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권, ‘숨겨진 딸’도 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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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대통령의 ‘숨겨진 딸’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본보를 포함해 ‘월간조선’ 그리고 SBS 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에 대한 보도는 국내외로 큰 파장을 몰아왔다. 최근 도청사건 재판과정에서는 국정원에 근무했던 고위인사가 ‘DJ 숨겨진 딸에 대해서도 도청이 실시됐다’고 증언했다. 바로 그 문제의 ‘숨겨진 딸’이 지난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DJ의 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어머니에게 속아 왔다”며, 오히려 박정희 정권 시절 고위인사를 아버지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DJ ‘숨겨진 딸’의 진실공방이 재연되고 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문화일보에 따르면, 김모(36) 여인은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정권 당시 고위층 인사가 자신을 DJ 딸이라고) 엄마에게 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도청사건 재판에서 나온 도청 증언에 대해서는 김여인은 “지난 2000년을 전후해 아무런 말없이 끊어버리는 전화가 많았고, 전화 통화 중에는 3자통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의 통화 내용을 엿듣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며, 90년 대 중후반부터 감시받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또 이신문은 껄끄러운 질문에는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 김 여인이 “친아버지를 찾고 싶지만 지난 36년간 고통 받았던 방법은 싫다”며 “언론에서 내 얘기는 안하고, 이모 얘기만 전했다”고 언론에 대한 불신도 내비쳤다.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지난 해 증언과 같았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어머니가 자신에게 돈을 받아오게 시켰다고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 집에 가면 아주머니(이희호 여사)가 ‘너 우리집 자식 아닌데 왜 또 왔니? 제발 오지마’라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며 “어린 꼬마였던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킨 어머니가 지독하 다고 생각한다”고 원망을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그 분(김 전 대통령)을 괴롭히지 말라”고도 했다.












이와함께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주위에 누군가가 따라 다녔다며, “어머니에게 누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말하면, ‘네가 못 본 척 하면 되지’라며 되레 화를 냈다”고 했다. 대학생 때, 어머니 심부름을 가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웬일이야. 새 옷 입었네”라며 아는 척을 해 크게 놀라기도 했다며 몸서리를 쳤다. 인터뷰 내내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설령 아버지가 맞다고 해도 유부남과 관계를 가진 것은 어머니 잘못”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더불어 “내가 (김 전 대통령과) 닮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놀랍게도 박정희 정권 당시 고위인사 A씨의 이름을 꺼냈다. 직접 메모지에 그의 이름을 적으면서 “이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 사람이) 어머니에게 (자신을 DJ딸이라고 주장하라고) 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력 정치권 인사들이 드나들던 한정식집 종업원이었던 자신의 어머니가 A씨와 친분을 갖고 있었다며 “어머니와 함께 A씨 집에 자주 놀러다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악랄 한 사람”이라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30년 동안 어머니 등에게 속아 살아왔다”는 그는,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해달라”며 두 세번 가량 확인을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정원이 ‘숨겨진 딸’ 도청


최근 한국에서 도청사건 재판을 통해 국가정보원이 2000년 당시 김대중(DJ)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불법 도청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대화 내용도 확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대한 도청은 1999년 말 엄익준(2000년 5월 사망) 당시 국정원 2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엄씨가 숨지면서 김은성(61.수감 중)씨가 국정원 2차장 직을 맡았다.
김은성 전국정원 2차장은 재판에서 DJ 시절 도청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며, 특히 DJ사생활에 관련된 인물들도 도청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와 김 전 차장의 측근은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 수사팀이 도청 실무직원들에게서 ‘DJ의 숨겨진 딸의 존재와 관련한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이를 수사 기록에 남겼다”고 말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국정원 감청 담당부서인 8국 R-2(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 수집팀 직원들은 2000년 중반께 DJ의 숨겨진 딸의 존재와 관련된 전화 통화를 도청했다. 통화 당사자 중 한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였다고 한다.
대화를 함께 들은 당시 8국의 종합운영과장은 도청 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하지 않고 대화 원문을 그대로 8국장에게 건넸다. 8국장을 거친 ‘도청 원문’은 국내담당인 2차장으로 있던 김 전 차장에게 전달됐다. 김 전 차장의 한 측근은 “김 전 차장도 임동원(72.구속집행정지) 당시 국정원장에게 이를 곧바로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DJ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소문이 불법 도청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이처럼 수집된 도청 내용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도청 내용은 보고서 형태로 정리돼 하루 7~8건씩 8국장과 2차장, 원장에게 보고되는 것이 관례였다.


DJ 최측근도 알 가능성


지난해 4월 ‘SBS 뉴스추적’ 프로그램에서 ‘DJ의 숨겨놓은 딸’을 보도해 정가에 파문을 몰아왔는데, 그와 유사한 내용을 본보와 ‘월간조선’이 보도한바 있다. 월간조선은 지난 2004년 10월 호 ‘추적 특종기사’를 통해 ‘한 거물 정치인의 숨겨진 딸 의문사’라는 제하의 충격적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의 가능성을 이미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이 기사는 김대중 씨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기정 사실화하여 보도해 눈길을 끌었고, 본보 또한 ‘DJ도 YS처럼 「버려진 딸」 있었나’라는 제하의 기사로 월간조선에 거론된 인사들의 실명을 직접 기사화함으로써 정치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본보는 “월간조선 보도에 의하면 ‘한 거물 정치인이 과거 요리집 기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그 사이에서 딸을 출산했으며 정대철 전의원의 일가 호적으로 입적 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정 의원이 외도해서 낳은 것처럼 가장해 살아오다가 김대중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00년 6월 경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싸고 현재 구속되어 있는 정대철 의원(당시 구속상태)의 사실여부 증언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즉 일부 언론에 의해 전해지듯 “무덤까지 비밀을 안고 가겠다는 정대철 의원의 심경이 구속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이를 소위 ‘흘리기’ 시작했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게재했던 것이다.
또한 본보는 “정대철 의원이 측근들에게 현재 자신의 처지(구속 中)와 관련해 불만을 토로하며 자신은 DJ를 위해 지난 30여 년의 세월을 철저하게 비밀을 지켰는데도 불구하고 DJ가 자신을 외면하는데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측근들에 의해 전해짐에 따라 정 의원의 ‘폭탄발언’과 관련 조만간 ‘핵폭탄급 뉴스’가 터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편 “거물 정치인의 숨겨진 딸”을 보도한 당시 월간조선 10월호도 “거물 정치인이 해외여행 당시 그의 측근으로 그 거물 정치인과 친밀했던 한 인사는 다음과 같은 증언을 했다. 『해외에서 체류하던 그가 하루는 유달리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우울한 그를 달래기 위해 「이럴 땐 딸이라도 있었으면 덜 우울할 텐데요」라고 했더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나도 딸이 있소. 너무 어려서 그렇지」 하는 거였다. 내 귀를 의심했다. 아들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딸이 있다는 소리를 직접 들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래서 더욱 그때의 장면을 잘 기억한다. 1989년에 귀국했을 때 보니 나만 모르고 있었지 측근들의 대부분은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DJ 최측근들은 ‘숨겨진 딸’에 대한 사실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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