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관의 돌출행동
최근 ‘평통해체’를 주장하며 시위도 벌인 재향군인회원 등을 포함한 보수계 인사들은 최병효 LA총영사의 사퇴도 함께 요구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에는 최 총영사가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부당하게 6.25 기념행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도 들어 있다. 이 같은 총영사관측의 돌출행동에 대해 재향군인회측은 “한미동맹을 훼손시키는 행위”라며 최병효 총영사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LA총영사관측이 이처럼 미40사단장에게 6.25 행사 불참 권유는 지난해 재향군인회 주최의 6.25 기념행사장에서의 해프닝 때문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6.25 기념행사는 재향군인회 주최로 김혜성 회장이 시무하고 있는 영생교회에서 거행됐다. 재향군인회 미 서부지역 회장인 김혜성 목사는 영생교회의 담임 목사이다. 당시 6.25기념 행사 일정에서 순서에 따라 천성남 해군부회장이 ‘향군의 다짐’이란 순서를 위해 연단에 나섰다. 천 해군부회장은 “우리는 국가에 충성하고 사회봉사에 헌신한다…”라는 ‘향군의 다짐’을 낭독하고 난 다음 갑자기 순서에도 없이 마이크를 잡고서 “김대중,노무현은 할복 자살하라!고 소리쳤다. 이 같은 소리에 일부 참석자들이 동조 박수를 쳤으며, 당시 귀빈으로 참석한 미육군 40사단장인 콤브 장군도 주위 재향군인회원들이 박수를 치는 바람에 영문 모르고 함께 의례상 박수를 쳤다. 지난해 한국의 정치상은 좌파정부인 노무현 정권이 공권력의 주인인 국민을 편 가르기를 하는 코드 인사와 특히 전시 작전권 문제로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행동으로 보수층의 반발을 크게 불러 일으켜 이곳 동포사회에서도 노무현 정권을 “친북좌파 반미정권”이라는 비난이 고조했을 때였다. 당시 6.25 기념식장에서 천 해군부회장이 소리 친 ‘김대중, 노무현 할복 자살하라’는 것도 당시의 분위기를 표출한 일부 인사의 해프닝이었다. 당시 연단에는 최병효 총영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행사가 끝나자 총영사를 수행했던 전영욱 교민담당 영사는 김혜성 재향군인회장에게 다가가 ‘여기 총영사도 있는데 오늘 같은 발언이 안 나오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시 ‘할복자살’ 발언 해프닝을 듣지 못한 김혜성 회장은 ‘그런 일이 있었는가’ 라며 별 생각 없이 지나갔다고 한다.
“우발적 해프닝”
“할복 자살” 해프닝 발언이 후 1년이 지나 올해 역시 재향군인회는 6.25 기념 행사 안내를 회원들에게 고지했다. 이 행사는 재향군인회와 미40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효 총영사는 최근 미40사단을 방문해 제임스 콤브 사단장과 담소를 나누었다. 그리고 6.25 행사 며칠 전, 이번에는 LA총영사관의 교민담당 전 영사가 미40 사단에 전화를 했다. 당시 사단장이 부재 중이라 행정담당인 린다 존스 상사가 대신 전 영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존스 상사는 전 영사의 전화를 받고 난감했다. 전화의 내용은 ‘6.25 행사에 40사단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였다. 존스 상사는 재향군인회 연락담당인 조봉엽 전향군회장에게 연락했다.
지난해 김혜성 회장은 재향군인회장에 취임하면서 신임 인사차 미40사단을 방문했다. 당시 콤브 사단장도 1월에 신임 사단장으로 임명된 처지라 서로간에 우의를 다졌고, 상호 협력을 다짐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양측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40사단장에게 연락관 제도를 제안했다. 이를 적극 찬동한 콤브 장군은 김 회장과 함께 방문한 미군예비역인 조봉엽 전향군회장을 즉석에서 연락관으로 임명했다. 이런 관계로 40사단의 행정관인 존스 상사는 총영사관의 전 영사의 전화 사항을 곧바로 조봉엽 전향군회장에게 전달했던 것이다. 물론 전 영사의 메시지는 제임스 콤브 40사단장에게 전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조 전향군회장은 김혜성 회장에게 연락하고, 6.25 기념행사의 의미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서부지회의 임무를 설명하는 공한을 미40사단장에게 발송할 것을 제안했다. 재향군인회측에서는 즉각 공한을 미40사단에게 발송했다. 미40사단으로부터 총영사관의 전화건을 전달 받은 조봉엽 전회장은 진상 파악을 위해 LA총영사관에 전화해 최 총영사와 전 영사를 찾았다. 최 총영사는 비서를 통해 ‘지난해 재향군인회 주최의 6.25 행사장에서 국가원수 모독발언이 있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된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 영사는 6.25 행사를 두고 총영사관에서 직원회의를 통해서 미40사단에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다고 결론이 내려져 전화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 영사는 미40사단에 전화한 사실이 조봉엽 전회장에게 전해진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고 한다.
어설픈 외교
이런 설명을 들은 조 전회장은 ‘그런 사항을 행사 주관자인 재향군인회측에 문의할 사안이지 어떻게 미군 당국에 할 수 있는가’라고 항의했다. 조 전회장은 “대한민국의 외교관 수준이 이 정도인 줄 놀랐다”면서 “이같은 행위는 한미동맹 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이고 재향군인회와 미40사단 간을 이간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6.25 행사 2일전, 총영사관의 전영욱 영사가 재향군인회로 전화를 걸어 김혜성 회장을 찾았다. 전 영사는 ‘행사 준비가 잘되는가’라는 인사와 함께 ‘이번에는 내가 6.25 행사에 참여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문의해 김 회장은 ‘오라’고 했다. 전화를 끊은 김 회장은 전 영사의 전화가 ‘총영사 대신에 그가 오겠다’는 의미로 생각해 다시 전 영사를 찾았다. 김 회장은 ‘전 영사가 6.25 행사에 참석하는 것인 최 총영사를 대신해서 참석하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전 영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에 김 회장은 ‘총영사를 대리하여 올 것이면 절대로 참석하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다시 전 영사는 ‘나 개인이 참석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했다. 김 회장은 ‘개인 자격이면 오라’고 말했다. 한편 콤브 미40사단장은 재향군인회측에 메시지를 보내어 ‘올해는 작년보다 우리 참석인원이 더 많다’면서 참모장 등을 대동하고 6.25 행사장에 나타났다. LA총영사관의 관례를 벗어난 행위를 무시하듯 지난해 참석 장병보다 더 많은 장병을 대동하고 기념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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