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27주년을 맞아 광주와 상도동의 신경전이 물밑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광주 5.18 묘지 참배 때문이다. 현재 광주민주화운동 27주년을 맞아 행사 준비 중인 5.18행사위원회는 이번 YS의 기념식 참석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자칫 5.18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데서 그 이유를 밝힌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YS를 초청한 일부 단체와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이 더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두고 YS와 DJ의 영향력 경쟁이 감지되는 가운데 이번 YS의 광주 방문은 성사 여부에 따라 정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
5.18기념사업 실질적 노력은 YS시절 상도동측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광주방문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도동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특별법을 제정한 분이다.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이뤄내 5.18희생자들의 억울함을 달래는데 상당부분 기여했다”며 “이번에 5월 단체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해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 말은 사실 맞는 말이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중반인 1995년 ‘5.18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 보상과 기념사업, 국가 기념일 제정 등 5.18희생자들의 명예를 상당부분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의 초청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 중 하나인 5.18부상자회 신경진 사무총장은 “5.18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된 것은 국민의 정부 시절이지만 실질적으로 지원해준 것은 문민정부 때 이뤄졌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을 막는 것은 지역감정 해소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즉 “정치적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5.18기념사업에 많은 부분 업적을 남겼기 때문에 초청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초청의 목적을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93년 처음 5.18묘지를 방문했을 때 한총련과 시민단체의 제지로 참배를 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5.18관련 단체들의 초청으로 광주 방문에 이어 5.18국립묘지를 참배하고 기념식에 참석한다면 역사적인 일이 된다. 5.18 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김 전 대통령의 초청에 가장 큰 걸림돌은 대선”이라며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초월해 한번쯤 5.18기념행사에 초청하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성사된다면 민주계가 원하는 DJ와의 화해도 가능할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합의가 된 사항이기 때문에 5월 초에 공식적으로 초청장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18행사참여는 대선전략?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5.18행사위원회 측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초청건과 관련해서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이번 김 전 대통령 초청은 일부 단체들의 독자적인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 측에서 먼저 참석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닌데 5월 단체에서 앞장서서 초청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방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칫 김 전 대통령의 방문이 5.18행사 자체보다 정치적 행보로 비춰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김 전 대통령이 5.18행사에 참석할 경우 지역감정 해소를 명분으로 선거판을 흔들 이슈를 만들려는 대선 전략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김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한다면 호남민심의 심장부인 광주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와 관련, 현재 광주지역의 여론은 양분화 돼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46,남)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행사 참여에 의미를 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서슬 퍼런 군부 독재 시절에 공안통으로 활약한 정 모 의원도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나”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 권모(62,남)씨는 “김 전 대통령의 5.18행사 참여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아무리 5.18 특별법을 제정했다고 하지만 광주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반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초청에 관한 일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5.18 단체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언급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5.18기념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선 “내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면서“YS의 뜻에 달렸다”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