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고는 너무 타이밍이 절묘했다.
지난 3주 동안 본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장남이자 국민일보 전 회장이었던 조희준 씨의 석방 소식을 단독보도하며 조 씨의 벌금을 누군가가 대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선데이저널> 보도 이후 본국 일부 언론들도 지난 달 말부터 이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하며 그 파문은 점점 확대되어 갔다.
본국 언론의 보도가 나가기 시작한 지난 3일, 때마침 조용기 목사는 순복음교회 당회에서 담임목사직을 사임한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후임자가 새로운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후임자는 지난 2006년 이미 내정됐으며 1년이 넘게 담임목사 서리를 맡아오며 형식상으로는 이미 순복음교회를 대표해왔다. 외부에도 이 목사는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직함으로 활동했다. 내부적으로도 순복음교회는 이미 이 목사 체제를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 교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조 목사의 갑작스런 퇴진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본국에서는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목회자들의 호화생활과 면세혜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조 목사는 이런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게다가 장남인 조희준 씨는 탈세와 공금횡령으로 벌금을 선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오랜 도피생활하다 최근에 행방을 다시 드러냈다. 특히 돈이 없어 낼 수 없다던 벌금 50억원을 누군가가 대납했다. 이런 상황들이 조 목사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선데이저널>은 최근 조 목사가 일찍 사임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취재했다.
<특별 취재팀> |
조용기 목사의 사퇴는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9일 여의도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조용기 목사가 지난 3일 당회장직을 사임했으며 지난 2006년 후임자로 내정된 이영훈 목사가 오는 5월 공식 취임 전까지 당회장 서리를 맡아 목회와 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권한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당회장을 사퇴하면서 정책위원, 장로회 임원, 분과위원장, 각 봉사기관단체장, 국장급 등 교회의 주요 간부들에게도 4월 말까지 이 목사에게 일괄 사표를 내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사퇴 이유는?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갑작스런 사퇴가 이러진 배경이다. 교회 측은 ‘안정적인 목사직 승계’를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이영훈 담임목사 서리로의 승계작업이 이뤄져왔던 만큼 100일 앞서서 조 목사가 사임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승계에 유리할 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이 목사가 담임목사직을 맡은 이후에도 조용기 목사가 가지는 영향력이 감소할지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이번 사퇴를 최근의 조용기 목사를 둘러싼 상황과 연관지어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조 목사의 주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장남 조현준 씨의 최근 행보다. 조 씨는 지난 2001년 26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회사 공금 17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2005년 1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0억원, 사회봉사명령 240시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조 씨는 형이 확정된 지 두 달 만에 홍콩으로 출국해 한동안 LA다운타운의 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2005년 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2007년 12월까지 체류했다. 검찰의 조사 결과 조 씨는 전 재산이 24만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그는 LA와 일본 등지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조 목사가 한 기독교TV에 출연해 “이번 방송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보도”라고 주장하며 “(내 아들은) 일본에 있는 내 제자들이 도와줘 25평 연립에 살고 있다. 호화판 생활을 내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었다.
도피생활은 결국 지난해 12월 막을 내렸다. 조 씨는 12월 13일 일본에서 국제 경찰에 의해 체포됐으며 한국 법무부는 일본 정부 측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었다. 이는 언론을 통해 본국에 크게 알려졌다. 하지만 조 씨가 국내에 송환될 것이라는 법무부의 발표와 이를 보도한 본국 언론들의 판단은 결과적으로는 오모가 되어버렸다.
조 씨가 체포된 지 며칠 만에 본국에서 누군가가 벌금 50억원을 대납했고 조 씨는 곧장 일본에서 풀려났다. 법무부는 조 씨 송환을 요청할 만한 법적인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에 조 씨가 풀려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떠들썩하게 조 씨의 체포 소식을 알렸던 때와는 달리 조 씨의 석방 소식은 한 달이 넘어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본지의 보도가 첫 보도였다. 또한 사회봉사 명령 240시간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과 법무부가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법무부는 결정적으로 조 씨의 벌금 대납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벌금을 낼 수 없어 도피생활을 하던 조 씨가 체포되지 마자 누군가가 거금 50억원을 선뜻 대신 낸 것이다. 상식적으로 조 씨와 아주 밀접한 관계이면서도 그만한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용기 목사를 대납자로 시선도 없지 않았다. 취재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는 벌금 대납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목사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만약 ‘조 목사가 대납자’라는 의혹처럼 실제 조 목사가 조 씨의 벌금을 대납했다면 최근 본국에서 일고 있는 목회자의 재산과 호화생활 논란을 다시 한 번 부추길만한 소재도 될 수 있다.
비난여론 거세져
조용기 목사는 최근 본국에 불고 있는 대형교회에 대한 비난 여론에 한 가운데 서 있다. 교인 75만명의 세계 최대 교회라는 이유로 갖가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다.
MBC ‘뉴스 후’는 지난 달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연봉이 11억3천만원이나 되고, 마당에 간이 골프 연습장이 있는 강남의 고급 주택 두 채를 전부 쓰고 있다고 보도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뉴스 후는 조 목사가 호화생활에도 불구하고 면세혜택을 받고 있다고 비판하며 종교인 과세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러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서대문에서 여의도로 교회를 옮긴 1973년부터 조 목사를 포함해 교역자 전원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왔다”면서 “교회에 관련 장부가 있으며 1988년부터는 전산화에 따라 급여는 물론 외부 강사의 강연료에 대해서도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다”고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교회 관계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목회자들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지난 35년간 세금을 납부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목회자의 납세에 반대해온 교계의 상황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회 측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 목사는 그가 하고 있는 호화생활로 인해 많은 일반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조용기 목사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경기도 오산리 땅이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지난해 10월 말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했지만 이 시민단체는 부동산실명제 위반에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고등검찰에 항고할 예정이다.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면 조 목사는 다시금 여론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조 목사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은 분명 그에게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더욱 거센 비난 여론이 몰아칠 수도 있다.
조 목사는 안정적인 승계 작업을 이유로 예정된 사임일 100일 전에 사임했다.
그러나 교회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순복음선교회의 이사장 자리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순복음선교회는 최근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며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조 목사 주변에서 이런 일이 터져나온 시점과 맞물려 그가 일찍 물러난 것은 과연 우연일까? 그리고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직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