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인은행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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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은행들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최악을 기록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징조를 보이는 가운데 올 한해 상상을 초월한 악재가 잇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그 동안 다른 상장은행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며 상승곡선을 그려왔던 나라은행조차 이번 실적발표에는 경기악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나라은행의 실적발표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라 은행은 지난해 4/4분기에 985만3000달러, 주당 39센트의 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성적표는 나라은행이 대손 충당금을 크게 늘린 것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나라은행은 4분기 대손충당금 590만 달러를 포함, 지난해 총 대손충당금만 총 4880만 달러를 쌓았다. 승승장구하던 나라은행 위기의 배경과 원인을 총력 취재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나라은행은 지난 4/4분기 124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앞선 3/4분기 630만 달러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나라은행의 부실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예금액도 19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 분기보다 무려 1000만 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그러나 대출액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이 나라은행 부진의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사정이지만 유독 나라은행만 위기에 빠진 원인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엄청난 예금이 본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실 대출은 3758만 달러로 전 분기와 비교해 무려 700만 달러 넘게 증가한 것도 문제다. 이는 대부분 상업용 건물에 대한 대출부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라의 부실 대출율은 1.79%로 일반 주류 은행들보다는 낮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의존도가 60~80%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부실 대출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은행이 질 높은 사업체를 대상으로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재무부로부터 받은 6700만 달러의 구제금융(TRAP) 자금도 나라은행에겐 매 월 8%에 가까운 이자를 갚아 나가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라은행의 사정이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라은행은 올해 1/4분기 안에 라스베가스와, 뉴저지, 북가주 버지니아에 있는 대출 사무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나라은행이 더 이상 대출에 무게 중심을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예금은 줄고 대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용 시장마저 붕괴될 경우 한인 은행의 상황은 최악에 직면할 수 있다.


구제금융이 오히려 걸림돌


나라은행은 지난 해 4/4분기에 무려 985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구제금융(Tarp)으로 지원받은 6700만 달러에 대해 재무부에 매월 78만 달러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구제금융자금은 오히려 경영에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나라은행은 재무부로부터 우선주를 발행하는 조건으로 받은 구제자금 6700만 달러 가운데 한 분기 배당금 78만1666달러 67센트를 배당금 형식으로 2월부터 지불해야 한다.
즉 1년에 나라은행이 재무부에 지불해야 하는 배당금은 312만6666달러 60센트로 지난 4분기 순익보다 많은 돈을 고스란히 이자로 날리는 셈이다.
나라은행뿐 아니라 여타의 한인은행들 역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의존도가 60~80%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부득이하게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은 이들 자금을 섣불리 대출 사업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8%에 달하는 비싼 이자를 분기별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일부 은행은 현재 Tarp자금을 정부가 책임지고 있는 모기지 담보 채권에 투자한 상태다.
이런 전략은 섣부른 대출로 Tarp자금마저 손해 보지 않으려는 한인 은행권의 궁여지책이다. 그러나 정부의 모기지 담보 채권 이자율은 재무부에 갚아야 하는 8% 배당금 보다 더 낮아 은행으로써는 Tarp자금을 굴리지 않을 경우 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나라은행 주가 연중 최저치


최근 뉴욕 3대 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투자자들은 나라은행의 주식을 팔자세로 몰았다. 그 결과 나라은행 주가는 지난 2002년 수준으로 폭락하고 말았다. 나라은행 주가는 연일 3대 지수의 녹색 그래프와는 역행해 5달러 9센트의 종가를 기록했다.
나라은행 주가는 한동안 최저 4달러 99센트에서 최고 5달러 65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6일 나라은행의 거래량은 총 26만4774주로 평소 거래량에 두 배에 달했으나 팔자세 주문이 압도적이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를 중심으로 금융주가 상승 무드였음에도 나라은행만 주가가 폭락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가들이 나라은행의 주식을 매각한데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가 시작됐다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와 함께 최근 나라은행이 재무부에 78만 달러의 분기별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발표도 투자가들에겐 매력을 주지 못했다. 나라은행의 지난 주가는 최고치인 17달러 40센트와 비교해 무려 65%가량 빠졌으나 문제는 나라 은행의 주가가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라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의존도는 65% 정도로 현재 소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흐를수록 부실이 늘어 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인 은행들은 올 6월까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크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 여파는 단기간에 마무리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독


지난주 나라은행의 주가는 연중 최저치인 5달러 53센트를 기록하면서 폭락했다. 주가를 끌어 내린 이유는 이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율이 1.7%에서 올해 말에는 3%가 넘을 것이라는 발표와 대출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증권가 소식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나라은행을 비롯한 한인 은행권에선 이런 소식은 폭풍우가 예보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특히 지난 4/4분기 나라은행의 대출 상황을 살펴보면 총 210만8264달러로 전 분기와 비교해 0.3%만이 증가했을 뿐이다. 지난 4/4분기 나스닥 상장 4대 한인 은행의 대출 액수는 총 900만 달러를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대출 시장이 얼어붙고 있음을 증명했다.
나라은행과 한미은행의 4/4분기 대출 건수가 전 분기와 비교해 1%도 넘지 못한 이유도 불경기로 인해 상업용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질 좋은 사업체를 대상으로 대출 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다.
전 한미은행장이자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손성원 박사는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 지표로 볼 때 증가하는 실업율에 소비 심리 위축이 두드러지면서 상업용 부동산과 소매 업체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 한인은행에 악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올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더욱 악화되면서 한인 은행들의 대출 건수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Tarp자금까지 받은 나라은행을 비롯한 한인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라 은행 예금액 감소 ‘이유 있다’


나라은행의 지난 4/4분기 예금고는 전 분기에 비해 1000만 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이는 나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공통된 현상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축과 함께 찾아온 한인 은행들은 환율이란 또 다른 외적 요소로 예금고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은행이 4/4분기에 발표한 예금고 총액은 19억4000만 달러로 3개월 전인 3/4분기 때와 비교해 1000만 달러 정도 줄어들었다. 이는 2007년 4/4분기의 예금고(18억3000만 달러)와 비교해선 1억1000만 달러가 늘어는 수치다. 그러나 문제는 전 분기 즉 3개월 전과 비교해 무려 1000만 달러의 예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낮은 예금 이자율과 원·달러 환율 차 때문이다. 나라은행의 예금 인출 내용을 살펴보면 990만 달러의 양도성 예금 증서(CD)가 빠져나가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곳으로 이동했다는 점과 한국 내 은행이 높은 이자를 높게 쳐주는데다 환차익을 노린 예금주들이 본국으로 돈을 송금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상 본국으로의 송금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라은행은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의 마진율 폭이 2-3%선이다. 한인 은행들 간의 과다 경쟁으로 예금 이자를 내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다 대출 건수도 많지 않아 마진도 줄어든 상황에서 예금 탈출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나라은행은 올 초부터 각종 수수료를 대폭 인상해 마진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고객들로부터 적지 않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인 없는 은행’의 한계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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