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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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경쟁상대인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10%포인트 정도의 큰 차로 앞서며 종반판세를 장악, 이른바 `오바마 대세론’을 형성해 가고 있다.
미 ABC방송과 워싱턴 포스트(WP)가 지난 8-11일까지 945명의 등록유권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3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오늘 투표하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설문에서 오바마는 53%의 지지를 획득, 43%에 그친 매케인을 10%p차로 크게 따돌렸다.
                                                                                                      <특별취재팀>


오바마는 또 유권자들의 투표성향과 상관없이 단순 호감도에서도 매케인을 64% 대 52%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 첫 `흑인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반응이 상당히 희석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의 조사에서도 오바마는 50%의 지지를 차지해 43%인 매케인을 비교적 크게 앞섰으며, CNN방송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49% 대 41%로 매케인을 압도했다.
특히 간선제인 미국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대의원 수 확보에서 오바마는 이미 과반인 269명을 웃도는 270여명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추계에 따르면 오바마는 277명의 대의원을 확보, 대선승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화당 내부에서도 매케인 회의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지난 2000년과 2004년처럼 이번 대선도 초박빙 승부가 예상됐지만 결국 오바마의 대승(landslide)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매케인이 9월초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판세를 역전시키고도 이를 제대로 살려나가지 못한데다 지난 2차례의 TV토론에서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월가에서 시작돼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인해 대선의 화두가 온통 경제에 쏠리면서 오바마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 것도 매케인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은 요인으로 꼽힌다.
처음에 반짝했던 러닝메이트 `새라 페일린 효과’도 이제는 `페일린 변수’로 불릴 정도로 평가절하됐다. 오히려 매케인의 가장 큰 패착은 페일린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인종문제 막판 변수


물론 오바마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인종주의’라는 뇌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부터다. 경제위기가 공화당의 실정 때문이라는 여론에 힘입어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화당이 마지막 수단에 의지하는 듯한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를 둘러싼 인종문제는 단순히 미국 특유의 흑·백 차별에 머물지 않는다. 모슬렘 문제까지 겹쳐 있어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지난주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참석한 공화당 유세에서는 버락 ‘후세인’ 오바마란 표현이 두 차례 나왔다.
물론 정·부통령 후보들이 노골적으로 인종주의를 건드리지는 않고 있다. 공화당 연설자 중의 한두 명이 ‘후세인’을 돋을새김하면서 ‘오바마=모슬렘’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프랭크 키닝 전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오바마를 두고 ‘거리의 남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9월 오하이오주 출신 연방 하원의원 2명이 매케인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부르면서 맞불을 놓았다. 인종문제를 정면으로 내놓은 사람은 민권운동 지도자인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조지아주)이다. 그는 지난 10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칼럼을 통해 매케인을 1963년 선거판에 나선 인종분리주의자 조지 월레스 앨라배마 주지사에 비유했다. 당시 월레스는 은연중 지지자들 사이에 인종적인 분노를 야기, 이것이 4명의 소녀가 희생된 교회 폭발로 이어졌다. 루이스는 월레스가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지만 살인교사를 했다면서 매케인의 유세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매케인과 페일린이 불을 갖고 놀고 있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모두를 태워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놀라울 뿐”이라면서 반박했다. 오바마 캠프의 빌 버튼 대변인은 “오바마는 매케인이나, 매케인의 정책이 월레스의 인종주의 정책과 비교할 대상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몇몇 증오를 야기하는 말에 대한 루이스의 지적은 옳다”고 지적했다. 루이스는 11일 “독이 든 언어가 어떻게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지적했을 뿐, 매케인이나 페일린을 월레스에 비유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바마 입장에서 인종문제는 양날의 칼이다.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흑인 유권자 88%의 표를 받았지만 오바마는 95~96%를 기대하고 있다. 백인 유권자 전체의 지지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백인 여성과 블루칼라 노동자층을 집중 타깃으로 정하고 있다.
루이스의 문제 제기를 전후해 매케인은 지지자들에게 인종적 언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TV 선거광고에서는 여전히 오바마를 위험한 테러리스트의 친구로 매도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15일 대선 마지막 토론 이후 선거유세에서 인종문제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지지율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화당 진영이나, 수성(守城)의 위치에 선 민주당이나 피할 수 없는 관문인 것은 분명하다.







‘대선 족집게 마을’ 표심 오바마로

대통령 선거 때마다 ‘족집게’처럼 당선자를 맞혀 온 카운티가 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미시시피강을 따라 북서쪽으로 올라가다 만나는 링컨카운티도 그 중 하나다. 지난 50년 동안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가 모두 대통령이 됐다. 최근 이곳의 표심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로 기울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12일 보도했다. 특히 백인 노동자 계층이 두터운 지역이어서 이곳 유권자들의 변심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뼈아픈 일이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일면서 매케인은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 의장은 “매케인은 경제문제에서 부시와는 다르고 오바마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시사주간 <내셔널저널>이 최근 양당 내부 인사 7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이 승리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9월20일 공화당 인사 17%가 긍정 답변을 했던 것이 지난 11일에는 80%로 급상승했다.
최근 갤럽의 등록유권자 지지율 조사에서 오바마는 50%, 매케인은 43%로 7%포인트 차이가 났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갤럽이 1936년에 대선 여론조사를 벌인 이래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이 정도의 표차가 뒤집힌 경우는 단 한차례뿐이었다고 보도했다. 1980년 10월26일 조사에서 당시 재선에 도전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47%,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는 39%였다. 레이건은 텔레비전 토론에서 자신을 카터의 대안으로 부각시켰다. 반면 매케인은 두 차례의 텔레비전 토론을 성과 없이 끝내, 기회가 많지 않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매케인 진영은 백인 유권자 다섯 중 한 사람은 아직 설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 이들 가운데 3분의 1의 마음을 매케인 쪽으로 돌리면 10%의 득표 효과를 볼 수 있다. 격전주에서 승리를 거둬 최종 선거에서 승자가 되려면 전체 득표율에서 편차가 3~4%를 넘지 않아야 가능하다. 매케인 캠프의 선거전략가들이 밤잠을 설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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