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에서 유독 ‘홍석현-삼성’이 표적으로 공개되면서 서울 정가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원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여권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입장에서 눈감아 보려고 했다. 그리고 소문으로 나돌던 ‘유엔 사무총장 후보설’이 사실로 밝혀졌어도, “한국이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갖는 것도 위상에 도움이 된다”는 방향으로 생각했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서 홍석현 전주미대사의 진짜 속셈이 비추어지자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대권을 꿈꾸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측근들이나 金근태 장관 그리고 386 세력 들은 더 이상 홍 전대사의 대권 시나리오를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사전에 자르지 않으면 후환이 된다는 것을 한국 정치사에서는 많이 야기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이미 X-파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과거 MBC 출신인 정 장관은 언론 플레이를 어떻게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6.15 행사를 계기로 평양에 가서 金정일과의 면담으로 국내외적으로 치솟던 그에 대한 스포트 라이트가 홍 전대사쪽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애써 일구어 놓은 ‘대북카드’가 빛을 바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 전대사측에 대해 ‘X-파일이 있으니 알아서 행동하라’는 암시를 주었다. 이 암시는 삼성측에도 전해졌다. 그런데 홍 전대사와 삼성은 정면 돌파수를 치고 나왔다. 법원에 대해 MBC의 X-파일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여기에 청와대도 과거 삼성과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기에 MBC측에 ‘알아서 기어라’고 했고, 법원측에 대해서도 손을 썼다. MBC 경영진들은 X-파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보도연기 방침을 내렸고, 사법부도 일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정동영 장관측은 언론의 생리를 교묘히 이용해 ‘X-파일’의 큰 먹이를 다른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정동영측이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청와대도 이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체적 사항이 노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기 전 조선일보가 ‘특종보도’로 치고 나와 사건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노 대통령이 위기상황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공은 엉뚱한데로 튀고 있었다.
조선일보측은 원래 ‘조-중-동’의 삼각관계로 언론계를 주도해왔는데, 홍 전대사가 청와대 밀실 회담에서 ‘주미대사’ 명패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삼각관계의 한 축이 무너져 내려 배반감을 느껴 오던 참이었다. 이런 와중에 X-파일이 나타난 것이다. 일석이조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에는 조금씩 레임 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기에 노 대통령은 레임 덕 현상을 피해보려고 그의 특기인 말장난을 계속 하고 있다. 어떻게 하든지 국민들의 관심을 청와대에 묶어 두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 남미 순방에 나설 때도 ‘내가 국내에 없으니 조용할 것’이라는 야릇한 조크를 던졌다. 외국을 떠나기 전 야당의 박근혜 대표를 링 안(청와대)으로 불러 들여 말빤지로 회유하여 자신의 능력을 과시해보려고 했다가 역습을 당해 인기조사에서도 40대 60으로 판정패를 하는 바람에 한풀 꺽이긴 했어도 악발이 고집이 남아 있어 외국여행 중에도 국내에 들어가서 써먹을 ‘깜짝 쇼’를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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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대사 국회 증인 불가피… 검찰조사도 기다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