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식당 이름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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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발행하다 보면 난감할 경우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실명보도이다. 칭찬하는 경우의 기사에서는 마땅히 실명보도가 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 관련된 경우에는 보통 익명보도가 많다.
또 익명보도 대신 아예 실명보도 자체를 안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서는 실명보도가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 언론보도의 원칙이다.
하지만 어린이 성범죄의 경우, 언론은 피해자와 가족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실명을 밝히지 않고 범행이나 피해의 상세한 내용도 보도하지는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용감한 피해자들은 사회공익을 위해 자신들의 수치심과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언론에게 실명보도를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 1심재판이 마감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리(7) 양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좋은 예이다.
피해 소녀의 부모는 재판 선고전에 언론에 대해 실명보도와 사건내막을 가능한 자세하게 보도해 줄 것을 요망했다고 한다. 이같은 성폭행 사건을 모든 사람이 알아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부모의 호소였다.
지난해 ‘미국의 언론윤리’라는 주제로 한국언론재단에서 주최한 강연회에서 미국의 언론학자 리차드 로스 교수는 “긍정적인 보도는 익명으로 하더라도 부정적인 내용의 비판기사는 반드시 실명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적이 있다. 그의 신념은 실명보도 여부가 보도의 공신력과 연결된다는 것. 어렵다고 익명보도를 남발하면 보도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로스 교수의 주장이다.
최근 코리아타운의 대표적 대형 체인식당의 하나인 ‘북창동 순두부’(윌셔 소재)가 위생불량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사건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인 일간신문들과 방송들은 ‘북창동 순두부’라는 식당 이름을 알리지 않은채 “윌셔거리의 한 순두부 식당이…” 위생불량 적발로 영업정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본보에 많은 독자들이 “당신들도 이름을 빼고 보도할꺼요”라고 항의성 문의가 잇달았다.  한 독자는 “윌셔거리에 있는 순두부 식당이4군데나 있는데 이들 식당이 모두 영업정지입니까”라고 친절한 안내까지 겼들였다.
실명보도를 안 한 언론사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우선 ‘그 식당이 광고주이기 때문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 하고 있다. 거의 틀리지 않다고 본다.
선데이저널은 ‘북창동 순두부’라는 이름도 명시했고, 사진까지 실려 보도했다. 기사화 하기전에 LA카운티 보건국 관련부처의 위생검사 보고서를 포함해 관련자료들을 취재했다. 보건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들은 정기적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식당 명단을 한인 일간지들이 여러 경로로 알고 있는데 기사화 되는 것을 잘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A타임스 등 미주류 언론 들은 보통 3개월마다 영업정지 당한 식당 명단들을 보도하고 있다.
선데이저널에 실명보도가 나간 후 독자들은 또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북창동 순두부’ 식당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독자는 “문제 식당이 영업을 재개하면서 사과 한마디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면서 “이런 불량한 양심을 지니고 영업하는 업주를  코리아타운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독자는 “한인사회가 잘되려면 언론사가 정직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한인 언론들도 미국언론처럼 실명보도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자는 “ 그 식당에서 팔팔 끓이는 순두부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면 얼마나 더러운지 알 것 같다”면서 “고객의 건강에 관심없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업소에 대해 커뮤니티 차원에서 언론에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한인 언론들의 실명보도 논란에는 비단 불량 식당 뿐만 아니다.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많은 업소들에서 행해지는 불법 상행위도 해당된다. 일부 언론들은 자신들의 광고주 업소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를 인지하고도 고의적으로 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이번 위생불량 식당의 실명보도를 둘러 싼 논란 속에서 지금 한인 언론들은 새로운 시험을 하고 있다.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명보도를 해야 하는가이다. 지금 한인언론들은 실명보도의 한계성을 시험받는 시험대 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위생검열에서 문제가 된 업소와 필자는 아무런 개인감정이 없을 뿐 더러 약간의 안면까지 있어 미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선의의 다른 업소에 본의 아닌 피해를 막기 위해 실명을 거론한 것이다.


<연훈·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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