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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비결”과 이지함 선생


우리의 고유의 명절이며 연중 최대 명절인 설날이 올해는 서기2008년, 태세는 무자년 쥐띠해가 되는 양력 2월7일이다.
그리 멀지 않은 지난 날 음력 정초가 되면 할아버지가 낡은 책 한 권과 돋보기 안경을 들고 안방에 건너오셔서 집안 식구들을 모아 놀고 “막내 영숙이는 꽃 사이에서 술잔을 드니 낙조가 붉은 입술로 꽃잎을 희롱하는 쾌의 운이니 올해는 좋은 배필을 만나서  결혼을 하겠구나” 하시고 “둘째는 이지러진 달이 다시 둥글게 차 오르고 복숭아 가지마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쾌가 나왔으니 득남할 운이구나”하시며 집안 식구들은 물론 이웃집 식구들까지 운수를 보아주시던 토정비결은 음력 정초에는 꼭 보아온 세시의 풍속이 되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덕담 삼아 보아주시던 토정비결이 언제부터는 돈을(복채) 받고 보아주는 직업화가 되었고 지금은 시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고 도시의 카페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이것이 미신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우리들의 세시 풍속이었던 것이다.
이 [토정비결]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를 알아두는 것도 하나의 우리의 상식일 것이다. 토정(土亭)은 이지함(李之 ) 선생님의 호인 것이다. 토정 이지함은 전설 속에 등장하는 기인이 아니라 이 땅에서 숨쉬며 살다간 역사적 인물이다.
토정 이지함은 1517년(중종12년)에 태어나 1578년(선조11년)에 사망한 조선시대 중기에 실존한 선비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형인 이지번 밑에서 글을 배우던 이지함은 가장 친하던 친구가 사화에 휘말려 죽은 뒤에 화담 서경덕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수리 의학 복서 천문 지리 음양 술서 등을 배워 이에 통달했다. 토정은 생애의 대부분을 마포 강변의 흙담 움막집에서 청빈하게 지내며 머리에 쓸 관(모자)이 없어 밥솥을 쓰고 나가 선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저녁밥을 짖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으며 그 토담(흙집)의 흙토자와 솥뚜껑 정자를 써서 ‘토정’이라는 별호를 얻게 되었다.
토정이 의학과 복서에 밝다는 소문이 퍼지자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1년 신수를 보아 달라는 부탁이 많아짐에 따라 책을 지었다 그것이 바로 [토정비결]이다. 당시 흉흉한 사회 때문에 고통에 찌든 민중들을 훈훈하게 어루만져주었던 따뜻한 글이 많이 실려있다. [토정비결]이 사람들에게 길흉화복을 짚어준다기보다는 그럴듯한 길흉화복에 둘러싸인 인생을 어떻게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지혜를 알려주려고 쓴 책이다.
임진왜란 당시 병조판서를 지낸 이항복을 제자로 거두고 율곡 이이와 남명 조식과는 가까운 친구였다. 이지함은 1573년(선조6년) 경기도 포천의 현감이 되었고 1578년에는 아산 현감을 지내다가 62세에 이질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전국의 산천을 두루 다니며 명당과 길지를 점지하였으며 [농아집]을 저술하여 가난을 구제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월령도]와 [현무발서]가 있는데 지금 까지도 해독하는 이가 없다.
[토정비결]이 그 당시 백성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이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개척하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역설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조심하면 나쁜 액을 피해갈 수 있고 덕을 쌓고 성심을 다하다보면 누구나 출세하고 잘살 수 있다고 격려하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회에서는 사람의 운명을 볼모로 사기행각을 일삼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고향산천을 등지고 물 설고 낮 설은 땅에서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외롭고 고독할 때마다 운명 아니 팔자에 의지하여 앞날에 희망을 걸어 보자고 찾아는 사람들에게 운명을 볼모로 감언이설하여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인간들이 이 사회에는 많다. 운명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는 가에 따라서 천태만상으로 변할 수 있다.
필자는 세간에 자주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이 안타까워 운명의 거짓말 유형을 일부분 각 신문광고 기재하였다. 사주팔자는 절대 뜯어고칠 수 없다. 사주팔자는 자기의 출생년월일시인데 어떻게 뜯어고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뿐 살을 제거 시켜준다. 절대불가능하고 귀신 작용이다. 귀신이 사람의 운명을 이렇게 저렇게 절대로 움직일 수 없다. 단 우환질고에 약간의 영향은 있을 수도 있으나 아주 극히 드문 일이다.
예를 들어 호박을 심어놓고 수박을 기다리면 평생가도 수박은 구경하지 못한다. 나는 과연 어디에 필요한 그릇이고 어떤 환경에서 무엇이 제일 적당한가는 주어진 필연이다. 이것을 찾아 삶의 이정표를 만들어주는 것이 운명자의 사명이다.
이 토정비결은 어려운자에게는 희망을 넘치는 자에게는 베품을 일러 서로 상부상조하는 기풍을 조성하고자 만든 토정 선생의 지혜이다. 정통한 학문을 연구한 분에게 운명의 자문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남의 운명을 보는 사람은 먼저 수신이 되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안정되어 욕심이 없어야 하며 거짓없이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상담자라야 한다. 상담자의 정직성은 몇마디 나누어보면 누구나 구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연의 이치와 순리대로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늘 몸과 마음 그리고 행동으로 선업을 쌓고 베푸는 마음으로 지내고 자신의 종교의 가르침대로 사랑과 자비를 삶의 지표로 삼으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다. 2008년 “당신의 신수는 만사형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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