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버는 고급 직업, “사랑의 인술”로 존경의 대상이 되던가, 아니면 가끔 매스컴에 나오는 ‘악덕 의사’를 떠올릴 것이다. 의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매일 만나는 환자들이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가져 오기에 이들을 치료해야만 한다. TV에서 보듯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처절한 모습으로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를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죽음을 앞 둔 환자에게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어 더할 수 없는 무력감도 느끼기도 한다. 가끔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의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함께 매도되어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부정하고 부도덕한 의사들은 극히 일부의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 의사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달에 평균 두 명꼴로 한인 의사들이 캘리포니아 주정부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있어 한인 의사들의 직업윤리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LA한인사회지도 급에 있는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있어 충격이 더 크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진료의 불성실로 환자의 생명을 잃게 만든 의사들도 있다. 본보가 캘리포니아 주정부 의무심의위원회(MBC, Medical Board of California)로부터 수집한 2006년도 심의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중징계를 받은 한인 의사들이 무려 22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LA한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장전문의 김일영박사(현 새한은행 이사장)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헐리웃 차병원의 ‘환자 버리기’ 사건을 계기로 의사들의 윤리의식 실종 사례들과 중징계 실례들을 추적 전격 취재해 보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지난 한해 한인의사 22명 처벌 받아, 오진보다는 부실 진료 새한은행 이사장인 심장내과 ‘김일영’씨등 유명의사 상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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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한은행 이사장인 심장내과 ‘김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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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린 의사들도 줄줄이 징계
주정부 당국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한인 의사들의 징계는 우선 이들이 환자들에게 불성실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되어 있었다. 의사들의 기본 사명인 환자에 대한 성실한 진료가 실종 당했다는 것은 이미 의사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주정부 당국자들도 “의사들에 대한 처벌은 우선적으로 환자에 대한 보호와 공공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 징계를 당한 한인 의사들은 사실상 ‘면허박탈’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질렀으나 주의무 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간신히 면허유지를 허가 받았다. 베버릴 힐즈에서 개업하고 있는 베버리힐즈성형메디칼센터 이희영(면허번호 G-83622) 의사는 2004-2005년도 아메리카 톱 의사 명단에 오를 정도로 유명했다. 그는 디스커버리 채널과 E! 채널 그리고 영국과 독일 TV에도 출연할 정도로 명성과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1년과 2003년에 두 명의 한인 여성들의 성형수술에 문제를 일으켜 그동안 주의무 당국의 수사를 받았으며 결국 지난해 4월 21일 공개 경고처분을 받기에 이르렀다. “C.O. K.”이란 환자는 이씨로부터 복부와 팔 등에 성형수술을 받았으나, 피가 흐르는 등 문제가 발생해 수사를 받았고, “H. K”라는 환자도 유방, 복부, 팔, 다리 등등을 성형수술을 받았으나 애초 의사가 약속한데로 시술이 안되어 결국 수사를 받고 의사로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공개 경고처분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다.
불성실 챠트 기재로 사망환자도 발생
코리아타운에서 ‘사랑의 병원’과 ‘템플병원’에서 심장내과 진료를 하는 김일영(면허번호 A-33707) 의사는 지난 2001년 “Carolin B”라는 당시 48세의 여성 환자를 진료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도록 했다. 또한 2000년에는 “Young K”이란 당시 47세의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질병 상태를 크게 악화시켰다. 지난 2001년 4월 10일 처음 템플 병원에 수술을 위해 입원한 여성환자“Carolin B”는 몸무게가 254 파운드나 되는 비만체질이었다. 김씨는 이 환자가 “층계에 오를 때 숨이 차다”고 했는데 진단서에는 “환자가 층계를 오르는데 힘들다”고 적었다. 또 혈압과 혈당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수술을 해도 좋다는 의견서를 내놓았다. 이 환자에 대한 수술은 그 날 약 4시간에 걸처 진행됐다. 하지만 수술후 환자의 혈압이 급속히 올라가는 증세를 보였다. 4월 12일에는 160/86, 14일에는 178/88 그리고 15일에는 210/120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소견서에 가슴 통증과 숨가쁜 것이 없다고 적었고 심장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챠트’에 기재했다. 다만 미열 상태가 조금 나타난다고 만 기재했을 뿐 특별한 증세가 없는 것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16일 환자는 호흡곤란 증세가 닥치면서 심동지완 상태로 응급사태가 벌어져 김씨와 다른 의사들이 달려 들었다. 환자는 곧 숨을 걷우었다. 검시 결과 사인은 ‘돌변적인 심장부정맥으로 인한 사망’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적인 검시결과 애초 김씨가 판정한 질환 증세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무 심의위원회의 수사 결과 김씨의 진료과정이 적절치 못했다는 점들을 포함해 진단서 작성과 환자 용태에 따른 적절한 처방 등이 미비했던 것으로 결론이 내린 것이다. 또 다른 환자 케이스인 “Young K”는 지난 2000년 1월 4일 처음 김씨의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 환자는 가슴통증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또 환자는 병원에 오기전 ‘가슴통증 때문에 가끔씩 잠에서 깨어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골프 할 때도 가슴 통증을 느꼈다’고 말했으며, 땀을 흘린적도 있고 두통 증세도 있다고 말했다. 이 환자를 진단한 김씨는 소견서에 혈압과 몸무게 등을 적었으며 질환 상태에 대한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다음날인 5일에 환자는 다시 김씨를 찾았다. 이 날도 김씨는 특별한 사항을 기록하지 않았다.그 해 말 12월 5일 진료시에도 “재투약” 정도만 기록되어 있을 뿐 환자 진료에 대한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해가 바뀌어 2001년 5월 8일 진료 소견서에는 혈압측정과 몸무게 정도가 기록 되었을 뿐 특별한 사항이 없었다. 하지만 환자는 계속 가슴통증을 호소했고, 목과 어깨 부위에서도 통증을 느꼈다. 참다못한 환자는 다른 의사의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2002년 12월 5일에 세인트 빈센트 병원에서 혈관재생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사항을 수사한 주의무심의위원회는 김씨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세심한 배려도 하지 않고 태만했으며, 환자 상태에 대한 기록도 제대로 실행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환자를 더 큰 위험에 방치 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새한은행 이사장이기도 한 김일영씨는 위의 두 사건으로 주의무당국으로부터 고발 당해 수사를 받아 왔으며 지난해 9월 14일자로 면허박탈의 위기를 넘겨 2년 집행유예 조치를 받았다. 그는 이 기간 동안 특별교육과 진료 기록 보존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받게 된다. 지난 1981년 LA코리아타에 병원을 개업한 김일영 의사는 원래 뉴욕에서 6년간 심장내과 전문의 수련과정을 6년간 밟은 후 LA로 이주했다. 지난 1999년에는 여성동아 5월호에 김씨의 네 남매 중 세명이 전미국 최우수 고교생으로 뽑혔다는 자랑스런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당시 김씨의 네자녀가 모두 하버드대학에 재학중이거나 진학예정이고, 세 자매는 캘리포니아 주니어 미스로 선정돼 활약했거나 현재 활약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LA 소재 윤병인(면허번호 A-32423) 의사는 메디칼 환자들을 이용한 결과로 징계를 받아 지난해 3월 2년 집행유예 조치를 받았다. 이상현(면허번호 A-77568) 의사도 불법처방 등으로 지난해 1월 공개 경고처분을 받았다. 오렌지 카운티 거주 데이빗 장(면허번호 A-72717) 의사는 지난 2001년 5월 16일 70세의 환자 M.C.를 진료하면서 불성실한 진료로 환자가 ‘뇌사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현재 검찰은 면허취소를 위한 고발조치를 한 상태이다. 그는 주의무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판결 이후 60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계속 특별교육과 상담을 받아야 하고, 진료는 할 수 있으나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모든 진료기록의 보존과 보고사항을 철저히 해야만 한다.
환자들과 섹스 스켄들 성희롱 빈번히 발생
샌타클라라 소재 김형준(면허번호 A-97288)의사는 원래 뉴욕주 의사면허 소지자로 2005년 1월에 캘리포니아 의사면허를 신청했으나 주정부에 의해 거부됐다. 김씨는 2004년 12월 31일 밤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경력이 있는 것을 신고치 않았기 때문이다. 피터 지(면허번호 G-77088)씨는 환자들을 제시간에 진료치 않는 등 불성실한 진료로 2005년 12월 22일자로 공보를 통해 경고를 받았다. 북가주 레딩 소재 문재현(면헌번호 A-32120) 의사는 2002년에 “J. C.”라는 당시 55세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특별한 진료도 없이 심장수술을 권고하는 등 오진을 유발시켜, 수술 직전에 환자가 거부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케이스는 FBI의 수사를 받기도 했는데 현재 고발 당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자세나 불성실한 진료에 대해 주당국은 시민들의 고발을 받고 있다. 주의무당국의 진료담당 심의위원장인 로널드 웬더 모이 박사는 “환자나 가족들이 평소 의사들의 불성실한 진료를 받았을 경우 신고하여 주면 공공안전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나 가족들이 불평사례를 신고하려면 전화 (916) 263-2424로 하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40대의 의사가 자신의 아내와 성관계 장면을 인터넷에 올려 적발 당하는 케이스도 나타나 의사들의 윤리 문제가 새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샌디에고 소재 백정필(면허번호 A-50381)의사는 성형수술을 핑게로 환자를 상대로 성희롱을 하여 면허취소 위기까지 갔다가 지난해 11월22일 주의무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7년 집행유예로 간신히 살아 남았다. 그는 1992년에 의사면허를 받았는데 지난 2004년 9월 14일 여성환자로 온 L.C.를 상대로 복부 성형을 핑게로 유방을 더듬어 환자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의사 징계 현황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의료법이나 기타 법을 위반하거나 환자들을 잘못 진료해 피해자들로부터 고발을 당한 의사들을 징계하는 곳은 캘리포니아주 의무심의위원회(MBC, Medical Board of California)이다. 현재의 이사(심사위원)수는 21명이고, 그중 의사가 12명이다. 징계심사를 하는 이사회 모임은 1년에 4회로, 징계는 명백한 증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주정부의 의사면허 관할기관인 주의무심의위원회는 면허증 소유자의 면허갱신에서 의사들을 스크린하고, 문제 있는 케이스는 담당직원이 조사해서 결과를 이사회에 제출하고 이사들이 징계문제를 심사한다. 주지사가 임명하고 징계권한을 위임받은 이사, 즉 심사위원은 이사회에서 문제된 안건을 논의하고 징계여부와 징계정도를 다수결로 결정하며,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청문회를 열기도 한다. 의무심의위원회의 중요한 업무의 하나는 주정부에서 면허특권을 부여받은 일부 의사들의 비직업적이거나 부적당하거나 또는 무능한 의료행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데 있다. 그리고 모든 주정부에는 의사업무지침이라 할 의료업무법안(medicalpractice act)이 있어 이를 범하는 의사들을 조사하고 이사회에서 심사해서 면허 갱신에 반영한다. 전국적으로 의사징계의 주된 이유는비전문적행위, 마약 또는 알코올 남용과 약품처방 위반이다. 의사로서의 ‘비전문적행위’(unprofessional conduct)란 △환자 학대 △진료기록 부실 △보편적인 증상을 무시한 진료행위 △이유없이 약품의 과다용량 처방 △육체질환 또는 정신병이 있어 업무수행장애 △요구된 의무사항 불이행 △면허규제에 있는 진료이외의 행위 △불성실 또는 사기행위 △무면허자에게 대리진료 등이다. 한 가지 특기할 일은 의료과실(Malpractice)소송에서 의사가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징계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소송은 증거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고, 배후타협이나 소송판결이 반드시 의사의 실력부족이나 범법과 연관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송결과 부당행위가 뚜렷하다고 지적된 케이스에 대해서는 공중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 리포트를 검사해서 징계에 반영한다. 의무심의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공중보건이 우선이다. 그래서 ‘의무심의위원회’는 의사에 대해 면허박탈 또는 면허정지 등 가혹한 처벌보다 유예기간을 두고 제한된 면허를 지속하해서 보완교육과 재활기간의 기회를 주는 일이 많다. 캘리포니아주의 일반의사 면허소지자 12만27명 중 현직의료 종사자는 2005년 통계로 9만2,852명이다. 한편 2004년도 통계 중 전체 9만 여명의 의사 중에서 면허증 박탈은 216건이다. 면허 제한조치를 받은 159건과 기타 징계 문책건수 169건을 합해 전체 징계는 544건이었다. 그리고 징계에 관여된 의사 수는 처벌성 징계 449명과 비처벌성 징계 106명을 합해 모두 531명이다(중복된 의사가 있으므로 합계보다 숫자가 적다). 캘리포니아 현직의사 9만 명 중 징계 의사 수는 449명으로 의사 1천 명당 5명 미만의 비율이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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