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시장이 도무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이 한 동안 이어지더니 정부의 뒤늦은 개입으로 인해 하락한 환율폭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본국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8일보다 달러당 27.80원 떨어진 1,004.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5월2일 이후 두 달만에 처음으로 1,000원 선으로 하락한 것. 전날 대비 하락폭은 1998년 10월9일 28.00원 이후 9년9개월만에 최대치다. 문제는 환율시장의 정부개입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환율시장의 정부 개입은 상항이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 곳 한인들의 생활고도 그만큼 심해지고 있다. (관련기사 12~13면)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던 고환율 정책은 결국 본국에도, 이 곳 한인사회에도 심각한 부작용만 낳고 있는 셈이 됐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고강도 개입 영향으로 사흘 만에 45원 이상 폭락하면서 1,0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정부의 개입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개입을 한 달 이상 지속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0억달러 안팎 개입 추정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7.80원 급락한 1,004.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간 45.50원 폭락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30일의 1,002.60원 이후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당국이 점심시간 중 갑자기 개입한 것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 여파로 달러화 매수심리가 되살아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로 분석했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여파로 환율이 반등할 경우 전날 국제유가의 급락과 맞물리면서 배가된 개입 효과가 무위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1,029.50원까지 상승하면서 1,030원대 진입을 넘보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1시께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998.90원으로 떨어지면서 지난 4월28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세 자리를 기록했으며 장 후반에는 한때 996.00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날 환율의 1,030원대 진입을 막으면서 외환당국이 생각하는 환율 적정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당국이 1,000~1,050원 정도를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날 1,030원대 복귀조차 용납하지 않으면서 당국의 방어선 상한이 1,030원 이하로 내려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향후 환율은 당국의 달러화 공급 규모에 달려 있어 범위를 추정하기가 어렵다”면서도 “1,050원 선이던 환율을 1,000원대로 밀어낸 만큼 당분간 1,030원 위로 오르기는 쉽지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이 생각하는 적정 하단 역시 1,000원 이상에서 990원 또는 그 이하로 낮아졌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고 중동과 관련한 지정학적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어 환율이 단기간에 세 자리에 안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환시장 수급 구조상 아직까지는 당국의 개입 없이 자발적인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전문가는 “당국 개입과 유가 조정이 맞물리면서 환율이 단기 상단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기 전에는 세 자리 안착이 여의치 않아 환율은 당분간 990~1,050원 범위에서 등락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부작용 우려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개입을 이번 주 들어 3일 연속 지속하면서 과도한 개입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최근 역내 시장은 물론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개입하고 있으며 지난 달 22일 이후 달러화 개입 규모가 1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환시장이 개입에 길들면서 자생력을 잃게 될 것을 걱정했다. 당국이 장기간 개입한 뒤 대내외 상황 악화로 시장에서 발을 뺄 경우 외환시장이 극심한 불안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당국의 개입이 장기화할 경우 당국 없이는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시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결국 물가 안정이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의 근본 목표가 환율 하락에만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문제인 셈이다. 1년 이상 달러화 매도 개입을 지속하던 당국이 여론과 국회의 질타 등으로 개입을 중단하면서 환율의 단기 폭락을 초래한 2004년과 같은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신중한 개입 자세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가 동향과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등 대내외 변수의 영향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개입 규모와 시기 등을 적절히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기업이나 외은지점의 해외차입 확대 등은 환 헤지(위험회피)가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외환시장에 달러화 공급 요인은 되지 않더라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외화자금 시장의 안정을 유도하면서 간접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에 따른 환율 정책이 아닌 정부의 강제적인 환율개입은 애꿏은 한인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특히 본국에서 송금하는 돈으로 생활하는 일부 한인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할 수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국내경제도 이 곳 한인들의 민생에도 피해만 안겨 준 셈이 됐다.
“美경제 최악상황 아직 안왔다”< NYT >
미국의 집값 하락이 계속되고 경제적 불안을 끝내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가 최악의 상황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밝혔다. NYT는 전날 뉴욕증시에서 국책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급락한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가 경기 추가 악화에 대한 강력한 경고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프레디맥과 패니매의 주가는 전날 거래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작용하면서 전날 하루에만 각각 18%와 16%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로써 양사는 올해 들어 모두 60% 이상 떨어지면서 프레디맥이 1994년 이후, 패니매가 1992년 이후 최저수준까지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신문은 투자자들이 향후 장세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프레디맥과 패니매의 주가 폭락은 증시의 하락세와 대형은행의 추가 손실 가능성과 함께 현재의 주택침체가 더 심각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란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재 프리드먼, 빌링스, 램지그룹의 폴 밀러는 모든 상황이 앞으로 악재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불안하다면 이는 안전한 곳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문은 또한 양사의 주가 급락이 금융시장 전반에 민감한 시기에 나타났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금융기관의 실망스런 분기실적 발표가 예상되고 있으며 리먼브러더스가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금융기관의 실적이 우려대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증시의 다른 업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이미 고유가와 신용카드 채무불이행 증가, 물가상승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소비자 신뢰의 추가 하락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모기지 부실 등으로 상각한 자산규모가 지난해 말 이후 4천억달러를 넘어섰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금융기관의 손실규모가 9천45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손실규모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문은 정치권이 주택구제법안을 이달 안에 마련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금부담을 의식한 정부가 프래디맥과 패니매에 일반 투자자로부터의 자금조달을 요구하고 있어 경제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달튼인베스트먼트의 스티븐 퍼스키는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금융기관들이 자유낙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더욱 큰 문제는 언제 이런 상황이 끝날 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