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이용태 전 LA한인회장 등 미주동포 4명이 모두 탈락한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번 700만 재외동포들의 정책을 총괄할 ‘재외동포위원회’ 총리실 격상이 무산될 때 이미 한나라당에서 ‘해외동포’는 없었다. 이같은 상항이 벌어지자 LA한인회(회장 남문기)를 포함해 미주 각 지역의 한인사회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치인들의 책임없는 언변에 미주한인단체들이 놀아났다는 비난이 잇따르공 있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재외동포위원회 문제에 대해서 “재외동포 관련 사업들이 외교통상부 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 등으로 나뉘어져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대통령 산하에 재외동포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은 재외동포 업무를 통괄한다는 차원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동포위원회를 굳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설치하는 것에는 업무분담 및 정부조직법상 체계로 보아 향후 심도있는 검토가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확실한 그의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추후 검토”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하려면, 해외동포정책을 우선시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정부는 해외동포 문제에 조금도 적극성을 띠지 않고 있다. 과거의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일부 정치인들의 ‘립서비스’에 이곳 한인단체장들이 놀아났던가 아니면 한인사회가 ‘짝사랑’을 한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
최근 이명박 정부 출범을 위한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관계했던 한 관계자는 최근 재외동포위원회 문제가 불거지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국내 어느 부서에서도 재외동포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는 곳이 없다”면서 “심지어 관할 부서인 외교통상부에서조차도 관심을 갖기보다는 예산 때문에 자기 관할로 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재외동포위원회 문제는 어느 누구도 꺼내기를 싫어하는 과제가 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로 보면 ‘재외동포위원회’ 문제는 마치 “미운 오리새끼”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과거 MB지지운동에 나섰던 한 단체장은 “재외동포위원회 문제가 무산된 것에 무척이나 안타깝다” 면서 “아직도 한국정부와 정당에서는 재외동포위원회 독자적 기능 확립에 관심이 없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책임 있는 지도자급이나 상층부 인사들은 재외동포 문제에 신중한 사고방식을 지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민들의 공감대도 없는 실정이다.”면서 “따라서 미국과 인연이 있는 몇몇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해외동포사회 문제에 대해 힘을 쓰려는 인사들을 찾아보기가 사실은 힘들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해외공관장을 지내고 귀국한 외교관들조차도 자신이 관장했던 해외교민 사회의 숙원사업에 대해서 본국 정부 관계 요로에 이를 반영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해외동포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마련이 되어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계에도 연관을 맺고 있는 이 관계자는 “헌재소송 결과로 해외동포 참정권이 실현되면 그 때가서야 본국 정부나 정당 그리고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면서 “그 때가 되면 국내 정치계가 재외동포위원회 문제에 적극성을 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뿐인 동포권익”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에 미국을 방문해 동포 리셉션에서 “내가 돌아가면 재외동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이나 총리실 산하에 두겠다”라고 공약하지 않는 한 재외동포위원회 문제는 당분간 두고 보아야 할 과제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 관련부처에서 재외동포위원회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 부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위해 당에 정책건의하는 정치인을 찾기 힘들다. 현재 국내 정국이 온통 4월9일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재외동포위원회 문제는 아예 존재 자체를 찾기가 힘들다. 그 동안 미주 지역의 한인회를 포함해 단체장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와서는 ‘재외동포 문제를 위해 관계부처와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 ‘당의 책임 있는 관계자들로부터 재외동포위원회 독립기구 설립을 보장받았다’ ‘참정권 문제에 확답을 받았다” 등등의 실적보고를 하는 광경을 언론보도를 통해 한인들은 접하면서 실낱 같은 기대를 가졌다. 지난 수년 간 미주지역을 방문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동포사회에서 기자회견이나 일반 모임에서 ‘내가 돌아가면 동포들의 숙원사업을 꼭 실현하도록 힘쓰겠다’ 고 약속하고 다짐했다. 이같은 약속 장소에 현지 한인 단체장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역할을 과시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한국에 돌아간 정치인들이 당 활동을 통해 재외동포 문제에 열성을 보인 예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정당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LA지역이나 뉴욕지역에서 한국 정계에 진출한 인사들이 있으나 이들이 해외동포 권익을 위해 무슨 활동을 벌였는지 의심스럽다”면서 “당 정책부서에서 해외교민을 위한 입법사항은 없다고 보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재외동포사회는 국부 창출의 한 부분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런 시각을 지닌 정치인들이 없다. 해외교민이 우리민족의 소중한 인적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정작 정책입안에는 소홀히 하는 것이 오늘의 한국의 실정이다. 해외동포사회를 신장시키려면 해외동포들의 국내 투자여건도 마련해주어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폴이나 말레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화교상권에 대한 정책을 해외한인동포들에게도 부여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 한국에서 관심있는 사항은 온통 4월 총선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재외동포위원회 설치하라’고 소리쳐봐야 아무런 반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실상이다. 한 때 재외동포문제에 관심을 나타낸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지금 재외동포 문제보다 우선 자신의 우선공약 사항인 경제정책 추진이 시급한 지경에 와있다. 그리고 당장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총선이 끝난 다음에는 당정관계를 공고히 하고 정부정책을 과감히 수행해 나갈 기반을 다져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지난 10년 동안의 좌파정부의 잔재를 퇴치하는 문제도 선결과제이다. 여기에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미국과 일본 방문도 중용한 외교 시험대이다. 한마디로 “급한 불을 꺼야 하지 않는가”라는 것이 요즈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서 ‘재외동포위원회’ 문제에 신경을 쓸 부처는 없다. 한 때 청와대는 비서관 제도에서 ‘해외담당 비서관’을 신설하려는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논의로서 끝나 버렸다.
“해외동포 관심없다”
대통령 인수위는 지난 1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외교통상부 내에 재외동포 정책을 총괄할 재외동포위원회 신설 계획을 밝혔었다. 그후 미주 주요도시 한인회들이 ‘말 뿐인 해외동포 권익’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결국 위원회의 ‘총리실 직속기구’ 격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인수위와 한나라당-국회에 보내기로 결의하기까지 했다. 이에 인수위는 긍정적 검토의사를 밝혔다. 특히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주성영 의원은 인수위를 방문해 ‘재외동포위원회’의 기구 격상을 열망하는 해외동포들의 간절한 바람을 전달했다. 이에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이 ‘재외동포위원회를 총리 직속의 위원회로 격상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주 의원에게 알려와 재외동포위원회의 총리실 직속기구 설치가 확실시 됐었다. 하지만 나중 조직개편에서 총리실은 물론 외교부 직제에도 위원회 관련 조직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확정된 총리실 직제엔 재외동포위원회 관련 조직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관련 인사지침도 전혀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재외동포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어떤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며 “처음 인수위가 위원회 신설 계획을 밝혔으나 이후 추진 자체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인수위 발표 이후 인수위나 행자부 등 조직개편 관련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공식 지침이 없었다”면서 “따라서 외교부 직제계획을 제출할 때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LA한인회를 비롯해 각 지역의 한인회와 한인단체들은 “약속을 어긴 배신 행위다.” 비난에 나섰다.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남문기 LA한인회장은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에서 분명 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두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700만 재외동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미주총연은 물론 각 지역 한인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6일 보도를 접한 단체장 및 한인들은 “한 나라의 정책이 이렇게 뒤바뀌어도 되느냐”며 “해외동포 사회를 중시한다고 천명한 이명박 대통령도 이 사실을 아는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완흠 한민족네트워크 참정권위원장은 “애초 대통령 직속기구이거나 동포청이 신설돼야 할 판에 많이 양보해서 총리실 산하도 환영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이명박 정부 출범을 크게 환영하고 있는 미주 한인사회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배신 행위다”
재외동포위원회 문제로 시끄러운 반면에 이번에는 미주한인사회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정하라는 동포사회의 일부 단체들의 성명서가 나돌아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한인사회 일간지 등에는 6.3동지회, 대구경북향우회 등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제에 신청한 이용태 전LA한인회장의 비례대표제 신청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서가 게재됐다. 이같은 지지성명서는 간접적으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 대하여 이용태씨의 비례대표제 공천을 확보해 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이같은 성명서에 대해 타운의 한 단체장은 “구태의연한 지지성명은 한인사회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있다”면서 성명서가 ‘자가발전’의 한 행태라며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단체장은 “성명서에 보면 ‘이용태씨가 영어와 모국어를 잘한다’고 했는데 이같은 사항이 무슨 자랑꺼리인양 발표하는게 우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씨가 한인회장과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해 한인 커뮤니티의 문제점을 잘알기에 본국 정계에서 미주한인사회의 권익을 대변하기에 적절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지난번 한나라당 비례대표 신청에는 무려 650여명이 신청해 역대 최다 신청 기록이 됐다. 지난 17대 총선시에는 약 150명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거의 4배에 달하는 신청자가 몰렸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정원은 54명으로 한나라당 지지율을 현재의 50% 수준이라면 한나라당 비례대표 안정권은 27번 이내로 보인다. LA지역 인사로 비례대표제 신청자는 이용태 전LA한인회장과 김재수 변호사 등으로 알려지고 있으며뉴욕출신 안충승 한민족포럼 이사장과 강철은 전 워싱턴한인회장 등이 후보로 신청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이에 비하여 창조한국당은 한국 정당 사상 처음으로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을 비례대표로 확정해 정가에 새바람을 넣고 있는데 이를 두고 미주한인들은 해외 동포수가 700만에 이르렀는데 미주지역에 비례대표를 할당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 해외동포사회를 하나로 엮어 나가는 노력을 기울린 한나라당 중진의원인 김덕룡 의원(서울 서초을, 5선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바람에 해외동포사회가 또한번 충격을 받았다. 김덕룡 의원은 한나라당내에서도 해외동포사회 네트워크에 큰 관심을 기울려 온 의원이며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총재와 세계한인회상공인연합회 등을 이끌어 온 정치인이다. 그는 또 현재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이용태씨를 후원한 당내 중진이기도 해 김 의원의 공천 탈락이 이용태씨의 탈락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의원은 평통 상임부의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한인사회는 본국 정계에서 해외한인사회를 보는 시각이 “홀대하는 것 같다”며, 해외한인사회가 본국 정계에 대한 정책건의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