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타운에서 성업 중인 병원, 정비소, 보험회사, 변호사 사무실 등 여러 업소에서 동포를 상대로 한 보험사기가 극성이다. 한동안 뜸했던 전천후 사기행각이 최근 경제 한파로 인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타운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 당국이 예산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법규를 악용해 잇속을 챙기는 무리들이 범람하고 있다. 전문직종인 변호사와 의사들의 보험사기 행각 면면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저소득층이 신청하는 정부학자보조금을 학생 몰래 추가로 신청해 이익을 챙기는 악덕 업주들도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또 일부 이민 변호사들이 투자이민 영주권을 미끼로 거액을 가로 채는 일도 다반사다. 피해자들은 목돈을 날린 것도 모자라 강제 추방 협박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선데이저널>은 이 같은 피해 사례를 집중 추적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
진료조작 허위 보험금 청구
다운타운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는 K씨는 한인 타운에 있는 Y외과에서 단 한번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K씨는 최근 치료비 조로 Y외과가 신청한 보험료가 2200 달러에 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K씨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진료비가 나왔냐”고 따지자, 병원장은 “정당한 치료를 해주고 보험료를 신청하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며 “서류에 왜 서명을 하지 않느냐”고 되레 따졌다. K씨는 지난해 7월 한국인 변호사의 소개로 Y외과를 찾았던 터였다. 동포의 소개로 일이 잘 마무리 될 줄 알고 기대했지만 이는 K씨의 착각이었다. 병원에서 청구한 치료비가 보험한도액을 넘어 무려 1000달러 가까이를 고스란히 물어낼 수밖에 없었다. K씨는 “외상만 있을 뿐 다른 곳엔 이상이 없는데 별의 별 진료를 다 받게 하더니 심지어 ‘암에 걸렸을지도 모르니 검사를 해야 한다’며 종합검진까지 받게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Y외과의 경우는 약과다. 최근 주정부 의료보건국으로부터 의사면허증을 정지당한 모 의사는 심한 독감으로 찾아온 환자에게 X?레이를 찍게 하고는 “폐암이 의심스럽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의사는 환자를 협박해 비싼 암 검진을 받게 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정비소 주수입은 보험료
한동안 잠잠하던 정비소와 보험 회사 조사원의 견적서 조작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타운의 일부 자동차 정비소는 항상 현금을 준비하고 있다가 조사원이 나오면 뇌물을 건네주는 일이 허다하다. 조사원에게 주는 뇌물은 최소 100달러~3000달러까지다. 정비소에서 조사원에게 뒷돈을 주는 이유는 견적가를 올려 보험료를 받아내기 위해서다. 일례로 뒷돈을 받은 조사원들은 견적이 2000달러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도 더 많은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사정을 봐준다. 때문에 일부 정비소들은 사이에서는 보험사 조사원에게 뇌물을 건네는 것이 일종의 관례로 굳어질 정도다. 보통 정비소와 조사원들은 1000달러 견적이 나오면 2000달러로 속이고 추가로 받아낸 보험료의 절반은 조사원이, 나머지 절반은 정비소가 챙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고객들은 고스란히 추가 비용을 보험료로 뜯기는 셈이다. 현재 타운에서는 정비소들이 조사원들과 짜고 보험료 뻥튀기해먹는 사실이 널리 퍼져 타운에서 2년만 일하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소문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해적 보험사’ 기상천외 사기 수법
한인보험사 가운데 동포를 노리는 ‘해적보험회사’도 활개를 치고 있다. <요즘처럼 보험료가 비싸서 어디 살겠습니까. 저희 보험회사를 이용하면 다른 보험회사보다 50% 싸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일부 해적 보험회사가 실제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선전용어다. LA 보험료가 비싸 가급적 싼 보험에 들고자 하는 동포들을 노리는 것이다. 이들 해적보험회사들은 이름만 바꿔가며 운전 기록이 나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주 정부로부터 영업정지를 받은 보험회사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동포들에게 피해를 입힌 해적회사에 고객을 가입시키는 양심불량 상담원들도 있다. 이러한 해적보험사의 특징은 보험료가 일반회사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지만 정작 사고가 나면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을 들면 보험증서에 주소, 전화번호, 등록번호가 기입되어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해적보험사는 보험증서에 본사주소, 전화번호가 기재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해적보험회사일 경우 등록번호도 가짜인 경우가 허다하다. 보통 보험에 들어 증서만 가지고 다니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지만 보험증서에 기입되어 있는 보험회사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록번호 등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융자금 빼돌리는 직업학교
코리아타운 인근에는 한인이 경영하는 직업학교가 많다. 개중에는 정부융자를 얻어 적법하게 자격을 갖춘 있는 학교도 있지만 일부 학교들은 정부 보조금을 빼돌리기 위해 학생 몰래 서류를 조작하는 ‘몰염치한’ 학교들도 있다. 직업학교는 갓 이민 온 동포들을 위해 영어회화, 컴퓨터, 기계 등을 가르치며 보통 6개월 과정으로 되어있다. 연방정부 학비보조 프로그램을 갖춘 학교는 영주권자에게 정부보조금으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학교들이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미국에 건너온지 1년이 된 D씨는 처음 영어를 배우기 위해 모 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정부보조금을 받고 공부한 후, 수입이 있을 때 갚으면 된다는 말을 믿고 D씨는 정부보조금 신청서에 사인을 했다. D씨는 한 달 만에 수업을 포기했지만 문제의 학교는 D씨가 6개월 동안 수업을 받은 것으로 서류를 조작했다. 6개월분의 학비를 고스란히 빼돌린 것이다. 학교에 알아본 결과 입학과 동시에 6개월 치 학비를 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부당한 수입을 올리는 곳이 상당수라는 얘기다. 다들 학교에서는 최고 3000달러까지의 정부융자금을 학생명의로 신청해 보조금을 받는다. 학비와 학비 융자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 지나치기 쉽다. 일부 학생들이 “실제 학비는 7500달러인데 왜 8000달러를 융자했냐”고 따지면 학교는 “신청한 액수만큼 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신청 했다”는 식으로 무마시키기 일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 미국에 건너와 컴퓨터 비즈니스과에 6개월 코스를 정부융자금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만약 도중에 포기한다면 융자금에 대해 꼭 확인해야한다. 만약 확인하지 않을 경우 6개월 치 융자금을 학교가 고스란히 챙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짜 사건으로 한몫 챙기는 변호사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일부 한인들 사이에서 가짜 사건을 빌미로 보험료를 빼돌리는 일도 허다하다. 이들은 특히 자동차 사고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뒷돈을 챙긴다. 자동차 사고를 허위로 조작하기 위해 다른 민족과 사고를 만들어 보험료를 타먹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 이들은 한 차에 4명이 탄 것처럼 위장해 사고를 내고 일인당 2200달러를 현금으로 챙긴다. 돈이 궁한 사람들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PI와 짜고 사고를 만든 후 병원, PI, 변호사와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보험사에서는 한인이 연루된 사고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처리하는 일까지 빈번하다. 심지어 교통사고 보상금까지 가로채는 뻔뻔한 변호사들도 비일비재하다. 한인들 가운데 보험과 정부융자 신청에 연관된 전문 분야에 진출한 ‘성공한 코리언’들이 많다. 하지만 일부 상류층들이 해적보험사 운영, 보험료 부정 수급, 등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 최근 급증하는 것이 문제다. 비양심적인 사람들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해는 갈수록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한인타운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악재가 되고 있다. 무분별한 불법 경영이 동포들의 자긍심에 먹칠을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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