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흔들리는 미국경제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들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달러화가 연일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는 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를 육박하고 있다. 또한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금은 2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현 국제 경기가 어떠한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시장 인식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부추긴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이후 시장의 변화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금리 인하라는 변수 한 가지만 바라보기에는 현재 상황이 매우 복잡한 탓이다. 특히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의 사례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다. 국제 유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의 영향력이 서로 상쇄되고는 있지만, 이에 따른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위험요소는 외부적 요인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 실적이 예상외로 좋게 나오면서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 건 사실이지만, 3개월 내리 하락한 제조업지수가 10월에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여지가 크다.
이처럼 전문가들조차 쉽사리 예상하기 힘든 경제환경 탓에 미국경제 또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살얼음과 같은 상태로 요약할 수 있다.


                                                                                                황지환(취재부 기자)












 


달러 사상 최저치


미국경제의 현주소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달러가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인하한 뒤 하락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달러는 FRB의 추가 금리인하 전망이 나오면서 연일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주말 달러는 유로당 1.4528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99년 1월 유로화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지난달 미국의 취업자 수가 시장 전망을 두배 웃도는 16만6000명에 이르렀다는 미 노동부의 긍정적인 경제지표 발표도 추가 금리인하 전망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도쿄 미쓰비시 UFJ 뉴욕의 미국 기업외환 담당 부사장 로버트 풀럼은 “금리차가 지속적으로 달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달러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달러의 하향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풀럼은 달러가 올 연말에는 유로당 1.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경제가 낙관적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과 서브프라임 사태 때문이다. 내우외환인 셈이다.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12월 인도분은 뉴욕시장에서 배럴당 2.44달러 오른 95.93달러에 마감하며 마감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 수준을 감안했을 때 지난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0년의 배럴당 96∼103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물가지표 계산 방법에 따라 이미 실질가치로도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 가능성, 미국 고용시장 지표 호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터키와 이라크 쿠르드족 반군 간 긴장고조가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터키 관료들에게 미국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반군을 ‘공통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고 반군 소탕을 위해 터키에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지역 석유공급 불안 우려가 가중됐다”고 전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메릴린치의 담보부증권(CDO) 상각 규모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도이체방크의 분석이 대형 금융사에 대한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면서 시장을 다시 서브프라임 충격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반면 금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 불안 가중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증가함에 따라 금값이 치솟으며 온스당 800달러 선을 돌파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지는 HSBC 뉴욕의 상품리서치 책임자 제임스 스틸의 말을 인용해 “월가 금융업체들이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고 신용위기에 대한 공포가 다시 불거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자본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 현물은 지난 주말 런던시장에서 온스당 807.30달러까지 오르면서 지난 80년 1월 850달러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백금도 온스당 1450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주 초반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1454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고 은 역시 2월 이후 최고 수준인 온스당 14.63달러까지 올랐다.












 


일부 긍정적 전망도


부정적인 전망만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긍정적 전망도 눈에 띄고 있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 하십 아흐메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일부분은 곤란을 겪고 있지만 노동시장은 아직 건재하다”며 긍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전망보다는 여전히 경계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경계론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금융혼란이 실물경제를 악화시키는 연쇄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FRB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많다. 실제로 이번 주 발표되는 공급관리연구소(ISM)의 10월 서비스지수가 9월 54.8보다 낮은 54에 그치고 로이터/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역시 이달에 80으로 떨어지면서 10월 80.9를 밑돌고 지난해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이러한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지표들이 많지는 않다.


아시아 경제 체질 개선으로 디커플링


이처럼 내우외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시작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2일 그동안 미국 수출시장에 의존하는 경제성장을 추진해 미국 경제 상황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던 이들 국가의 경제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경제가 외환위기 10년을 맞으면서 자생력이 커져 동조화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신용경색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시아 경제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달러화 하락에 대비해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지 않도록 방어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 경제가 미국의 경기 변화에 흔들리지 않게 된 것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권역 내에 신흥시장이 급성장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시장에 변동이 생겨도 이를 흡수 및 완충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단순히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수시장을 키웠으며 주식시장이 견실해진 것도 자체 역량을 키웠다.
이같이 아시아 경제의 면모가 달라지면서 세계 각지의 투자 자금은 아시아로 몰리고 있다. 중국 본토 증시의 신규 상장액은 올해 1∼10월 520억 달러로 미국(500억 달러), 영국(420억 달러)을 앞질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년 동안 6배로 뛰어올랐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10,000까지 오르는 데 20년이 걸렸으나 최근 2년 만에 20,000을 돌파할 정도로 급팽창하고 하고 있다.
아시아 수출의 대미 비중은 2002년 21.3%에서 지난해 16.8%로 감소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가계 구매력이 130%, 인도 말레이시아 등이 50% 이상 높아지는 등 내수시장도 성장해 이 같은 현상을 반증하고 있다.






월가, 4분기 최소 100억弗 추가상각 불가피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인한 충격으로 4.4분기에 100억달러 이상을 추가 손실 처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가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미 3.4분기 대규모 상각의 충격을 겪은 씨티그룹과 메릴 린치 등 대형 은행들은 물론 모기지 파동의 타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지적돼온 골드만 삭스도 상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월가에 또 한차례 모기지 암운이 몰아닥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 이들 은행의 신용 상태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크 마이요 애널리스트는 지난 2일자 보고서에서 주요 월가 은행들이 4.4분기에도 추가 상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씨티그룹과 메릴 린치가 각각 40억달러를 더 떼어 놔야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와초비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합쳐서 20억달러 가량을 상각 처리해야할 것으로 덧붙였다.
마이요는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날 “메릴 린치가 모기지 연계채권 처리와 관련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후 보고서를 수정해 메릴 린치 혼자만도 4.4분기 추가 상각액이 100억달러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 린치는 이미 3.4분기에만 모기지 연계채권 손실로 당초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큰 79억달러를 상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스탠 오닐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도 전격 사퇴했다.
이들 투자은행 주식에 대한 투자 권고도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측은 메릴 린치 주식에 대해 ‘매수 추천’에서 ‘보유’로 낮췄으며 씨티도 ‘강력 매수 추천’에서 ‘보유’로 크게 떨어뜨렸다. 와초비와 골드만 삭스 역시 ‘강력 매수 추천’에서 ‘매수 추천’으로 낮췄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최신기사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