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각 진영에 ‘설화(舌禍) 경계령’이 떨어졌다. 연설이나 강연, 세미나 등 대선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아무래도 대선주자들이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얻어 놓은 인기를 한순간에 까먹을 수 있는 최대 악재가 바로 ‘설화’라는 점에서 각 캠프에선 주군의 입에 온통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이 노동자와 노조,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노조비하 발언 물의
지난 16일 이 전 시장 대선 캠프인 여의도 용산빌딩 3층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선거사무실을 점거한 채 이 전 시장의(공개사과와 공식 면담을)요구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며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말해 장애인들을 분노케 했다. 이날 18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이들은 오전 10시께 이 전 시장의 대선캠프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하며, “480만 장애인의 생명을 짓밟은 사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은커녕 장애인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갈 자격조차 없다”면서 이 전 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공개사과 요구는 계속해서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이에 이 전 시장은 “진의가 왜곡됐다. 낙태는 근본적으로 반대”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장애인 단체는 물론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인터넷 토론 사이트 등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한 발언이라는 비난의 글들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장애아 낙태 문제는 결국 부모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의 ‘장애인 불구 비하’와 ‘장애인은 태어나서는 안 될 생명’이라는 발상은 480만 장애인들과 1000만에 이르는 그들의 가족을 울리고 가슴에 못질을 한 발언”이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의 천박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은 참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18일 이 전 시장 측 정두언 의원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농성 장애인들은 민노당이 보낸 것 아니겠느냐”며 “이 전 시장은 직선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충분히 진의를 설명했는데도 공격하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고 꼬집었다. 지지율 1위에 대한 총공세라는 저의가 담겼다는 뜻이다. 또 이 전 시장 측 송태영 특보는 “낙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대지만, 산모나 태아의 생명이 극히 위태로울 경우 산모의 생명을 위해 태아를 낙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전 시장의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성 장애인들을 민노당이 보냈다고 말했는데 천박한 발언이다. 헌법적 권리와 인간적 존엄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을 정치 동원 부대쯤으로 폄하하는 것으로 이 전 시장뿐만 아니라, 측근 세력들의 자질과 더불어 인격 자체를 의심케 한다”며, “이 전시장과 그 측근 세력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권력의 부적격자임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반성의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거침없는 설화 잇단 파문 앞서 이 전 시장은 지난 7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스 포럼 초청 조찬 강연회에서, “지난달 인도의 한 업체를 방문했는데 소위 대학 출신 종업원들이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평시에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며,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도 만들지 않는다던데, 만들 수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어도 스스로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또 “서울시 오케스트라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었다. 아니, 음악 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는데, 그것도 전에는 금속노조에 가입돼 있었다”며 “아마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서 그랬나 보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이 전 시장은 대한민국이 10년 동안의 정체에서 벗어나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쟁적 노사관계가 상생화합의 관계로 변화돼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 전 시장의 거침없는 화술은 세간의 화젯거리가 돼 왔다. 지난 2월27일에는 “70, 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는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시장은 지난 1월 20일 대전 CMB엑스포아트홀에서 열린 ‘대전발전정책포럼’ 창립대회 초청특강에서 저출산 해결방안에 대해 언급하던 중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 네명(딸 3, 아들 1명)을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며, 노골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었다. 또한 같은 달 17일 한나라당 충남도당 신년하례식에서도 “충청권의 표에 의해 대권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충청도 표가 이기는 곳만 따라간 것 아니냐”며, 충청도를 기회주의 지역으로 격하시키는 듯한 발언을 해 충청도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설화가 계속되면 결국 대권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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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시장 잇단 ‘설화’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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