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美 대사관 망명 오보’ 왜 발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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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는 언론사 과열 경쟁에서 야기
출처 확인 않고 속보 경쟁에 중점


 최근 ‘탈북자 미 대사관진입 보도’의 진위 여부를 두고 한인 일간지들이 엇갈린 보도를 내놓아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일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탈북자 1명 미 대사관 진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오보 사태는 한국정부  관계 부처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어 미주 한인언론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오보사태의 원인은 LA지역의 양 일간지인 중앙일보와 한국일보가 비뚤어진 과열경쟁에서 빚어졌으며, 여기에 탈북자 지원단체들이 자신들의 활동사항을 과시하려고 언론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또 이 틈에 일부 한인단체들이 세 과시를 하려고 역시 언론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찰스 김<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이 같은 문제는 한국일보 미주판이 지난달 24일자 톱기사에서 ‘탈북자 미국행 러시주목’이란 제목으로 “탈북자 1명 멕시코국경 도착 한국 대신 유럽 우회한다”면서 “멕시코시티 한인교회 7~8곳에 4~5명 씩 망명할 기회 노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이 기사는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탈북자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리고 한국일보는 다음날인 25일자에서도  “중국내 탈북자들이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 망명을 준비중인 이철수(가명,46) 씨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출처는 탈북자동지회의 김 용 회장이 언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가 29일 자에서는 “한국을 경유하지 않고 멕시코에 도착한 탈북자 이철수(가명) 씨가 26일 주멕시코 미국대사관에 진입, 난민 신청을 했다고 탈북자 지원단체가 28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연달은 한국일보 보도가 나오자 경쟁지인 중앙일보 미주판도 탈북자 김홍철(가명) 멕시코 미 대사관 진입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를 보도한 중앙일보는 기사의 출처를 한국일보처럼 김 용 탈북자 동지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1일 자에서 ‘탈북자 멕시코 미 대사관 진입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보도를 낸 뒤 다시 2일 자에서 한국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망명논란 탈북 김홍철(가명) 씨 한국 정부서 공식 부인”이란 제목으로 망명기사가 사실이 아님을 다시 밝혔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한국정부 관계자는 정보 라인을 통해 사실 확인 작업을 거듭했으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혀 알려진 바 없다”라고 밝히고 “미확인 정보에서 비롯된 보도로 미주 한인사회와 본국 여론에 혼란이 일어난 점은 깊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신문은 한국정부 관계자가 “이를(오보를 의미함) 수습하기 위해 불필요한 외교 자원이 낭비되는 등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신문은 “한편 미 외교당국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날 최근 6자회담 진행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당국 차원에서 탈북자의 정치적 망명을 추진할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안다”라면서 정치망명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타운에서 북한인권관계에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한국일보가 이번 기사에서 김 용 탈북자동지회장의 말만 믿고 기사를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탈북자 망명 같은 기사를 다룰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탈북자 동지회라는 단체가 실질적으로 무슨 사업을 하는 단체인지 불분명하다”면서 “아마도 탈북자에 관한 기사보도에서 경쟁을 하다 보니 한쪽 말만 믿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남가주 지역에서 탈북자 실태에 대해 많은 사항을 알고 있는 이북도민회연합회의 김호정 회장은 “이번 탈북자 망명 보도에 대해 한국정부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됐다”면서 “이 같은 불분명한 사실에 대해 일부 단체들이 탈북자 돕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어 탈북자 돕기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탈출하는데도 크나큰 어려움이 있다”면서 “한국정부나 미국정부 등이 6자회담 속개를 앞두고 가능한 북한을 자극하는 사항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또 한편 최근 타운에서는 탈북자 동지회가 분열되고 있다는 소문도 퍼져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동지회가 임원들로 구성되었으나 최근에는 김 용 회장의 “원맨 플레이”로 임원들간에 갈등도 야기되어 단체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탈북자 망명 보도와 관련해 김용 회장은 언론에 대해 “탈북자가 미 대사관에 진입하는 것을 탈북자 지원관계자가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는데, 문제의 목격자에 대한 신빙성도 매우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탈북자가 실제로 주멕시코 미 대사관에 진입했다면 미국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려주게 된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이 외국공관이나 공공건물에 진입하는 사건도 그때그때 밝혀지는데, 미국과 이웃인 멕시코 땅에서 탈북자가 진입했는데 이 같은 사실이 공개가 안 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원래 이번 탈북자 망명 보도에서 일간지들은 김용 회장의 말을 인용 문제의 탈북자가 중요서류를 소지했고, 중국에서 떠나 올 때 탈북자들의 환송연을 받았다는 등 제법 그럴듯한 소재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들 소재를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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