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은 ‘멕시코 한인이민 100주년의 해’였다. 당시 미국의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멕시코를 찾았다. 이곳에서 한인들은 뿌듯한 미담에 감동했다. 멕시코 전역에서 모여든 4,000여명의 불우한 소녀들이 무료로 기숙사에서 교육받고 직업까지 보장받는 ‘찰코 소녀의 집’(분원장 정말지 수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한 지붕 4000여명의 청소년을 위한 무료직업 학교인 ‘찰코 소녀의 집’이 한국인 수녀들의 사랑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이민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05년 9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멕시코 방문 시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직접 이 학교를 찾았다. 당시 4000여명의 학생들은 한국어로 가수 노사연의 ‘만남’ 곡을 합창, 권 여사를 포함해 한국인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찰코 소녀의 집’은 멕시코 대통령 영부인이 3번이나 찾아 아낌없는 찬사를 남겨 전국적인 명성도 얻었다. 이 같은 ‘찰코 소녀의 집’을 후원해 오고 있는 멕시코 동포 유영준 회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한인들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소녀의 학교’의 학생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는 당연히 ‘꼬레아’다. <제임스 최 취재부 기자>
‘정말지’ 한국인수녀 운영, 4000명 불우소녀 무료 교육
유영준 후원회장 “남가주 한인동포들의 관심과 후원에 기대’ 각계각층서 후원, 김남권 전 재미대한체육회장 등 적극 지원
|
 |
▲ ‘소녀의 집’후원회 유영준 회장 |
|
“최근 ‘소녀의 집’ 학생들이 집단으로 질병을 앓고 있어 수녀님들이 근심하고 있다”며 근황을 알려준 유 회장은 “의약품을 포함해 학용품 등 모든 것이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시간에는 운동화를 신지 않고 뛰는 학생들이 많다”며 “배급 받은 운동화를 아끼기 때문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찰코 소녀의 집 후원회는 지난 2005년 처음에 24가정이 뜻을 모아 후원회를 조직했는데 이제는 300후원회 가족으로 증가했다. 이들 후원회원들은 ‘소녀의 집’에 LG전자에서 지난 해 세워 준 양궁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들의 활동비도 후원하는 등 여러가지 봉사활동을 펴왔다. 그러나 워낙 학생수가 많아 멕시코 현지 한인 후원회 자체 능력도 한계가 있어 미주한인들에게 관심을 바라고 있다. 사업확장을 위해 미국에 온 유 회장은 김남권 전재미체육회장이 선뜻 후원 의사를 밝혀 용기를 얻었다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용품이나 생활용품 무엇이든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소녀의 집에서 일하는 한국인 수녀님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면서 “기회가 되면 미주 동포들이 직접 현지를 가 보면 놀랄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학교가 명성을 얻으면서 이제 남미 브라질 등에도 새 학교를 세우려는 계획을 수녀님들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찰코 소녀의 집’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멕시코에서는 “자녀를 보내고 싶은 곳”으로 유명하다. 시골 농촌 지역의 소녀들에게는 “꿈의 학교”로 소문이 날 정도다. 그 이유는 중. 고등과정의 교육기간 동안 일체 무료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최상의 조건에서 공부를 할 수 있어 웬만한 대학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 수녀들이 운영하는 ‘소녀의 집’에는 지난해 임기가 끝난 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재임시절에 영부인 마르타 사군 폭스 여사와 함께 방문해 격려했으며 장관들과 일류 기업인들도 방문해 명성을 높여갔다. 지난해 2월에도 대통령 부인 폭스 여사가 학생들이 준비한 패션쇼를 보러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어울렸다. 폭스 여사는 지난 2004년 12월 2일 대통령 관저에서 당시 ‘멕시코 한인이민100주년’을 취재하는 MBC취재진 정길화 PD와의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찰코 소녀의 집’을 언급하면서 한국인 수녀들의 봉사에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멕시코 불우학생들을 한인 수녀들이 가르치고, 먹이고, 보살펴 주고 있다”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그녀는 “나는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특히 현재 멕시코에 있는 찰코 소녀의 집, 과달라하라 소년의 집과 같은 한국인 수녀들에 의해 운영되는 교육기관의 활동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폭스 여사는 “한국 수녀들은 아주 놀라운 분들이다. 그분들이 멕시코에서 이루어낸 업적은 정말로 대단하다. 지방에서 사는 어린아이들 혹은 가난한 멕시코 어린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수준 높은 교육을 베풀고 있다. 이는 한 인격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이 학교에서 느껴지는 교육의 공기는 정말로 따뜻하다.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이 한국 수녀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육이다. 그래서 멕시코 국민들은 이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있다”며 극찬하였다. 한국도 방문한 적이 있는 폭스 여사는 “1905년에 멕시코 살리나 크루스를 거쳐서 유카탄에 도착한 1,000여명의 한인들이 멕시코와 한국간의 역사를 개막한 주인공들인데 지난 100년 동안 그들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MBC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100년 전에 이곳으로 오게 된 한국 사람들과 지난 한 세기 동안 그들이 멕시코에서 이룬 모든 것들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고 경의를 표했다. 멕시코의 한 장관은 자신의 딸을 이 ‘소녀의 집’에 입학시키기 위해 로비를 했다고 한다. 물론 입학이 되지 못했다. ‘찰코 소녀의 집’은 멕시코 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도 높여주고 있다. 주 멕시코 한국 대사관이 청와대 국정브리핑에 올린 내용 중에 “한국인 수녀님들 덕분에 우리가 멕시코에서 어깨 좀 펴고 삽니다!”라는 글도 올린 적이 있다.
 |
▲ ‘소녀의 집’울 방문한 멕시코 대통령 부인 폭스여사가
정말지 수녀를 만나고 있다 |
|
|
이 학교는 멕시코시티에서 서쪽 편에 자동차로 40분쯤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흙먼지 나르는 전형적인 멕시코 농촌에 세워진 ‘소녀의 집’은 주위와는 달리 푸른 나무와 잔디로 뒤덮인 10만평 대지 위에 자리잡고 있다. 1990년 한국 부산의 마리아수녀회가 문을 연 이 학교가 현재는 라틴 아메리카 사회에서 명소로 알려지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학생을 모으는데도 힘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서 모여드는 학생들의 입학 경쟁률이 평균 5대1. 선발기준에는 동점인 경우엔 가난한 순서로 형제가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한다. 성경 말씀대로 ‘낮은 자 중에서도 낮은 자’를 배려하려는 취지였다. 이 학교에서는 영어 등 교양과목과 타자·속기 등 기술 교육 외에 회계·유아교육·컴퓨터 등 전공별로 진행되는 교육 과정은 교육부가 연구할 정도이며 시설도 웬만한 단과대학을 뺨친다고 한다. 각종 실습실에 도서관·수영장·컴퓨터실·시청각 교육 실까지 갖췄다. 이 같은 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인 수녀들과 교사 및 봉사진들이 학생들에게 베푸는 애정이다. 매년 1~6월 신입생 모집 기간이면 수녀들은 멕시코 전국을 방문해 학생들과 부모들을 면접한다. 그들의 출신 환경이나 가정을 보아야 학생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하여 선발된 학생들과 수녀들은 7월과12월 방학을 빼고는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한다. 학생들을 부모들이 마음대로 만날 수도 없다. 규정에 의해 매년 5월 둘째 토요일만 면회가 허락된다. 전국 각지 학부모들 중에는 이날을 위해 돈을 모아 음식도 장만하고 버스 100여 대를 전세 내 학교로 모여들어 큰 잔치 마당이 된다.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먹이기 위해 빵 공장에서 하루에 만들어내는 빵만도 12,000개가 넘는다. 옷을 한 벌 입히려면 한번에 4000벌이 필요하다. 내복도 한 벌만 주어도 4000벌이 필요하고, 칫솔도 4000개가 필요하다. 학교의 운영 재정은 국제적으로 정기 후원자들 외에 그때그때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로 꾸려간다고 한다. 지난해LG전자는 양궁장을 만들어 주었으며, 칼텍스 그룹은 교복 8000벌을 기증했다. 폭스 여사도 기업가들을 대동해 학교를 방문해 컴퓨터를 비롯한 선물을 큼지막하게 주고 갔다. 이 같은 ‘소녀의 집’ 학생들에게는 한국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지난 2003년과 2005년에 ‘소녀의 집’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해 공연을 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부산 소년의 집에서 열린 멕시코 ‘찰코 소녀의 집’ 합창단은 신나는 라틴 음악과 멕시코 전통 민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음악인 ‘아리랑’ ‘아,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기를 끌고 있는 유행가와 영화 주제곡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9000명을 넘긴 ‘소녀의 집’ 졸업생 중에는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 회계사 등 사회적으로 엘리트도 다수 배출됐다. 대부분 어엿한 숙녀가 됐다.. ‘제2의 정말지 수녀’가 되겠다며<마리아수녀회>에 입회한 졸업생도 50명을 웃돈다고 한다.
“한국인 마더 데레사” 정말지 수녀
 |
▲ 정말지 수녀 |
|
| 정 말지(43)수녀는 27세 새내기 수녀 시절, 부산에 본부를 둔 ‘마리아수녀회’ 수녀로 1990년 척박한 멕시코 땅에 파견되어 불우한 멕시코 청소년들을 위한 ‘소녀의 집’을 세웠다. 당시 ‘마리아 수녀회’를 설립한 미국인 신부 1명, 필리핀 수녀 2명과 함께 27세 나이로 찰코에 파견된 정 수녀는 오늘 날 ‘소녀의 집’을 학생 수 4000명의 세계 최대 기숙학교로 성장시켰다. 초창기에는 남녀 공영 학교였으나 그 후 분리되어 운영하고 있다. 정 수녀는 지난 17년간 일편단심으로 불우한 소녀들의 어머니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실지로 학생들은 정 수녀를 “마드레 보니타”(예쁜 엄마)로 부르고 있다. 17년 전 이곳에 파견된 정 수녀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너희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에 따라 불우한 멕시코 소녀들을 데려다 무료로 재우고 입히며 가르쳐, 지금은 멕시코인들이 이곳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정 말지 수녀의 공식 직책은 한국마리아 수녀회 찰코 분원장이다. 학교에서는 종교과목도 가르치지만 학교 전체를 운영하는 총책임자이기에 후원자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 그녀는 최근 시화집 ‘찰코의 붉은 지붕’을 펴냈다. ‘소녀의 집’ 기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그는 “후원자들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선물을 전하기 위해 유화를 그리게 됐다”고 했다. 2000년부터 학교를 돕고 있는 LG전자에 대해선 “도와주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기업”이라며 감사했다. ‘소녀의 집’ 학생 120여 명은 지난해 9월 LG전자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성장한 정 수녀는 6세 무렵부터 수녀의 꿈을 꾸었으며, 83년 부산에 있는 마리아수녀회에 들어가 88년 정식 수도자가 됐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언젠가는 “한국인 마더 데레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 말지 수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왜 자신이 그 곳에서 일하는가를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전하는 ‘넓은 자선’을 펼쳤으면 합니다. 종교나 고향, 피부색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도 좁게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불우한 아이 한 명을 도우면 그만큼 세상은 밝아집니다. 당장 그 열매가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씨앗을 뿌려야 하지 않을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