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 5월 24일자 (596호)에서 LA코리아타운을 포함한 미주 각 도시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결혼상담알선’ 업체들의 불법사례를 고발한 적이 있다. 당시 본보가 소개했던 불법사례에는 ▲위장결혼알선 ▲신분위조 ▲사기결혼소개 등이었다. 최근 이러한 문제가 한국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이들 업체 중 LA 코리아타운에 지사를 내고 있는 (주)행복출발(www.hbcb.co.kr)이란 재혼전문업체의 비리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업체는 한국의 유명 탤런트인 김영란(51)씨가 사장으로 있으며 한국언론에서는 김 씨를 이니셜 처리했다. 지난 15일 밤 이 프로가 방영된 후 <그것이 알고 싶다> 사이트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때 다운이 되기도 했다. LA코리아타운 내 윌셔불러버드와 놀만디 애비뉴 근처 3470 Wilshire Bl. 980호에 사무실을 둔 (주)행복출발 LA지사는 올해 초부터 영업을 개시하면서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일간지에 전면광고와 TV 방송등에도 대대적인 광고를 하면서 고객을 끌어 모았다. 특히 김영란씨는 연예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신문지면에 직접 얼굴을 내밀어 “미국은 재혼 선진국”이라는 말을 회자시키기도 했다. 제임스 최 <취재부 기자> |
탤런트 김영란씨는 LA지사를 설립후 미주한국일보에 “행복한 재혼 맡겨만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했으며, 미주중앙일보에는 “만남 노하우 기대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신문 지상에는 김 씨의 사업을 소개하는 기사가 여러 꼭지 실리기도 했다. 또 이들 양대 신문 전면광고에는 김 씨의 사진과 함께 ‘돌아온 싱글 넘쳐도, 웨딩마치는 먼길’, ‘재혼, 이름값하네’ 등등으로 게재됐다. (주)행복출발 LA지사는 일반회원의 가입비가 600달러이고. VIP회원은 1,000 달러에서 2,000 달러로 책정했다. VIP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연수입 5만 달러 이상의 재력 있는 사람’이라는 조건이 달려있는데 여성의 경우에는 ‘외모가 뛰어나는 여성’이란 단서도 붙어있다. 기본적인 가입자격은 남녀 모두 고등학교 졸업이상이고 신원이 확실하며 법적으로 혼자이어야 한다는 것. 재미있는 점은 남성의 자격 요건 중에는 “안정된 직업이 있어야한다”고 나와있으나 여자에게는 경제적 조건을 달지 않았다. 본보가 지난 5월 재혼업체 비리사례 피해자로 소개한 부동산 브로커 K씨(47)는 3년 전 이혼남으로 LA지역의 모 결혼정보회사의 P모 커플 매니저로부터 “당신과 같은 인테리에게는 ‘골드미스’(Gold Miss)가 어울린다”며 가입 요청을 받았다. K씨는 특별회비 1,000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그 이후 서류를 살펴 본 결과 마음에 드는 여성이 없었다. 10여 차례 서류를 보면서 K씨는 차츰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서류에 적힌 여성들에 대한 신상명세서에는 확인할 수 없는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1000 달러의 돈만 날려 보냈다고 생각한 K씨는 이후 본보 취재진에게 “결혼 알선 업체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사전에 확인 절차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커플 매니저의 현란한 말솜씨에 속아 넘어 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혼남녀 울린다”
15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재혼의 덫에 걸린 사람들’(진행 박상원)이란 제목으로 방영됐는데 한국 사회의 재혼실태와 재혼 전문 업체들의 불법행위가 주로 소개됐다. 이 날 방송에는 김영란씨가 대표로 있는 재혼상담소인 ‘행복출발’을 주로 취재했는데 이 업체는 고객들의 신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맞선을 주선해 일용직 노동자를 중소기업 간부라고 소개했고, ‘바즐’이라는 재혼자를 위한 카페에 유부남과 아르바이트생들이 등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프로는 “유명 여성 인사들이 결혼 혹은 재혼업체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커플 매니저로 활약하며 혼란을 주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SBS측은 이번 방송에 대해 “2000년 이후 국내결혼정보 업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영업실태를 고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혼율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재혼 전문 업체들도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업체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재혼상담 업체의 무리한 상술로 인해 재혼남녀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는 “한두 번 억지 맞선이 끝나면 수백만 원의 가입비를 낸 회원들은 회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고, 업체는 또 다시 새로운 회원을 찾아 나선다”고 보도하며 “속았다는 기분의 남겨진 회원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재혼전문 업체는 업체대로 작성한 적도 없는 계약서를 들이 대는 버티기 작전에 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방송은 현재 한국의 이혼율은 43%이며, 결혼한 5쌍 중 1쌍은 재혼이고 이 비율은 지난 90년대에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 더 안전한 재혼의 방법을 찾는데, 이것이 바로 재혼전문 결혼 정보 업체라는 것.
김영란 재혼경력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재혼업체의 비리가 방영된다는 예고가 나가자, 김영란씨가 대표로 있는 ‘행복출발’측에서 강력한 반발을 보였다고 한다. 또 이들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사전 상의 없이 녹취를 했으며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하며 방송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법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씨는 지난 14일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한 고객 신상에 대한 정보나 확인 없이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하루에도 수 십 명에게 감사의 전화를 받고 있다. 만남을 주선하는 일은 연기 활동만큼이나 보람 있는 일이었다. 그런 내가 30년 연기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일을 할 리가 있겠는가”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씨는 15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한 후 허위 과장 보도되는 내용들에 대해 법적 소송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현재 변호사와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가입회원의 신상정보 파악은 확실하다. 집으로 찾아가 방안을 살펴보는 것을 제외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이용해 신상을 파악한다. 한 달에 5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다. 그들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지만 그렇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가운데 한 두 명의 사례를 확대 재생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족들 앞에 시청자들 앞에 부끄러운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재혼 대기자들을 위한 재혼 전략서 ‘우리 다시 행복해지기까지’(잎파랑)를 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책은 이혼과 재혼을 경험한 김영란이 재혼정보회사 ‘행복출발’에 근무중인 커플매니저 48명, 회원들과 상담하며 깨달은 이야기들을 담은 것이다. 김 씨는 지난 1983년 10월 결혼 4년 만에 파경을 맞은 후 4년만인 90년에 재혼했다. 책에서 김씨는 “탤런트로서 인기 절정의 순간 얼떨결에 결혼했고, 공인이다 보니 상대에 대해 충분히 탐색할 여유란 없었다”며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연기에 몰두해야만 했던 일상들이 지금 돌이켜 보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처음도 나중에도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결혼 실패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또 “그런 내 생각이 나의 착각이고 오류임을 깨달은 것은 ‘행복출발’의 경영을 책임진 후였다”라고 말하면서 “20여년 세월을 지내고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니만큼 그 사실을 일찍 깨닫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1976년 TBC 17기 탤런트로 데뷔해 드라마 ‘교통마님’과 ‘용의 눈물’,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MBC TV 주말극 ‘문희’에서 악녀 ‘방숙희’역으로 열연했다.
진실공방 게임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 ‘재혼업체 문제’에 대한 방송을 두고 SBS제작진과 재혼업체 측은 진실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보도 내용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상처 입은 사람들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상술에 눈이 먼 업체측과 경영진을 질타하고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남의 아픔과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무책임하게 돈벌이에만 급급한 걸 보니 화가 나기보다 한심하다. 그런 추한 모습으로 연기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란 생각이 든다”, “나도 이혼남으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지만 업체에 끌려다녀 상처만 남았다”, “남의 인생을 담보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무섭다”, “이혼한 사람을 우습게 보고 이사람 저사람 아무나 붙여주고 자기들 돈을 챙기려는 것 같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상처 받은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며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나섰다. 최근 미주 한인사회에도 초혼, 재혼을 알선하는 새로운 형태의 결혼정보회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각종 폐단도 발생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성업 중인 결혼 알선 회사들이 미주로 진출하면서 현지 업체들과도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이같은 결혼알선 업체는 한 때 ‘중매’, ‘결혼알선’또는 ‘결혼상담소’라고만 선전해 왔던 것이 요즈음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정보회사’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신종기업’ 행세를 하고 있다. 미주한인사회 특성상 본국에서처럼 한인끼리의 만남이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한인남녀간의 초혼이나 재혼을 성사시켜 주고 있지만, 일부 업체나 일부 커플 매니저들은 정상적인 결혼 알선 보다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나, 쉽게 금전을 구하기 위해 ‘위장결혼’이나 더 나아가 ‘사기결혼’ 수속도 서슴치 않아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동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본국에서 SBS방송의 재혼업체 비리보도는 미주 한인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검찰, 캘리포니아 주검찰을 포함한 사법당국이 지역 경찰과 공조로 위장결혼 단속의 한 방편으로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주목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