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공관과 한인사회 3대 역점사업이던 ‘한국정원 건립’ ‘수퍼블럭 프로젝트’ ‘전광판사업’에 대한 한국정부 지원불가 방침을 확인한 김재수 신임 LA총영사에게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업추진 과정에서 동포사회를 기만한 관계 공관직원들과 추종 인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잇따르고 있다. LA경찰서장 출신 폴 김 박사는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이 실책에 대한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데 김 총영사가 이를 공표 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고 평가했다. 하기환 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의장은 “동포사회에서 의혹으로 남은 3대 사업과 관련돼 사실을 밝혀줬다는 점에서 전임 공관장과 다르다”면서 “앞으로도 투명한 공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애국동포단체연합회의 김봉건 회장은 “역점사업과 관련해 동포사회를 기만한 전현직 공관원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들과 부화뇌동한 동포사회 단체장과 관련자들도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
1700만 달러 거액을 들여 한인단체와 함께 ‘한국정원’ 건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LA카운티 수목원( LA County Arborteum & Botanic Garden) 홈페이지(www.arboretum.org)에는 ‘한국정원’에 대한 언급조차 찾아볼 수 없다. 1700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정원 건립 사업이 LA수목원 프로젝트로 정해졌다면 상세한 계획과 사업 설명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함이 마땅하다. 취재진은 한인 커뮤니티와 LA수목원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수소문한 끝에 지난 4월 LA수목원에서 열린 ‘코리안 가든 페스티벌’ 행사가 열린 사실을 확인했다. LA수목원에서 한국 관련 수목 행사가 열린 것은 이것이 유일했다. 즉, ‘한국정원’ 조성 사업은 최병효 전총영사 체제에서 정치적 목적을 지닌 일부 한인단체 인사가 주도한 일방적 캠페인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한국정원 건립은 당초 규모가 200만~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1700만 달러짜리 대규모 사업으로 둔갑한데 석연치 않은 점이 적잖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전직 LA공관장과 LA수목원장 사이의 유착관계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 전통 정원 건립을 꿈꾼 교포사회의 지지를 받은 ‘한국정원’ 조성이 실체 없는 사업이라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먼저 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LA수목원에 ‘한국정원’을 만들려 했느냐는 점이다. LA수목원은 LA카운티 정부가 관할하는 4개 수목원 중 하나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 처음 한국정원 건립 캠페인이 시작됐을 무렵 많은 동포들이 ‘LA수목원이 도대체 어디 있는 곳인가’하는 궁금증을 가질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한인들이 가장 잘 알고 많이 찾는 곳은 라꺄나다에 위치한 ‘데스칸소 가든(Descanso Gardens)’이다. 이 밖에 베버리힐스에 있는 ‘버지니아 로빈손 가든’, 팔로스 버데스에 있는 ‘사우스 코스트 식물원’ 등 세 곳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명한 식물원으로 ‘데스칸소 가든’과 ‘헌팅턴 라이브러리’를 꼽는다. 한국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를 생각하면 ‘왜 여러 좋은 장소를 놔두고 구태여 LA수목원에다 건립하려 했는가’라는 의문이 생길만 하다.
2002년도에 태동
한국정원 조성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한 것은 정원 사업가 송재순씨다. 송씨는 ‘코리안 가든 소사이어티’라는 단체를 구성해 2002년부터 한국정원 조성운동을 해왔다. 당시 송씨는 한인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와 접촉해 한국정원 조성을 이민100주년사업의 일환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한바 있지만 거절당했다. 기념사업회가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들 때문이었다. 한국정원 조성 계획은 그 뒤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마크 웜스 박사가 LA 카운티 식물원장으로 새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송씨는 사업상 가까운 웜스 원장을 만나 LA수목원에서 한국정원 관련 행사를 개최를 허가 받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송씨는 이미 2002년 5월에 2에이커 부지에 대한 사용 승낙을 받았고 본국의 고려대학교 조경연구원을 통해 설계 디자인을 마친 상태였다. 이를 통해 창덕궁 후문에 위치한 ‘주합루’를 모델로 LA카운티 식물원에 한국 정원을 만들기로 결정했던 것. 2004년 LA수목원 원장으로 부임한 웜스 박사는 한국을 방문한 뒤 더욱 한국정원 조성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한국정원 건립’은 주 예산부족으로 수목원 사업과 관련된 새로운 실적을 외부단체와의 협력관계에서 찾고자 했던 웜스 원장에게 있어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송씨는 이 운동을 커뮤니티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처음 중앙일보에 후원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를 거절했고 송씨는 한국일보와 접촉해 후원 약속을 받는데 성공했다. 한국일보는 사세확장과 커뮤니티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이를 후원사업으로 정했다. 지금도 한국일보는 한국정원 조성을 LA 내 기득권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코리언 가든(한국정원)’ 조성을 커뮤니티 사업에서 한인사회의 자존심 문제로 연결시켜 나가는 한편 식목일을 계기로 ‘코리언 가든 페스티벌’을 개최해 연례행사로 키워나갔다. 모든 비용은 한인사회가 부담했다. LA수목원은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주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수목원측은 2005년부터 기업과 독지가를 중심으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까지 특별히 진전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행사에 관여했던 LA한국문화원 임병수 원장도 한국정원 조성을 수목원과 협의했으나 당시 한국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때 수목원측은 한국정원 1에이커를 조성하는데 1백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2~5에이커 면적으로 조성될 예정인 한국정원 건립 예산은 200만 달러~500만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코드 맞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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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효 전총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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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웜스 원장이 LA수목원 책임자로 부임한 이래 최병효 전 총영사가 2006년 LA총영사로 부임해왔다. 한국문화진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최 전총영사는 자신의 역점사업으로 ‘한국정원’을 선택했다. 마침 한국정원 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웜스 원장과도 코드가 통했다. 당시 긴축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던 LA수목원은 한국정원을 포함해 중국·일본·필리핀 등 4개 나라의 특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정원조성으로 수목원 이미지 재고와 관람객 증가를 기대해 4개 정원조성 사업을 입안했다. 각 나라별 정원 조성비용은 300-500만 달러 정도로 계획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 필리핀 등은 LA수목원에 따로 자신들의 정원을 조성하는데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데스칸소 정원과 헌팅턴 라이브러리 등에 자체 정원을 조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최 전총영사는 LA수목원내 일본, 중국 등에 계획된 정원 부지를 모두 한국정원으로 흡수해 300-500만 달러였던 정원 조성 계획을 1700만 달러의 대단위 프로젝트로 구상했다. 한국정부에는 500만 달러 지원을 염두에 두는 한편, 한인사회에서 200만 달러, 그리고 LA수목원측이 500만 달러를 유치하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미국에서 최초의 ‘매머드 급’ 한국정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공관장 업적으로 최대의 치적이 될 수 있었다. 일본과 중국정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웜스 원장에게도 이 계획은 안성맞춤이었다. 정치적 야심과 실적을 노린 두 사람의 코드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 전 총영사는 자신을 따르는 일부 직원들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전 큰 실수를 저질렀다. 1700만 달러짜리 대단위 프로젝트를 위해 한인사회의 의견을 수렴 하는 중요한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최 전총영사 입장에서는 ‘한국정원’이라는 자존심을 심는 깃발만 흔들면 한인사회의 환호와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것. 뒤늦게 ‘한국정원 추진위원회’는 2회에 걸친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관련자를 제외하면 참여 연인원이 고작 50명을 넘지 못할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다. 최 전총영사는 또 “LA에서 추진되는 한국정원은 미국에서 최초로 건립될 전통정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지난 2002년부터 뉴욕 퀸즈 수목원에 ‘한국정원’이 조성됐고 워싱턴 DC와 시애틀, 텍사스를 포함해 토론토 등지에서도 ‘한국정원’을 조성해왔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최 전총영사의 뜻과 달리 ‘한국정원’ 조성은 동포사회로부터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한때 기독교계나 불교계 등에서도 지지표명이 나오긴 했지만 구호에 그쳤을 뿐이었다. 지난해 2월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의 회장단과 교계 지도자들은 LA총영사관과 코리안가든 소사이어티 관계자들과 함께 수목원을 찾았다. 이들을 맞은 웜스 LA수목원 원장은 “아시아권의 관문인 LA에 한국정원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한국정원이 들어설 부지는 정겨운 뒷동산이 있는 곳으로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교회협의회 회장인 박종대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한국정원 건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비록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한민족은 해낼 수 있으며 어려움은 협력과 합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불교계도 이어 LA총영사관을 방문, 한국정원 건립 지원의사를 밝혔다. 당시 남가주 불교사원 연합회 회장 진각 스님과 부회장 만성 스님이 LA총영사관을 방문 한국정원 건립에 불교계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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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웜스 LA수목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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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LA수목원에서 ‘한국정원’ 건립에 관심을 표시했던 마크 웜스 원장이 최근 돌연 원장직을 사임, 캔자스 주 수목원으로 옮겨 갈 것이 확정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1700만 달러짜리 한국정원 프로젝트를 관장했던 웜스 원장이 하루아침에 떠나도 한인사회는 손놓고 바라 볼 수밖에 없었던 것. 이미 그의 전임사실은 미국 수목원계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정원 사업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묵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700만 달러 프로젝트를 책임진다는 원장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하루아침에 떠나버리는 상항에서 한국정부에 500만 달러에 달하는 사업비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상황은 이렇지만 일부 교포들은 새로 부임한 총영사가 마치 한국정원 건립을 반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사업 관계자는 “이 한 몸 바쳐 죽을 때까지 건립에 매진하겠다” 고 밝혔다. 한국정원 조성에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던 송재순씨는 과거 “한국정원 조성에 주류사회에서 더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LA카운티 수목원장은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오면 주류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받아주겠다고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 모금한 돈으로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음에도 수목원측의 사업지원 여부는 불투명하다. 송씨는 또 한인사회에서 주도하는 한국정원추진위에 대해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정원 건립은) 한인 커뮤니티와 미국사회가 함께 추진하는 운동이다. 어느 누가 주도한다기보다 진심으로 이에 동참해 힘과 기금을 모으는데 의미가 있다”며 “그런데 일부 단체는 이를 자신들만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논의 무의미
김재수 신임 총영사는 지난 7월 17일 가진 간담회에서 “현재 한국정원 건립에 한국정부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법률적 차원과 기술적 차원 그리고 동포사회 현실을 고려해 한국정부가 내린 판단이라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일보는 최근 “한국정원 조성은 가능하다”는 내용의 김 총영사와의 또 다른 인터뷰를 인용, 다시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 기사를 보고 ‘한국정원을 총영사가 다시 지원한다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총영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한국정부의 거액 지원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총영사는 인터뷰에서 “선행조건을 갖춘다면 지원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 한마디를 인용해 “한국정원 가능하다”로 보도한 것이다. 김 총영사가 밝힌 선행조건은 한국정원이 한인 커뮤니티가 주도적인 운영권을 행사하든가 한국정원 부지에 대해 한인 커뮤니티가 소유권을 행사 할 수가 있어야만 국고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LA수목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