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대사 四面楚歌 … 불법 자금전달·30억 ‘삥땅’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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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현 전<중앙일보>사장(현 주미대사)

중앙일보 회장에서 미국대사로 화려한 변신을 했던 홍석현 전회장은 주미대사로서 LA코리아타운도 밟아보지 못하고 워싱턴 대사관에서 짐을 싸야 할 팔자가 됐다.


하지만 짐을 쌓더라도 마땅히 갈데가 당장은 보이지가 않아 고민이다.

친정인 중앙일보로 되돌아 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아직은 국민의 정서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해서 당분간은 칩거와 외국 여행을 주로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귀국하게 될 경우 국회의 감사가 기다리고, 검찰도 어찌 되었든간에 수사하는 시늉을 할 것이기에 자칫하면 과거 보광 수사 때 처럼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주미대사관을 떠나 외국으로 여행하는 방법도 구상하겠지만,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먼저 건강을 핑계로 미국 나들이를 하고 있어 외국여행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 때는 유엔 사무총장 그리고 나아가 대권까지 야망을 지녔으나 X-파일이라는 직격탄을 맞는 바람에 지금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이다.

홍 전대사와 야합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당장은 어떻게 손 쓸 여가가 없어 이래저래 홍 전대사의 입장이 사면초가인 셈이다

제임스 최<취재부 기자> jchoi@sundayjournal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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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에서 유독 ‘홍석현-삼성’이 표적으로 공개되면서 서울 정가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원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여권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입장에서 눈감아 보려고 했다. 그리고 소문으로 나돌던 ‘유엔 사무총장 후보설’이 사실로 밝혀졌어도, “한국이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갖는 것도 위상에 도움이 된다”는 방향으로 생각했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서 홍석현 전주미대사의 진짜 속셈이 비추어지자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대권을 꿈꾸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측근들이나 金근태 장관 그리고 386 세력 들은 더 이상 홍 전대사의 대권 시나리오를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사전에 자르지 않으면 후환이 된다는 것을 한국 정치사에서는 많이 야기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이미 X-파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과거 MBC 출신인 정 장관은 언론 플레이를 어떻게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6.15 행사를 계기로 평양에 가서 金정일과의 면담으로 국내외적으로 치솟던 그에 대한 스포트 라이트가 홍 전대사쪽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애써 일구어 놓은 ‘대북카드’가 빛을 바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 전대사측에 대해 ‘X-파일이 있으니 알아서 행동하라’는 암시를 주었다. 이 암시는 삼성측에도 전해졌다. 그런데 홍 전대사와 삼성은 정면 돌파수를 치고 나왔다. 법원에 대해 MBC의 X-파일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여기에 청와대도 과거 삼성과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기에 MBC측에 ‘알아서 기어라’고 했고, 법원측에 대해서도 손을 썼다. MBC 경영진들은 X-파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보도연기 방침을 내렸고, 사법부도 일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정동영 장관측은 언론의 생리를 교묘히 이용해 ‘X-파일’의 큰 먹이를 다른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정동영측이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청와대도 이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체적 사항이 노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기 전 조선일보가 ‘특종보도’로 치고 나와 사건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노 대통령이 위기상황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공은 엉뚱한데로 튀고 있었다.

조선일보측은 원래 ‘조-중-동’의 삼각관계로 언론계를 주도해왔는데, 홍 전대사가 청와대 밀실 회담에서 ‘주미대사’ 명패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삼각관계의 한 축이 무너져 내려 배반감을 느껴 오던 참이었다. 이런 와중에 X-파일이 나타난 것이다. 일석이조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에는 조금씩 레임 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기에 노 대통령은 레임 덕 현상을 피해보려고 그의 특기인 말장난을 계속 하고 있다. 어떻게 하든지 국민들의 관심을 청와대에 묶어 두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 남미 순방에 나설 때도 ‘내가 국내에 없으니 조용할 것’이라는 야릇한 조크를 던졌다. 외국을 떠나기 전 야당의 박근혜 대표를 링 안(청와대)으로 불러 들여 말빤지로 회유하여 자신의 능력을 과시해보려고 했다가 역습을 당해 인기조사에서도 40대 60으로 판정패를 하는 바람에 한풀 꺽이긴 했어도 악발이 고집이 남아 있어 외국여행 중에도 국내에 들어가서 써먹을 ‘깜짝 쇼’를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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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1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7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 홍석현 전<중앙일보>사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최근 한겨레에서 홍 전대사가 30억을 꿀꺽했다는 보도를 했지만 이에 대해 김종빈 검찰총장은 “과거에 모두 수사가 이뤄졌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97년 대선자금 내용은 이미 수사가 다 됐던 부분들이며 당시 기소할 수 없거나 필요가 없어서 안했던 것을 검찰이 굳이 발표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기자들이 당시 사건 수사기록을 새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사팀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필요한 부분을 수사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김빼기 작전이다.


원래 노무현과 홍석현의 짝짜꿍에 대해 일부에서는 ‘중도진보세력과 중도보수세력의 밀약적인 협의하에 결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것으로 생각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현재의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라고 하지만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함에 있어 장애가 있어 장기적인 집권을 위해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고, 홍석현과 삼성은 거대자본과 거대언론을 이용해 노 정권의 국제적인 지지를 후원하는 대신 자신들의 큰 야망을 이루기 위한 결합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 방영된 드라마에서 삼성을 일으킨 이병철은 정치권력의 압력에서 고통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정치에 나설 뜻’도 보였다. 자신이 안되면 후대에 가서도 이루어야겠다는 속셈이 엿보이기도 했다.

노무현과 삼성의 밀약으로 인하여 얻을것과 잃을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한 관계자는 “노무현씨는 그자신을 맹추종했던 세력은 그대로 현상유지되지만 비판적지지세력이었던 “민노총.전교조.전공노.전농민.시민단체” 등으로부터는 이전과 더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될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치만 그 이탈된 세력들의 공간을 좀 극우화된 합리적보수세력들이 메울것으로 생각된다. 합리적보수세력 가운데에서도 일부는 조선일보.동아일보.한나라당.서울방송 등으로 대변되는 세력들로 자연스럽게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과 홍석현측의 계산은 어떠한가 그들은 야당이나 조선일보.동아일보로부터의 배신감 같은 느끼고 있을 것이란 점을 계산에 두고 있다. 그러나 주판 알을 튕겨 본 결과 자기들 나름데로 실익을 계산했다고 여겼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재집권 시나리오는 가능한가. 예측은 노 대통령이 벌써 집권 후반기에 들어 레임덕 현상이 어떤 형태로든 올 것이다. 게다가 잡탕밥 형태인 열린우리당도 서서히 쪼개지는 조짐이 보여지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야당에는 속칭 인물이 많다.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언제나 콩가루가 될 소지는 다분이 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때가 되면 ‘열린우리당’의 이름처럼 ‘우리’가 ‘열려’ 가축들이 튀어 나가듯 소위 탈당을 할 가능성도 많다. 탈당 뿐 아니라 여차하면 ‘지역구도 탈피와 구국을 위한 대통령 사퇴’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인물이다.이런 현상이니 차기 대권을 꿈꾸는 정동영이나 金근태, 金혁규 등 여권 예비후보들이 노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가 있을 수 있겠는가. 

지난해 노 대통령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신임 주 미대사로 내정’됐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카드’였다. 원래 일각에서는 국제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이홍구 전 주미대사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주미대사직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엇다. 여권에서는 삼성과 거대언론을 휘여 잡은 노 대통령의 지도력에 감탄을 했고, 증권시장에서는 삼성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묘수에 탄복했다. 이제 게임은 제1회 전을 끝냈을 뿐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삼성이 호락호락 당할 기업이 아니다. 지금 삼성이 심어 논 복제 인물들이 요소요소에서 꿈틀 거리고 있다. 주사파안에도 삼성 장학생이 있을 정도이니 5공청문회에서 명패를 던진 기개로 인기를 모았던 노 대통령도 한참이나 고민을 해야할 판이다. 그러나 로마는 외부로의 침략에서 먼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균열이 생겨 몰락을 자초한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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