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1 – LA총영사관 병역비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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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총영사관이 최근 드러난 ‘병역비리’ 사건을 축소 내지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총영사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 국토안보부나 FBI 등에 수사를 의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피하고 있어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미 국토안보부는 이 사건을 내사하고 있으나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한국의 병무청이나 외교통상부 그리고 검찰 등은 수사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병역비리 사건은 LA총영사관의 여러 가지 비리 중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병역비리에는 영주권, 운전면허, 학생비자변경 등 각종 증명 관계와 관련한 광범위한 위조 사기행위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LA총영사관은 이외에도 여러 문제들로 인해 이미지를 실추시켜 온 바 있어 해외공관 중 최대공관으로서의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임스 최 취재부 기자>













한국의 병무청은 지난해 LA 지역의 한인 여성 ‘하이디’씨로부터 이번 병역비리와 관련한 제보를 최초로 입수했다. 이후 병무청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에 체류 중인 병역의무자 가운데 186명이 위조된 미국 대학의 입학허가서나 재학증명서를 제출해 병역의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병무청은 위조대상 중 17명 정도가 서류위조 혐의가 있는 것으로 1차 확인됐다며 LA의 현지 유학원이 서류위조에 개입했고 유학원에서 발급한 허위 서류를 병역의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LA 총영사관의 행정 직원이 이를 묵인, 병무청에 송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같은 혐의는 1995년부터 시작됐는데 특히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병무청은 이 같은 결과를 외교통상부에 통보했고 외교부는 다시 이를 LA총영사관 측에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라’는 훈령을 내렸다.


부총영사 자체 감사


이에 LA총영사관측은 당시 이정관 부총영사가 조사 책임을 맡아 자체 감사에 들어갔다. 이정관 부총영사는 민원을 담당하는 문병준 영사 및 법무 담당 영사 등을 포함해, 일반인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한 행정직원 지중현씨를 포함해 여러 명의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이 부총영사는 약 2개월 동안 자체 감사한 결과에서 다만 민원실 행정직원 지 씨가 민원업무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지 씨만을 해고시키면서 이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수 년 동안 지속된 서류위조와 금품거래는 에센스 유학원 대표 오스카 박(한국명 박영규)씨가 다른 일부 유학원 관계자들과 공모해 행정직원 지 씨를 통해 총영사관측에서 증명서 등을 발급받는 식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총영사관과 가까운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 씨는 비단 1-20나 재학증명서 위조이외에도 이민국 관련 제반 증명서나 DMV관련 증명서 발급 등에도 총영사관과 광범위하게 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까지 돈이 지불되기도 했다고 한다.  박 씨는 여러 케이스 별로 담당자들을 지정해 수속을 진행시켜 나간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운전면허를 위한 증명 서류 발급에는 모 유학원의 누구를, 이민국 수속용 서류 작성에는 모 유학원의 누구 등등으로 분업 형식으로 집행했는데 이를 행정직 지 씨가 통합해 총영사관측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이다.













직원 단독범행?


문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병무청과 영사관측의 사후 처리 방식이다. 병무청은 불법행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지난 7월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넘게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지난 4일 본국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났다.
병무청은 병역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인 4일에야 ‘가짜 유학생’ 17명을 확인, 수사기관에 고발키로 하는 등 사건 축소 움직임도 보였다. 병무청 관계자는 “감사 결과 17명 정도가 서류위조 혐의가 있는 것으로 1차 확인됐다”면서 “혐의가 확정되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병무청은 LA총영사관을 통해 많은 병역 대상자들이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것으로 서류를 위조, 병역을 기피했다는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제보 받고도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수사 및 조사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검찰 역시 외견상 수사를 미적거리는 모습이다. 병역비리 관련 제보는 지난 3월 800여건의 범죄 증거 서류와 함께 검찰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날 검찰 관계자는 “보고라인에 있는 상급 책임자는 이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초기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관련자 소환이나 최소한의 서류 검토 등에 대해서도 말문을 닫았다고 한다.


공보관의 모호한 성명


사건 보도 후 LA총영사관의 윤희상 공보관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병역연기신청은 당사자가 직접 총영사관에 와서 해야하는데 유학원을 통해 대리접수시켰다는 점을 문제삼아 해당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영사관 측이의  행정직원 지 씨가 병역연기 신청을 접수 받는데 당사자 대신 유학원을 통해 대리접수를 받았기에 그 점을 문제 삼아 해고했다는 해명을 설득력이 부족해보인다. 이번 사건은 ‘대리접수’가 문제가 아니라 LA총영사관측이 지난 수년 동안 일부 유학원들과 밀착해 거액의 금품을 받아 위조서류 등을 확인 해주면서 병역연기 혜택을 방조했다는 혐의가 ‘몸통’이기 때문이다.
사건에 관련된 금품 액수도 수백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된 사람은 오직 행정직원 지 씨 뿐이었다. 지 씨는 퇴직금으로 3만 달러를 받았다고 알려져 총영사관의 조치에 역시 의혹을 받고 있다. 해고된 직원이 어떻게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지 씨 이외에 총영사관의 어떤 영사나 직원도 징계를 당하지 않았다. 수년 동안 불법이 자행됐음에도 지 씨를 지휘 감독하는 담당 영사나 총영사관 시스템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사항이다.
이 사건을 자체 감사한 당시의 이정관 부총영사와 사건이 주도적으로 이뤄진 민원실의 문병준 영사 등은 현재 모두 본국으로 전임된 상태이며,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해고 직원의 씀씀이


총영사관과 가까운 소식통은 행정직원 지 씨가 월봉급 수준이 3000 달러 정도인데, 주택을 소유하고, 벤츠 승용차와 비디오점도 운영하는 등으로 씀씀이가 컸다고 전했다. 일부 영사관 직원들도 지 씨로부터 돈을 융통하기도 했을 정도로 다른 행정직원들의 생활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동기는 처음 제보자로 알려진 ‘하이디’씨가 원래 오스카 박씨와 절친한 관계였으나, 총영사관을 상대로 한 서류 수속에서 서로간에 이견이 발생해 갈등이 벌어져 파생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디씨는 위조서류 건을 두고 총영사관측이나 병무청 등을 상대로 제보했으나 이들 기관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자, 증거서류들을 들고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박씨는 7년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외국민 특별전형 부정입학 사건’에도 연루됐던 기소중지자로 드러났다. 박 씨는 지난 2001년 1월11일 입학 서류 위조 등의 혐의로 서울 지방 검찰청 특수 2부에 의해 지명수배 대상에 올라 있는 기소중지 상태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에도 유학원을 운영하던 박 씨는 미국에 입국조차 안한 한국의 상류층 자녀들이 미국 내 학교에 재학 중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특별전형을 통해 한국 내 대학 입학을 도운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씨는 당시 서울에 있는 한 외국인학교로부터 건당 2000달러씩 받고 서류를 만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수법을 통해 97년부터 2001년까지 12개 대학에 부정입학한 상류층 자녀 및 연예인 등 총 54명을 적발해 학부모 8명을 구속기소하고 22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브로커 등 4명을 지명수배 했었다.
당시 검찰은  K외국인고등학교 재단이사 조건희씨(여)를 공문서위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LA에 거주하고 있는 박 씨 등 2명을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지명수배 했다. 수사결과 조 씨는 박 씨 등 브로커가 위조한 미국고교 졸업증명서, 출입국사실증명서 등을 이용, 가수 남진씨의 부인 강 씨로부터 1인당 1만5천불을 받고 강 씨의 딸 3명을 동국대●연세대●이대 등 3개 대학에 부정입학시키는 등 K외국인학교 출신 36명을 서울시내 대학에 부정 입학시킨 혐의다.
검찰은 특히 구속된 브로커 조건희 씨가 지난 7년 동안 부정입학을 알선하면서 20여억원을 받았다는 조 씨 측근의 진술에 따라 이 돈이 대학 등 외부로 흘러갔는지도 수사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부정입학을 주도했다고 조 씨가 지목한 재미동포 브로커 필립 강 씨 관련설도 수사했었다.
당시 사건으로 박 씨로부터 서류를 건네받은 외국인학교 관계자에게는 징역 4년형이 선고되는 등 관련자들에 대한 형이 확정된 바 있다. LA총영사관 관계자는 7일 “박 씨는 신원조회결과 여권 발급 부적합자”라고 밝혔다. 박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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