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8시 코리아타운 내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서는 LA한인상공회의소(회장 정주현)가 주최한 단체장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에드워드 구 부동산협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신년인사회에서 먼저 주최측인 상공회의소 정주현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이어 최병효 총영사도 의례적인 인사말이 끝났다. 다음으로 남문기 LA한인회장의 순서였다. 남 회장은 의례적인 신년사를 간단히 낭독한 다음 “여기까지는 형식적인거구요”라면서 대뜸 한국일보 3일자 미주판 신문을 펼치며 “총영사, 이게 뭡니까!”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 신문에는 최병효 총영사의 신년대담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문제의 신문에는 ‘한인단체장 커뮤니티 현안 너무 무관심’이라는 주제목과 함께 부제로 ‘최병효 총영사 새해벽두 쓴소리’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 신문은 총영사와의 신년대담을 하면서 총영사관의 새해 역점사업을 보도하기 보다는 한인단체들이 커뮤니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총영사의 말을 1면 머릿기사로 한층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말하자면 총영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빌미로 한인단체장들을 비난했던 것이다. 물론 총영사도 한인 단체장들, 특히 최근에는 남문기 한인회장과 껄끄러운 사이였다.
공관의 단체 길들이기
이 신문은 “총영사가 일부 한인단체장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고 했다. “일부 단체장들”에는 당연히 LA한인회장이 포함되는 의미였다. 이 신문 기사에서 최 총영사는 “현재 코리언가든 조성, 수퍼블럭(LA총영사관 인근 부지)개발 프로젝트, 총영사관 전광판 사업, 영사관 ID확대 등 한인 커뮤니티의 주요 사업들이 산적해있고 이를 총영사관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같은 커뮤니티의 현안 사업을 위해 LA시 정부나 총영사관에 전화 한 통화를 해 관심을 표명한 단체장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며 한인단체장들의 커뮤니티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했다. 이같은 보도를 접한 남문기 회장은 작심하고서, 신년인사회에서 총영사를 상대로 쓴소리를 퍼부었다. 총영사는 한국일보를 통해 한인단체장들에게 쓴소리를 했지만, 남문기 회장은 단체장들이 자리한 신년인사회에서 총영사의 면전에다 쓴소리를 한 것이다. 남 회장은 “우리 단체장들이 열심이 뛰고 있는데… 무관심 하다는 말씀이 너무 과하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나한테 (총영사관의 역점사업들) 의논한 적이 있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 회장이 계속 불만을 이어 나가자, 사회를 보던 에드워드 구 씨는 “인사를 간단히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남 회장이 끝내 주기를 바랬다. 총영사를 두둔하는 사람들과 남회장을 두둔하는 인사들 간 신경전이 전개되고 소란이 계속되자 남 회장은 “소란스럽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단상에서 내려와, 옆에 앉은 최 총영사와 계속 상기된 표정으로 대치를 벌였다. 남 회장과 최 총영사가 자리에서 다시 서로 불편한듯한 언성을 주고 받자 취재진들이 두사람 앞으로 몰려 다가가 집중적인 사진촬영을 하자 다른 단체장들은 바라다만 보았다. 이자리에서 최 총영사는 ‘나는 그럴 의도로 인터뷰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신문이 이상한 방향으로 기사화를 한 것으로 해명했다. 최 총영사의 해명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 총영사의 인터뷰는 한국일보만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라 중앙일보도 함께 인터뷰했으나 유독 한국일보만이 이상한 방향의 제목으로 보도되 마치 최 총영사가 한인단체들을 폄하하는 듯 묘사되어 최병효 총영사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모양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똑 같이 취재한 중앙일보는 전혀 다른 각도로 보도되어 두 신문이 전혀 다른 취재 양상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두 사람의 단상 옥신각신 광경을 바라보는 단체장들도 두 사람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설전에 당연히 멀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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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효 총영사 VS 남문기 한인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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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영사관의 의도는….
그러나 어찌되었던 이날의 해프닝은 최 총영사가 먼저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어버렸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신년대담에서 그동안 한인회 등에 지녔던 감정의 일부를 쏟아냈다. 지난해 말 홍준표 의원이 LA한인회 초청을 받고 참석한 참정권추진대회에서 총영사관의 민원영사를 회의장에서 “염탐하지 말라”며 쫓아낸 것 등을 포함해 수재의연금 수표반환 사건 등을 염두에 둔 것 같다. 하지만 한인회측도 총영사관에 할 말이 많다. 총영사가 고의적으로 한인회 행사 등에 참석 치 않아 한인회를 물 먹이려는 소행이 괘씸하다는 것이다. 총영사는 비선조직에서 권유하는 행사에는 얼굴을 비치면서 한인회가 주관하는 중요행사에 자신은 타 행사를 핑계로 고의적으로 부총영사나 다른 영사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에 문제의 신문에서 총영사가 제기한 ‘수퍼블럭 프로젝트’에 커뮤니티 단체장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그 동안 총영사관이 쉬쉬하여 왔으며, 오히려 LA시당국이나 재개발국 등에서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 이미 관련 커뮤니티 단체나 인사들이 많은 관심을 LA시당국 관련부처와 이야기를 벌여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총영사관측은 일방적으로 ‘수퍼블럭 프로젝트’를 자신들만의 실적위주로 진행시켜 오면서 일부 총영사관측과 가까운 인사들과 논의를 벌여왔다.이렇게 쉬쉬하고 자신들만의 계획으로 추진하면서 커뮤니티 단체장들에게 함께 논의를 제의하지 않은 것이 더 문제라는 것이 한인회측이나 다른 관련된 단체장들의 생각이다. 남 회장이 신년인사 회에서 작심하고, 총영사 면전에다 “언제 나한테 의논한 적이 있는가”라고 한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한편 총영사가 제기한 LA 식물원에 ‘코리안 가든’을 조성하자는 계획은 최 총영사의 개인적인 관심사를 공식화하는데 더 중점을 둔 계획이지 원래부터 커뮤니티와 협의를 하고 만들어진 계획이 아니었다.
총영사관 불 끄기 작전
신년 초부터 한인회와 총영사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커뮤니티의 비난이 쏟아져 나오자 총영사관측은 성급히 불을 끄고 보자는 심산으로 나섰으나, 커다란 불씨는 계속 남겨져 있다. 총영사관측은 한인사회의 현안문제를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대화 채널 기구를 마련하자는 의견을 커뮤니티에 내놓았다. 남회장과 최 총영사가 정면으로 충돌한 다음날인 지난 4일 총영사관측은 최근의 양측간의 불협화음이 상호 대화가 부족했다며 앞으로 한인사회의 현안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 대화채널을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한국일보는 5일자에서 보도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결국 총영사관과 한인회가 적극적인 대화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한인회 측과 의견의 일치를 이뤘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한인회를 포함한 주요 한인단체들과 총영사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인사회 주요 현안사업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 총영사 발언의 진의도 바로 한인단체들이 공관과 협력해 현안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라는 것이었다”며 “이번 사건이 오히려 공관과 한인단체간의 협력 관계 구축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는 한국일보와 총영사관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문제를 빨리 봉합시켜 보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총영사관과 가까운 K모씨가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남 회장은 “그 신문 기사 내용에서 우리와 합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대화를 갖자는 데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회에 커뮤니티의 여론을 총영사관이 제대로 알게끔 해주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제임스 최 취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