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은행권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인커뮤니티와 중국커뮤니티의 최대은행간의 합병설이 지난 주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흘러 나오면서 은행권이 진위파악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합병설은 미정부의 구제금융 신청 마감 14일을 계기로 일부 한인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합병설은 현재 한인은행권의 최대은행인 한미은행(행장 유재승)과 중국 커뮤니티의 최대은행인 이스트 웨스트 뱅크(East West Bank, 행장 도미니크 엥)를 두고 불거져 나오고 있다. 내용은 평소부터 자녀들 문제로 친분관계가 두터운 한미은행 전 이사장인 리챠드 이 이사와 이스트 웨스트은행의 도미니크 엥 행장과 인수합병을 놓고 물밑교섭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스트 웨스트 뱅크는 LA 일원에서 시티 내셔널 다음으로 가장 큰 제2위 커머셜 은행이다. 한미은행은 현재 자산 37억 달러이고, 이스트 웨스트 뱅크는 현재 자산 118억 달러로 만약 양 은행이 합병한다면 자산 150억 달러의 대형은행으로 변모할 수 있다. 한편 한미은행은 신임 노광길 이사장의 선출사실이 일주일이 늦게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신임이사장은 지난 2004년 BSA규정위반으로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관련기사479호 참조)으로 이로 인해 이사직을 사퇴한 경력이 있고 현재 MOU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감독국이 어떤 결정을 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챠드 윤(취재부기자) |
최근 합병설에 대해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중국계 최대은행인 이스트 웨스트 뱅크가 오래 전부터 한인 시장에 관심을 기울려 왔는데, 최근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은행권에도 위기가 닥치면서 합병으로 새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한때 탄탄한 성장세로 주가를 모았던 이스트 웨스트 뱅크는 올해 2분기 보고에서 예상보다 큰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5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트 웨스트 뱅크의 2분기 손실 규모가 2600만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하면서 1년 전 같은 기간 4,05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한 바 있어 대조를 이룬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합병설에 대해 17일 “이미 이스트 웨스트 뱅크가 지난 12일자로 구제금융 3억 1천600만달러를 승인 받아 탄력적인 활동을 할 여유가 생겼다”라고 말하면서 “만일 이 기회에 한인사회 최대은행인 한미은행과 합병한다면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한미은행도 현재 주가가 3-4달러를 오락가락하고 있어 합병을 하게되면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트 웨스트 뱅크가 한인시장에 눈독을 드린 좋은 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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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은행(Hanmi Finance Bankcorp) 신임이사장으로 선출된 노광길 이사장. |
한인 경영 금융회사 PGP 움직임 주목
지난해 9월 East West 뱅크의 지주회사인 이스트 웨스트 뱅콥은 한인 투자은행인 PGP캐피탈 어드바이저스(대표 스튜어트 김)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당시 PGP캐피탈 어드바이저스는 미국 내 소수계 금융회사 중 가장 큰 규모인 이스트 웨스트 뱅크의 모회사인 이스트 웨스트 뱅콥이 PGP지분을 일부 인수하며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PGP캐피탈 어드바이저스는 SK텔레콤과 어스링크의 2005년 힐리오 투자(투자액 4억4000만달러), 멀티컬츄럴 오브 로드캐스팅(MRBI)의 14개 라디오 채널 인수(인수액 1억5000만달러) 등을 도운 웨스트 LA소재 한인 투자은행으로 그 동안 기업간의 인수합병 업무도 관장해왔다. 현재 나돌고 있는 한미은행과 이스트 웨스트 뱅크간의 합병설에도 이스트 웨스트 뱅크를 대신해 PGP캐피탈 어드바이저스가 참여했을 가능성이 많다. 본보는 PGP의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마감시간인 19일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미은행의 리챠드 이 전 이사장은 이들과 친분관계가 두터워 최근 합병 논의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리챠드 이 전 이사장과 도미니크 엥 행장의 자녀들이 LA명문사립학교인 H사립학교의 학부모로 평소부터 유대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소문에 한인사회 여론 악화
지난 1982년 12월 15일 코리아타운 올림픽가에 처음으로 ‘한미은행’의 간판을 내걸고 출범한 한미은행은 순수한 재미한인의 자본 500만 달러로 설립된 자랑스런 은행이다. 그후 창업20년이된 지난 2002년 12월에는 총자산이 15억달러에 이르렀으며, 현재 37억달러로 한인은행권에서 최대은행이다. 지난 28년 동안 한미은행의 성장은 한인사회의 성장을 대변해 왔으며, 한때 금융감독국과 미 주류 은행권에서 “한인사회를 대변하고 리드하는 실질적인 은행”으로 평가 받아왔으나 2005 장부가보다 무려 4천만 달러가 높은 2억9천만 달러에PUB 를 인수하면서 발목이 잡히기 시작해 결국은 오늘의 사태를 야기시켰다는 것이 금융계의 공통된 견해다. 한미은행의 더 큰 문제는 간신히 감독국의 MOU와 FRB의 감사가 막 끝나고, 구제금융까지 신청한 마당이지만 은행의 앞날이 불안한 가운데, 중국계 은행 East West Bank와 인수합병 논의로 물밑작업이 진행된다는 설이 파다해 지면서 한미은행의 앞날이 더욱 혼미해지고 있다. 만약 중국계 은행이 인수합병을 하게되면 현재3-4달러선에 주저앉은 한미은행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이사들도 좋아할 것이다. 자신의 지분을 손해보지 않고 챙길 수가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계 은행으로 팔릴지 모른다는 소문에 대해 한 전직 행장은 “한인들의 자존심으로 성장한 은행을 타 커뮤니티에 매각한다는 것은 수치”라면서 “한미은행의 이사나 경영자들이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은행이란 사명을 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