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선거는 시민들의 자유의사의 표현으로 자랑스런 날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은 미국에서 소수민족 중에 자랑스런 커뮤니티라고 자부하는 한인 커뮤니티는 지난 13일 LA한인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추태를 보여 “어글리 코리안”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나타냈다. 투표장의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며 “유권자를 기다린다”고 공언한 최 선관위원장의 약속은 선관위의 무능과투표장의 시스템 작동 불능으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선관위가 자랑하는 컴퓨터의 5초 확인작업은 1시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으로 화가 치민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사태도 비일비재했다. 어떤 유권자는 무려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봉사단체라는 LA한인회 회장을 뽑는 선거가 정치 권력단체 선거보다 더 극성스럽고 과열선거가 되어 한인회 선거의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시 ‘한인회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과열된 선거에 대한 열정의 10분의 1정도만이라도 미국 주류사회 정치참여에 보였더라면 우리에게는 ‘4.29폭동의 수난’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별취재반 |
제28대 한인회장 선거는 13일 아침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개판’이 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투표 시작이 8시부터였는데 이번에는 9시부터이기에 아침 일찌기 투표를 하고 일자리로 가려는 한인 유권자들에게 불편을 주었다. 특히 선거일에 선관위측은 제대로 투표소를 차려 놓지 못해 제시간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더 우스꽝스런 장면은 선관위원이 선거집행보다 특정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정말 한심한 작태였다.
이번의 선관위를 인선,의결한 LA한인회(회장 이용태) 집행부와 이사회(이사장 강성윤) 모두 이번 사태의 공범자로 이름이 올라가야한다. 이들 집행부와 이사회는 모든 것을 선관위에 일임한채 뒷짐만 지고 있었다. 한인회장 선거는 한인회 업무 중 가장 중용한 과제의 하나이다. 따라서 선거를 집행함에 있어 선관위를 적극 지원하고 협력했어야 했다. 신문이나 방송에 이름이 날 일에 대해서는 빠지지 않은 한인회 임원들이 생색이 나지 않는 일에는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들 자신들이 입으로는 “봉사”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정작 ‘봉사’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 한인회 선거의 후유증의 한 단면으로 또다시 ‘한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노인단체의 임원으로 있는 L씨(75)는 “우리끼리의 선거자체도 제대로 치루지 못해 부끄럽다”면서 “도대체 한인회장을 뽑는 선거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십차례 한인회장 선거에서 법정시비 등이 끊히지 않았는데 왜 그런 시행착오를 계속하는지 의문이다”면서 “한인회가 없어서 한인의 권익이 손상되는가, 아니면 더 혜택이 많았는가”를 제기했다. 상공회의소 임원을 지낸 K씨(56)는 “한인사회 대표조직은 현재의 한인단체들의 연합체나 협의체를 구성하면 될 것”이라면서 “그 정도 협의체나 연합체를 만들지 못하면 그 정도가 우리 한인들의 수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전에 이민 온 G씨(41)는 교회 신자를 따라 투표장에 왔는데 “미국에서 동포단체 선거라서 호기심을지니고 나왔는데 너무 기가 막히다”면서 “어떻게 이런 어설픈 난장판이 될 수있는지 한국인이라는 것이창피스럽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선진국 미국에 사는 동포사회 단체 선거라 선진국 선거로 생각했는데..이것은 아니 올씨다”라고 내뱉었다. 과거 한인회 임원을 지닌 C씨(59)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선관위의 준비부족과 후보자들의 과열 현상은 고질적이 병폐”라면서 “1.5세가 회장이고, 선관위원장이라고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지금의 한인회 체제는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 체제에서도 맞지않고, 다인종미국사회에서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없는 기형적인 조직이다. 20세기에서나 용인되는 조직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기득권적인 사고방식으로 일부 사람들이 꿰어차고 “우리가 대표자”라고 우기는 것은 어설픈 장난이라고 밖에는 아니다. 한인회는 새롭게 개편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