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김일성’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의회도서관은 해방 직후 북한 정권 수립에 관여했던 고려인 81인의 육필 수기를 마이크로 필름으로 제작했다. 이 수기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북한군 대좌 출신의 유성철 전 작전국장이 있다. 유성철은 이 수기집에서 6.25 전쟁이 어떻게 해서 발발하게 됐는지 비화를 공개했다. 또 북한 김일성 주석이 일제 당시 전설적 무장 독립 투쟁을 벌인 김일성 장군과 동일인이 아닌, ’가짜 김일성‘이라고 폭로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지금까지 국내 학계와 언론 등에서 ‘김일성 가짜설’은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존시는 물론 사후에도 ‘가짜 김일성’에 대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의회 도서관이 제작한 ‘숙청된 고려인 가족 81인의 육필수기’에서도 ‘가짜 김일성’ 주장이 제기됐다.
유격대출신들이 가짜 김일성을 인정하고 따랐을까.
이 사람은 절대로 북한의 김일성과 동일 인물이 아니다. 보천보 사건 5개월 후 김일성은 만주의 밀영에서 일본군의 포위 공격을 받고 부하 8명과 함께 전사했다. 쓰러진 김일성의 시체는 항일연군측이 회수하지 못했고, 인근 주민들의 그의 얼굴을 보고 김일성이 틀림없다고 확인했다.” ‘가짜 김일성’ 주장하는 이들은 이때 진짜 김일성이 분명 죽었으며 북한의 김일성주석은 ‘제갈공명의 주검’을 이용하듯 둔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례로 보천보 전투의 김일성 활동 내역부터가 다르다. 그 주장은 이렇다 “김일성이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1937년 보천보 전투다. 보천보와 불과 20km 떨어진 곳에 혜산진이 있다. 김일성부대는 현지 공작원득과 연계해 치밀한 사전 준비를 한 뒤 6월 4일 압록강을 건너가 마을 점령했다. 주재소를 습격해 무기를 탈취한 뒤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항일독립운동의 필요성을 연설하는 등 24시간을 점령한 뒤 삐라를 뿌리고 철수했다. 혜산진에서 일본군 수비대가 출동해 뒤를 쫓았으나 오히려 사상자를 내고 도망쳤다. 만주의 항일세력이 조선 땅에 쳐들어와 잠시나마 마을을 점령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김일성의 이름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김일성은 일본군의 제1 표적이 됐는데 그의 목에 현상금 1만엔이 걸렸다. 이후에도 김일성부대는 만주 지역 일대에 유격전을 벌이며 일본군을 괴롭혔다. 1940년에는 김일성부대를 쫓던 일본군의 마에다 중대를 치열한 교전 끝에 섬멸해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렇듯 보천보 전투의 해석에도 시각이 판이하다.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만 해도 ‘독재자’ ‘민족 중흥을 이룬 탁월한 지도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 입장에서는 극악무도한 테러범이지만, 이슬람권에서는 영웅이다. 김일성이 그 유명한 김일성 장군이 아닌, 가짜라는 주장은 1945년 10월 평양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김일성장군 환영대회에 나타난 김일성이 33세로 너무 젊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두 사람의 현격한 나이 차이로 미루어 둘은 결코 동일 인물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혜성같이 나타난 젊은 김일성과 노장군 김일성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 것일까. 이와 관련,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 와다 하루키 교수의 회고록에서 어느 정도 단초가 발견된다. 와다 하루키는 회고록에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1944년 소련령의 동북항일연군 부대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는 김일성이 등장한다. 사진 속의 김일성은 훗날 북한 김일성 주석의 모습 그대로다. 이 사진과 함께 김일성과 항일 빨치산 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들의 면담을 토대로 와다 하루키 교수는 ‘김일성 가짜설’이 ‘가짜’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는다. 본명이 김성주인 김일성이 어떻게 김일성장군의 이름을 이어받게 됐을까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일부 의식 있는 김일성 연구 전문가들은 김일성이 김일성장군의 ‘가케무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시 말해 김일성 장군의 사망후 사기 위축을 우려한 항일빨치산 조직 내에서 김일성 장군의 대역을 맡을 사람을 찾았고, 그 역할을 젊은 김일성이 맡았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역사에도 비근한 사례가 있다. 전국시대 일본의 실력자 다께다 역을 맡았던 가케무사가 바로 예다. 가케무사는 오랜 세월 죽은 다케다 역할을 해오다 자신이 진짜 다케다로 착각해 비극적 말로를 맞았다. 그러나 김일성은 한때의 가케무사 시절을 넘어 북한을 통치하는 절대 권력자가 되었다. 이 진 (언론인) <뉴스포스트 제공> |
가짜 김일성 논란에 새 주장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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