께 법적 해결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또 대책위는 이 문제를 한인사회에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뉴욕라디오코리아측에 대책위가 선정한 공인회계사와 법률전문가의 ▲쓰나미 구호성금 관련 기록 감사 및 공증 ▲‘뉴욕한인 쓰나미 성금위원회’ 회의록을 비롯한 관련 기록 검토 ▲한인사회 구호성금 모금에 대한 법적 지위 관련 서류 검토 등 요구사항을 서면으로 공식 요청키로 했다.대책위는 또 라디오코리아가 하루속히 ▲한인사회의 의견을 수렴한 후 쓰나미 구호성금을 처리할 것 ▲긴급 구호 명목으로 성금을 기부한 한인들이 원할 경우 성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할 것 ▲카트리나 성금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뚜렷한 계획을 한인사회에 발표할 것 ▲긴급 구호금을 8개월이 넘도록 집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인사회에 사과하고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할 것 등을 촉구키로 했다.
이와관련 대책위원회의 관계자들은 최근에 접수한 불평만도 무려 30여건이 넘는다며 많은 기부자들은 긴급구호 목적으로 성금을 냈는데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아직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고 또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인들의 뜻이 반영된 권고 및 요구사항이 무시될 경우 시위 또는 법적 해결책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언론사가 한인사회의 기금을 거둬 하루속히 전달해주는 역할만 주어진 것이지 돈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렇게 큰 일을 저질러 놓고도 소위 ‘뉴욕한인 쓰나미 성금위원회’를 내세워 사과는 커녕, 방송을 통해 변명, 타 언론사 흠집내기에 급급하고 있다”며 “회계, 법률 전문가들도 아닌 ‘성금위원’들이 특별구좌도 아니고 한 개인의 개인회사 영업구좌에 한인사회 성금이 입금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믿고 ‘성금의 투명성을 100% 인정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솔직히 문제가 이렇게 된 것은 ‘성금위원회’에도 큰 책임이 있기에 사실 그들도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성금 분쟁과 관련해 단체들이 성금관리에서 객관적으로 공정성을 지녀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성금들은 분명한 목적과 사용에 따른 사후 처리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성금의 모금은 특정한 감독기관을 선정하여 감독토록 하여야 한다. 성금의 사용처가 분명하여야 하며 성금 캠페인 주관을 이유로 성금 중에서 각종 비용을 사용하는 것은 모금의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절대 금지되어야 하며, 선정된 감독기관은 성금 사용의 분명한 목적을 파악, 모금된 액수를 확실하게 파악하여 성금 전달시 동참하여 성금토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동 명의로 성금 사용 후 언론기관을 통하여 분명히 공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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