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단체장들 “축사” 놓고 쌈박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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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코리아타운에서 하루에도 여러 모임들이 개최되곤 한다. 이들 모임의 식순을 보면 빠지지 않는 기관, 단체장들의 순서들이 올라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LA 총영사, LA 한인회장, LA 평통회장의 이름이다. 주로 이들이 해당되는 사항은 축사나 격려사 등이다.

 이 같은 기관, 단체장들을 초청하는 모임들은 단체들의 창립대회, 연례행사나 학술문화행사를 비롯해 환영회나 환송회 또는 친목회나 업소 개업식 등그 목적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문제는 이들 행사나 모임에 총영사나 한인회장, 평통회장들의 축사가 꼭 필요한 가에 있다. 대부분은 꼭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 또 이 같은 회의나 모임에 LA 시를 포함해 카운티나 주정부 정치인들을 초청하거나 아니면 그들로부터 결의문이나 감사장 등을 받는 순서들도 있다. 과연 이 같은 미 정치인들의 참석이 필요한 가도 문제다. 많은 경우 행사에서 꼭 필요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 타운의 단체 임원들이나 행사 참석자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이 허례허식이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많은 기관, 단체장들이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 해당 인사들이 참석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한인사회의 가치관에 문제가 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www.sundayjournalusa.com


지난달 27일 LA 한국교육원 건물에서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96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약 2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여 안중근 의사의 순국이념을 기념했다. 이날 참석했던 재향군인회의 김봉건 회장은 최근 언론사에 보낸 글에서 “LA 한인사회에는 수백개의 한인단체가 있는데 비해 애국선열에 대한 존경과 참여 의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지난날의 애국 순직열사들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언론사와 동포들의 무관심한 처사에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또 이 글에서 김 회장은 행사 순서지에는 총영사, 한인회장, 평통회장들의 순서가 적혀 있었으나 이들 중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사 주최 측이 관련 인사들에게 정식으로 초청하고 참석 수락을 받아 순서지에 기재했는지 아니면 희망사항으로 순서지에 적어 놓고 초청장만 보낸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순국열사를 기념하는 모임에 가능한 많은 동포단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었다.

코리아타운의 한 문화단체의 임원인 K 씨(60)는 “어떤 모임에는 반드시 총영사나 한인회장의 축사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순서지에는 총영사, 한인회장을 포함해 몇몇 단체장 이름들이 있었으나 한 명도 참석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K 씨는 “일부 단체들이 자신들의 단체를 과시하기 위해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을 초청하는 모양”이라면서 “모두가 허례허식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어떤 회의에는 한인회장이나 총영사 초청은 이해할 수가 있었는데 평통회장까지 순서에 넣는 것은 어색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 출판기념회장에서 평통회장의 축사 순서가 들어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축사인지 농담인지를 하고 있는 평통회장에 대해 한 참석자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도대체 이 자리에 왜 평통회장의 축사가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나즈막한 소리로 말했다. 최근 들어 평통회장이 한인회장이나 총영사등과 함께 타운 여러 행사에 초청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평통이 한인회와 거의 동격의 단체로 간주하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평통은 하나의 자문기구이다. 한국의 역대 정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만든 기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본국 지향적이고 감투욕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평통이 한인회보다도 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장이 평통위원일 경우 대부분 그 단체 행사에서 평통회장을 초청하게 된다. 그냥 초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우를 하느라고 축사까지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평통회장은 흐믓한 기분으로 부하단체에 격려하는 자세로 그 행사장에 나타나게 된다. 한인회장도 평통위원이었던 시절에는 일부 평통회장들은 “한인회장도 내 밑에 들어 있다”면서 기고만장했던 시절도 있었다.

노인단체에 나가는 K 씨(74)는 “평통회장이 단체 행사에 축사를 하게 된 이면에는 지난동안 일부 평통회장들이 자신들의 선전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면서 “일부 평통회장들은 축사를 하는 동시에 기부금도 내어 왔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축사를 돈 내고 샀다는 의미가 된다. K 씨는 “이제는 평통회장도 축사를 요청 받았을 때 “노우”라는 말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일부 단체들도 기부금 받는 재미에 평통회장을 축사 순서에 넣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총영사나 한인회장, 그리고 평통회장이 여러 곳으로부터 초청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자 대신 다른 사람들을 내보내는 경우도 많다.
총영사인 경우는 부총영사나 담당 영사, 한인회장과 평통회장은 수석부회장이나 부회장들을 대신 내보낸다. 이럴 경우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간혹 핀잔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가 우리 단체는 2등 단체로 전락했는가”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총영사나 한인회장을 직접 참석시키지 못한 것이 단체장의 무능으로 몰아 부치기까지 한다.

LA 한인상공회의소의 전직 임원인 L 씨(59)는 “일부 한인 단체들은 총영사를 포함해 한인단체장들이 많이 참석할 경우 자신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사에 들러리처럼 참석하는 단체장들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L 씨는 “행사장에 보이는 수많은 화환들도 이제는 좀 더 실속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과거에는 단체행사 때 배포되는 팜플렛이나 순서지를 보면 축사 순서에 총영사가 한인회장보다 항상 먼저 축사 순서를 해왔다. 최근 들어 일부 단체들은 한인회장을 총영사보다 먼저 축사를 한 곳도 생겨나고 있다.

역대 한인회장 중의 한 사람은 축사요청을 받고 “내가 총영사보다 먼저 한다면 참석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참하겠다”고 은근히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한인회장의 축사가 총영사보다 먼저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한인회가 LA 동포사회의 대표단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 단체들은 행사를 앞두고 총영사와 한인회장을 두고 누구를 먼저 축사를 시켜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어떤 단체는 순서지에는 총영사 축사를 먼저 수록하고 행사에는 한인회장을 먼저 시키기도 했다.

이런 경우가 생기자 총영사관 관계자들이나 한인회 관계자들은 축사 순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불필요한 신경전은 모두 허례허식에서 나온다.
단체들이 행사를 할 때마다 그 내용보다는 과시적인 것에 지나치게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무엇보다 그 행사에 과연 누가 축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충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코리아타운의 일부 단체들이 주최하는 취임식이나 연례행사 때 가보면 유독 미국의 정치인들로부터 감사장이나 인증서 등을 무더기로 받는 경우를 보게 된다.

대부분 단체의 위상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많이 받을 수록 위상이 높은 것으로 사람들은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일부 단체장들은 정치 브로커를 시켜서 가능한 많은 정치인들로부터 감사장을 받기 위해 돈을 쓰기도 한다. 어떤 단체장은 이 같은 정치인들의 사인이 들어가고 실이 찍힌 감사장을 집안의 가보로 생각하고 고히 모셔 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회의나 행사장에 해당 미 정치인이 직접 나타나 감사장이나 결의문을 직접 전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고 대부분 해당 정치인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인 보좌관이나 아니면 정치인 담당관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치헌금을 많이 한 단체장이 행사를 주관할 경우, 해당 정치인들이 직접 나타나고 있다.

이제 한인사회 단체들도 자신들의 취지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에 더 치중해야 한다. 단체의 목적이 일차적으로 단체 구성원인 회원들의 친목도모에서 복리증진이나 권익옹호 등이다. 따라서 회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행사나 모임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남가주대학교(USC)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최영수 씨는 ‘한인조직 및 단체들간의 협력’에 관한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다. 설문지를 보면 한인단체들의 행태나 타단체와의 공동협력 등등에 관해 질문들을 만들어 놓고 있다. 과연 어떤 연구결과 논문이 나올지 궁금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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