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는 3월 들어서도 바닥을 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악의 1월을 보낸 뉴욕 증시는 대규모 경기 부양 법안이 통과되고 금융 안정 대책이 발표된 지난달에도 결국 12년 이내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이번 주 역시 여전히 금융주를 중심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데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주요 거시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될 예정으로 추가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 미국의 2월 고용보고서는 다시 급격한 고용시장 악화 양상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됐다. 또 최근 씨티그룹이 사실상 국유화된 데 이어,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에 대한 정부의 공적자금 추가 지원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두 기업의 운명이 금융주 향방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청문회 역시 관심 대상이다. 금융권 악재가 끊이지 않자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정부 대책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으나 대안 없는 미봉책에 정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되고 있을 뿐이다. 올해 경영부실로 문을 닫은 은행만도 10여 곳이 넘고 금년에 약 100여개의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미국경제는 나락의 길을 가고 있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이번 주 초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최근 소비자 및 중소기업 지원 대책의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간자산담보증권대출(TALF) 프로그램은 금융 안전판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또 영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각각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란은행(BOE)는 이번 참에 아예 확실히 제로금리(0%) 정책으로 들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시 0.5%포인트 상당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례적인 신용 완화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오는 화요일 호주준비은행(RBA)이 1%인 현행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인지 여부도 주목대상이며 같은 날 캐나다중앙은행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중앙은행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닥이 어디야?’ S&P500지수 추락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뉴욕 주식 투자자들이 ‘항복 선언(capitulation)’ 상태라고 단정지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된 이상 주가 하락 속도가 매우 급격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DM파이낸셜 수석시장 전략가 마이클 쉘던(Michael Sheldon)은 “이번 주 증시 향방은 TALF와 주택차압 예방 대책의 세부안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미국 은행권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얼마나 해소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또 알렉 영(Alec Young) 스탠더드앤푸어스(S&P) 시장전략가는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평가할 경우 미국 증시는 계속 하락해 새로운 저점을 찾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상을 내놨다. 그는 “특히 2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결과가 기대대로 추가 악화될 경우, 이를 계기로 추가 하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지난 주 4% 이상 급락해 1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S&P500 지수가 18% 추가 하락해 600포인트까지 접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널캐피털리서치(Channel Capital Research)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더그 로버트(Doug Robert)는 “경기가 회복하려면 적어도 수년은 걸릴 것이란 사실을 이제야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면서 “경기 전망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계속해서 추가 저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씨는 또 “은행권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한 주간 다우지수는 4.1%, S&P500은 4.5% 그리고 나스닥은 4.4%나 하락했다. 월간지표로는 각각 11.7%, 11% 그리고 6.7% 떨어진 것이다. 특히 S&P는 12년래 최저치 수준으로 추락했고,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 역시 12년래 최저를 경신함과 동시에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AIG 구제 임박, 씨티그룹 국유화
지난 주 국유화 논란으로 하락 장세로 출발한 뉴욕증시는 버냉키의 경기회복 기대 발언으로 급반등하기도 했으나, 이후 미국 주택지표의 악화와 예산안 여파, 씨티그룹의 사실상 국유화 소식에 미국 성장률 대폭 하향 수정 사실까지 알려지며 추락세를 이어갔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대부분 올해 말에야 나타날 것으로 점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금융시스템의 안정화와 은행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부실자산 처리 여부에 쏠려 있다. 지난주 미국 정부 및 금융 당국은 주요 대형은행에 대한 자산건전성 등을 검토하는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발표한데 이어, 이번 주에도 최근 대책들에 대한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주초 연방준비제도는 TALF의 세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TALF는 기존의 8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규모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중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750억 달러 규모의 주택차압 예방 대책의 세부안을 발표한다. 이는 그나마 시장으로부터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터라, 구체적 내용이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은 AIG는 대규모 손실이 지속돼 경영난을 겪고 있던 차에, 지난 주말에 정부와 300억 달러의 추가 금융구제 지원에 대한 합의에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 주목된다. 이번 합의 내용은 정부의 600억 달러 신용한도에 대한 금리 인하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목요일 상원은행위원회에서 개최될 AIG에 대한 청문회가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그밖에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오는 수요일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소비심리 최악 일로
지난해 4/4분기 어닝 시즌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채권보증업체 MBIA와 주택건설업체 톨브라더스(Toll Brothers), 마벨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금주에는 이 밖에 주요 거시지표가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주말 발표되는 2월 고용보고서 외에도 지난달 개인소득 및 지출,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1월 공장주문 등 굵직한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2월 자동차판매와 1월 주택매매계약지수, ADP의 2월 민간고용동향, 연준의 베이지북 그리고 목요일 나오는 2월 주요 소매업체 동일점포 매출 동향도 주목되는 지표다. 개인소득 및 지출 결과도 공개된다. 지난주 발표된 2008년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개인소비지출(PCE)이 전분기 대비 4.3%(연율) 하락하는 등, 이미 소비지출의 약화가 확인된 상황이라 이번 결과에 대한 전망도 밝지는 않다. 소비 위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월요일과 목요일 발표될 2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와 1월 공장 주문도 악화 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2월 제조업지수는 전월의 35.6에서 34.0으로 추가 하락했고, 1월 공장주문은 다시 3%대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말에 발표된 고용보고서 결과가 가장 주목된다. 2월 비농업부문 신규일자리는 전월대비 65만개 가량 줄어들며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실업률 역시 전월의 1992년 9월 이후 최고치인 7.6%에서 추가 상승한 7.9%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깜짝 상승했던 주택매매 계약지수는 1월에 다시 3%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자 발언 일정도 빼곡하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톤 연방은행 총재와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방은행 총재는 주초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 컨퍼런스에서 각각 연설이 예정되어 있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크리스티나 로우머 의장도 NABE에서 연설 일정이 오는 화요일 배정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실업률 26년래 최악
캘리포니아의 실업률이 10%를 넘어섰다. 지난달 28일 LA타임스는 올 1월 캘리포니아의 실업률이 26년래 최고치인 10.1%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대비 0.8%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기회의 땅’이라 불리며 독립국가가 되었을 때 세계 10위권 이내의 경제대국으로 평가될 정도로 경제력을 갖춘 캘리포니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 미국 정부도 망연자실한 상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달 7만9300명이 일자리를 잃어 186만3000명이 공식적인 실업자로 기록됐다. LA카운티 실업률은 캘리포니아 평균 실업률보다 높은 10.5%를 기록했다. LA카운티에서는 올해 8만9000명이 실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올해 전체 실업률은 10.5%를 웃돌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LA카운티에서는 지난해부터 소매업, 제조업, 건설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으며 이 여파로 지역 핵심 산업인 영화산업마저 위축돼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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