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다시 한 번 뒤흔들어 놓은 이른바 쌍끌이 특검이 지난 14일과 15일 잇따라 시작됐다. 대통령 당선인과 재계 1위 권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특검 결과에 따라 한국 사회는 극심한 소용돌이 쏙으로 빠져들어 갈 수 있다. 특히 특검 쪽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이명박 당선인이 상황에 따라 소환될 수 있음을 밝혀 살아있는 권력이 소환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준웅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팀은 14~15일 잇따라 삼성그룹의 `상징’인 승지원과 `심장’인 본관 등에 대해 저인망식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정호영 `이명박’ 특별검사팀은 15일 오전 현판식을 갖고 수사에 돌입했다. 한편 이번 특검의 또 다른 열쇠를 지고 있는 김경준 씨는 지난 15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예상과는 달리 검찰을 향해 날선 발언들을 쏟아내며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삼성이던 MB던 어느 한 쪽은 이번 특검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집무실과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이명박 특검은 상대적으로 묻히는 분위기다. 한편 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때 총장으로 있던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현재 LA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그 이유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과연 ‘쌍끌이 특검’이 권력 심장부를 향해 칼을 들이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지사 = 박혁진 기자> |
조준웅 특검팀은 지난 15일 오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삼성본관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전날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과 전략기획실 소속 임직원 7명의 자택 압수수색에 이은 또 한 번의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이었다. 특검팀은 삼성 비자금 조성과 불법 후계구도 시나리오를 만들었던 장본인으로 전략기획실을 지목하고, 이에 대한 ‘정밀 폭격’을 순차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 삼성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을 그룹 비자금 조성 및 사용, 정ㆍ관계 불법 로비, 불법 경영권 승계를 총괄 지휘한 ‘사령탑’이라고 지목하기도 했었다. 전략기획실은 과거 구조조정본부의 새로운 이름으로 X – 파일 사건 때 연이은 압수수색에 삼성 관계자는 “너무 혼란스럽고 당혹스럽기 그지없다”며 계열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은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날 특검이 압수수색을 한 곳은 삼성본관 26, 27, 28층에 위치한 전략기획실 소속 전략지원팀, 기획홍보팀, 인사지원팀 그리고 법무팀 등이다. 이른바 수 십 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삼성그룹을 진두지휘하는 곳이다. 전략기획실이 삼성 압수수색의 주요 대상이 되는 것은 삼성그룹의 경영계획 수립과 계열사 관리뿐만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재산관리까지 그룹의 핵심업무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은 비자금 조성뿐만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계열사 장악에 있어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손발’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의 핵심인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의 경우 이재용 씨의 재산증식을 위한 불법적 유가증권 발행 사건에서 삼성그룹 여러 계열사의 행동을 조율하고 지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략기획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삼성에버랜드 재판을 앞두고 전략기획실 산하 재무팀 관재파트에서 법무팀 소속 변호사들을 동원해 증인들을 모아놓고 증거조작 시나리오를 반복 연습시키기도 했었다는 것. 김 변호사는 또 본관 27층 전략기획실 김인주 사장 사무실 앞 접견실 옆에 있는 재무팀 관재파트 담당 임원의 사무실 내부에 벽으로 가려진 비밀금고가 있는 것을 목격했으며, 이곳에 현금뭉치, 각종 상품권 등이 쌓여 있다고 폭로했었다.
해외비자금 드러날까
전날인 14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압수수색에서는 전략기획실 소속 재무라인만을 겨냥해 ‘정밀 폭격’을 가했다. 특검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7명 중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6명은 전략기획실 소속으로 재무담당 라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하나로 모아놓은 것으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자들 중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최고위층은 삼성그룹의 2, 3인자라고 할 수 있는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다. 이들은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을 총괄하는 실장과 재무를 맡고 있는 전략지원팀장이다. 이 부회장은 오랫동안 이건희 회장의 심복 노릇을 해왔으며 재계 일각에서는 그를 ‘가신(家臣)’이라 부르기도 했다. 김인주 사장은 경영권이 이재용 전무로 넘어갈 경우 이학수 부회장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되던 사람이다. 최광해 부사장은 전략지원팀에서 경영지원(옛 재무)담당이다. 전용배 상무 역시 재무라인을 맡고 있으며, 그 아래에 이번에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최 모 부장, 김 모 부장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최 모 부장은 삼성물산, 삼성 SDI 등 삼성그룹의 해외비자금을 관리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상황에 따라서는 본지가 그 동안 보도해 온 이재용 전무의 해외비자금 실태도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 향후 폭탄발언 가능성
이명박 특검은 향후 정국과 이 당선인의 행보를 미리 판단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이번 특검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국이 다시 BBK와 이명박 당선인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특검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 열린 김경준 씨에 대한 1차 공판에서 김 씨가 대부분의 시간을 검찰을 비판하는 데 할애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어 특검에서 어떤 진술을 하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4일 열린 재판에서 “대한민국 검찰이 헌법과 원칙을 구겨버리고 있다”면서 “수사팀은 ‘저스티스(정의)’를 알리라고 준 힘과 검사의 신분, 세금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검사들은 조사 과정에서 ‘재판은 괜히 하는 거다. 어차피 판사는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한다’며 끊임없이 회유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찰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 수집을 막기 위해 가족과의 서신 교환조차 막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런 상태에서는 절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김씨는 이날 주가조작 및 횡령 등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제 얼굴을 다 알고, 증거를 없앨 것도 없으니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김 씨의 반응은 일각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특히 이미 상황이 결정된 만큼 김 씨가 순순히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형량을 줄일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 날 김 씨의 자세는 자못 당당한 것이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향후 특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해 그 동안 나오지 않았던 폭탄발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특검의 수사 대상은 ▲이명박 당선자와 김경준이 LKe뱅크ㆍBBK투자자문ㆍ옵셔널벤처스 등을 통해 행한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과 역외펀드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건 ▲이와 관련한 횡령ㆍ배임 등 재산범죄 사건 ▲서울 도곡동 땅 및 ㈜다스 지분 주식과 관련된 공직자윤리법 위반 사건 ▲허위 재산신고 등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서울시장이던 2002년 한 부동산 업체에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부지 일부를 넘겨주고 은행 대출을 도왔다는 의혹 사건 ▲검찰의 피의자 회유ㆍ협박 등 편파ㆍ왜곡 수사 및 축소 또는 왜곡 발표 등 직무범죄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