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SC한국학연구소의 소장 함재봉 박사(USC 정치학교수)는 미주극동문제연구소(소장 한원구)가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한국의 현대사와 한국인의 정체성’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발표에서 “진짜 한국인상은 누구인가, 한인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를 반문하면서 역사에서 해답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미주한인의 역사는 이제 2세기에 접어 들었다. 미주독립운동의 1번지가 되는 국민회관(1938년 완공)은 지난 2003년에 복원되어 이제는 국민회관기념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기념관이 처음 개관됐을 때는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이제는 무관심으로 잊혀져 갈 정도이다. 국민회관기념관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귀중한 장소이지만 커뮤니티가 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에 잊혀져 가는 것이다. 현재 기념관에는 많은 사진들과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으나, 거의 전부가 원본이 아니라 복사본이다. 말하자면 혼이 담기지 않은 가짜 자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원래 국민회관에 있던 귀중한 유물들은 현재 불법으로 반출되어 서울에 도산기념사업회가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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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A기념관-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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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훈,이만열,김운하 공모”
본보는 2003년 9월 423호에서 “국민회관 사료 불법반출 의혹”이란 제목으로 첫 보도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듬해인 지난 2004년 2월 당시 도산기념사업회의 서영훈 이사장은 국내 언론을 상대로 국민회관 복원위원인 김운하씨로부터 기증받은 약1,500 점의 국민회 관련 사료들과 기타 미주 독립운동 관련 자료 들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거창하게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내에서 미공개됐던 귀중한 자료들을 도산기념사업회가 기증받게 됐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이 있은 후 국내 사학계 일부에서는 “국민회의 사료들이 어떻게 기증 됐는지 의문이다”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지난 2004년 4월 한국의 국사편찬 위원회와 미국의 USC와 UCLA 등이 공동 개최한 이민사 자료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학자들 일부가 “도산기념사업회에 기증된 사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LA지역 이민사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적이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한 관계자가 본보에 제보했다. 이후 본보는 추적 취재에 나섰으며 지난 2004년초부터 시리즈로 “국민회관 사료 불법 반출됐다”라는 제목으로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본보가 국민회관 사료 불법반출을 특종으로 보도한 이후부터 도산기념사업회의 서영훈 회장과 김운하씨와 사료기증 협의를 벌였던 당시 도산학회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및 도산기념사업회 최종호 사무국장 등 임원들은 가급적 김운하씨의 사료 기증사실에 대해 언급하기를 극력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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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A기념관-2 |
| “문제점 있다”
올해 초 LA를 방문했던 이만열 당시 국사편찬위원장은 JJ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도산 기념사업회로 기증된 국민회관 유물에 대해 미주동포사회에서 문제가 있다고 듣고 있다”고 말해 그 자신도 김운하씨로부터의 기증이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이만열 전위원장은 불법반출된 자료로 간행된 ‘미주지역한국민족운동사’ 서문 글에서어떻게 이들 자료들을 기증받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만열 회장은 도산기념사업회에서 국민회관복원준비위원장을 맡게되면서 평소 알고 지내왔던 김운하씨와 접촉해 어렵사리 사료들을 기증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회관 자료 수집과정에 관련한 그의 설명에는 석연치 않은 부문이 많으며 바로 이 부문이 국민회관의 사료불법반출의 의혹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 선생(김운하)이 신한민보를 간행할 때에 국민회관에 사무실을 두었다는 점이 그의 자료 수집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최근 몇몇 분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나 이점에 대해서는 김 선생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적었다. 도산의 외손자인 필립 커디 씨는 지난 2003년 12월 각 언론사에 보낸 글에서 “김운하 씨가 과거 국민회관 건물에서 신문을 발행하다가 퇴거하면서 국민회 자료들을 개인적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회 사료들이 서울의 도산기념사업회로 불법 반출된 것은 범죄행위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이 같은 불법반출은 이만열 씨와 서영훈 씨 그리고 김운하 씨 등이 벌인 공모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회관을 본부 건물로 사용했던 대한인국민회는 오늘날의 한인회와 같은 성격이다. 한인회의 뿌리는 국민회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상의 유물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정체성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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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A기념관사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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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사단도 책임
국민회관에서 불법반출된 유물을 찾아 오는 것은 현재의 국민회관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기념재단(공동이사장 홍명기,백영중,김도기)의 일차적 책임이다. 특히 홍명기 이사장은 국민회관을 복원하는 복원위원회 회장으로 활동한 당시에도 서울의 도산기념사업회에 대해 불법반출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 사항에 아무런 발표가 없었다. 더구나 최근 도산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이 “자료집이 완간되면 유물을 돌려 줄 의향도 있다”고 한 사실을 두고, 유물반환을 위한 협상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이민사를 연구하는 한 관계자는 “국민회관의 후신인 국민회관기념관측이나 국민회관 건물의 소유주인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측이 일차적으로 유물반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주 흥사단도 이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회는 1989년 해산할 당시 소유하고 있던 기금과 유물들의 처리 책임을 흥사단에게 위임했으며, 흥사단은 이를 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사단은 지금까지 국민회관 유물보존이나 기금처리에 재데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민회관 유물보존 문제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흥사단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 특히 미주 흥사단을 책임지는 백영중 위원장은 장기간 재임하면서 흥사단을 활성화 시키지 못하고, 지도력에도 한계가 있어 단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기업가로는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나, 도산이 웅대한 이상을 품고 설립한 흥사단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