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외교사상 해외동포 출신으로는 최초로 재외공관장에 임명돼 LA 총영사로 부임한 김재수 총영사가 지난달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김 총영사와 LA공관은 2008년을 마무리하고 2009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부임 초 논공행상 논란에 휘말리며 LA로 돌아온 김재수 총영사는 ‘열린 공관’ ‘동포를 섬기는 공관’을 모토로 지난 5월 22일 부임, 지난 6개월 동안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숨 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김 총영사는 주말도 없이 한인사회의 곳곳을 누볐다. 각계각층의 동포들은 물론 미 주류사회 인사들과도 긴밀한 만남을 이어와 LA외교가에서 “지칠 줄 모르는 마라톤 총영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다. 지난 6개월 동안 김 총영사의 행적이 부시 대통령보다 한인 언론에 더 많이 보도될 만큼 그는 정력적으로 커뮤니티 행사에 참석해 문제점을 체크하고 현실로 반영했다. 초기 6개월간을 평가한다면 역대 LA총영사 중 가장 역동적인 공관장으로 인정받을 만 하다. 특히 김 총영사는 부임 6개월 만에 자국 대통령의 방문을 이끌어내며 한인사회에서의 ‘동포출신 공관장’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시켰다. 부임 초 논란이 됐던 ‘보은인사’에 대한 비난도 지난번 국정감사를 통해 잠재웠다. 청와대는 물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상부기관인 외교통상부 자체에서도 김 총영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김 총영사의 공관장 임무성과에 따라 ‘제2의 현지출신 공직자’가 계속 등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정부 일각에서는 현지출신 인사의 현지공관원 임용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일부에서는 아직도 김 총영사의 능력에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법조인 출신의 김 총영사가 정치적 계산에 민감하다는 평가와 함께 언론보도에 민감하며, 대국적인 조명보다 가시적인 성과에 연연한다는 지적도 있는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
최근 해외최대 한인사회인 LA 한인 커뮤니티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경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를 동포사회와 함께 이겨나가야 하는지 역시 김 총영사가 풀어야할 가장 큰 과제다. 또 내년은 해외동포의 참정권이 인정돼 국내로부터 불어 닥칠 본국 정치바람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FTA 비준 노력과 무비자제도의 활성화에도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 내년 제14기 LA평통 체제 개편 역시 김 총영사는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 지원금 시스템을 두고 동포단체들과 힘겨루기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과제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경우 김 총영사가 쌓아온 과거의 공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 총영사가 부임한 이래 돋보이는 사업은 ‘한국인 정체성 확립과 한국어 진흥’이라는 캠페인이다. 김 총영사는 교육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임한지 일주일만인 지난 5월30일 찰스 김 초등학교를 찾아 교사들을 격려하고 한인 학생들의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지난여름 LA한국교육원 강당에서 개최된 한국어 교사회의에도 참석한 김 총영사는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일정상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다시 회의장에 나타나 토론회를 진행해 교사들로부터 “가까이 다가온 공관장”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양보다 질’이 중요
김 총영사는 부임 이후 줄기차게 커뮤니티 행사에 얼굴을 비췄지만 앞으로도 이 같은 마라톤 행사참석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지난 11월 일정만 봐도 김 총영사 얼마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1일에는 UCLA와 USC 공동주최로 개최된 남가주지역 한국학 연구자 모임에 참석했고, 한국학교의 한국 문화 체험 교실 등에 자리를 함께했다.

이틀 뒤에는 재향군인회 및 관련 단체장 초청 관저만찬, 지난 5일에는 용수산 식당에서 남가주목사회 초청 오찬을 가졌으며 지난 8일 오전에는 로택스 호텔에서 한국어 교사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후에는 바로 제95차 흥사단 미주대회 관계자 초청 오찬을 용궁식당에서 열었다. 또 지난 13일에는 총영사관저에서 한인학부모 및 한국어교사 초청 만찬회를 개최했다. 14일에는 한미연합회가 주최한 제14회 연례 정치인 오찬에 참석했고 오후에는 캘리포니아 지역 내 한인회장단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저녁에는 윌셔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LA한인회 4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15일에는 한국교육원에서 개최된 제2회 한국역사 퀴즈대회에 참석했으며,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미국 교육자 대상 한국역사문화 가을 워크숍에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 17일 최초로 무비자 제도가 실시되는 날은 오전부터 총영사관에서 타운 관련인사들과 다도회를 가졌다. 이날은 또 Shriner Hospital For Children 병원을 방문해 원장과 아침식사를 나눴고, 오후에는 LA시청을 방문,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 시장을 만났다. 저녁에는 어바인 시장에 당선된 강석희 시장 당선자, 최석호 시의원 당선자를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나누며 숨 가쁜 일정을 이어갔다. 이처럼 김 총영사의 부임이 6개월을 넘어가고 있지만 각계각층의 면담 신청과 각종 기관 및 단체로부터의 행사초청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식행사 외에 비공식 일정까지 계산하면 하루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일정을 조정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행사에는 빠지는 경우도 종종 생겨 눈총을 받는 일도 있었다.
공관에선 어떤 일이?
최근 외교부 인권대사를 맞고 있는 제성호 교수(중앙대 법과대학 교수)가 LA를 방문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제 교수의 기자회견은 LA평통(회장 차종환)이 주최했다. 당초 제 교수의 방문 일정에는 강연회 등도 계획됐지만 간단한 기자회견으로 간소화된 것이다. 이를 두고 LA평통에서 기자회견을 하도록 주선한 김 총영사관에게 의혹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제성호 교수가 LA를 방문한 동안에 공교롭게도 그와 코드가 맞는 김 총영사가 휴가 로 자리를 비운상태였다. 공관측에서 새로운 정권에서 인권대사를 맡은 제성호 교수가 찾아온 만큼 동포단체 인사들과의 간담회라도 주선했어야 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공관은 서둘러 LA평통에게 기자회견을 부탁하는 선에서 그의 일정을 마무리지어버린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 경색과 북한의 인권침해 등이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 권위자인 제성호 교수의 귀한 일정을 허공에 날려버린 셈이다.

제 교수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남북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뿐만 아니라 해외동포 및 NGO단체들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있어 정부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해외동포들이나 NGO 단체들의 민간차원 교류를 통해 상호보완적 역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LA가 해외동포사회의 중심임을 언급하며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LA한인사회가 적극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제 교수는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금의 형국에 대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은 ‘상생공영정책’ 으로서 북측의 ‘퍼주기 강요전략’과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의 손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무조건적인 퍼주기보다 차분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고, 제한적인 부분들은 민간단체들이 대신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지난 10일 LA를 떠나 워싱턴 DC로 향해 북한인권단체들과 만난 뒤 12일 귀국했다. 이런 상항을 볼 때 김 총영사에게는 아직도 공관 장악력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일부에서는 “공관내부 장악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는 부단히 개혁을 주장하고 있으나 공관내부의 진보 성향 영사들이나 직업 외교관들로부터 외교관례와 교묘한 논리적 규정으로 발목을 잡히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총영사관 내부에서는 김 총영사를 물먹이려고 하는 일부 영사들과 타 부처 파견 직원들이 외교통상부나 본부 내 일부 기득권 세력과 손잡고 정통 외교관이 아닌 김 총영사의 실책을 비밀리에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관 내 일부 세력들은 타운의 일부 진보세력과 연계해 본국의 진보언론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임 6개월이 지난 김 총영사에게 ‘허니문’은 끝났다. 그간 김 총영사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타운에서는 총영사에 대한 구설수가 하나씩 돌고 있다. 일부 ‘친박’ 인사들은 김 총영사가 노골적으로 친박 인사들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불평을 하고 있다. 일부 ‘친이’ 성향 인물 사이에서도 김 총영사가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김 총영사가 비례대표의원을 꿈꾸기 시작하면서 경쟁 상대자(이용태 해외동포분과위원장을 지칭)를 물먹이려 한다”는 구설수도 나왔다. 만약 김 총영사가 이런 지적을 가슴에 새기지 못한다면 2009년은 그에게 시련의 계절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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