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까지 경기를 회생시키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야심찬 예산계획이 의회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미국의 경제상황 위축이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내려앉아왔던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주고 있다. 더 악화된 경제상황은 향후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이 힘겨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총생산(GDP), 즉 재화와 용역의 총합은 무려 6.2%나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무부에 따르면 약 5%의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던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빗나갔다. 애초 상무부의 경제 전문가들은 GDP가 약 3%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다시 5%로 수정한 것이나 결국 이 같은 전망은 모두 빗나갔고 감소세는 무려 6.2%로 곤두박질했다. 이 같은 GDP 하락은 결국 올 경제는 더 낮은 수준에서 시작한다는 직접적인 의미가 되는 한편 재생을 위한 여력도 그만큼 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다우지수 끝없는 추락
와코비아 은행의 존 실비아 분석관은 “경제가 정말 힘을 갖지 못하고 있고 올해 첫 분기에 그만큼 여력을 내지 못한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석 탓인지 다우지수는 지난 2일 다시 무기력하게 떨어지면서 지난 1996년 이래 처음으로 68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날 개장 초부터 지수는 7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AIG사의 밑 빠진 독 양상이 다시 보인 탓도 있지만 장내에서는 그 외에 전반적으로 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컸다. 정부 소유의 대상으로 논란이 됐던 시티그룹 은행주식은 이미 정부 소유 우선주가 40% 가까이 떨어진 1.5달러 선으로 하락한 상태이다. 기술 부문과 서비스 부문 산업 역시 무기력하다. 제너럴일렉트릭은 이미 지난달 말 59년 이래 처음으로 자산 가치 하락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자사가 필요한 자금을 가능한 한 융통하려 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내 4위의 굴지 법률회사인 랫햄 왓킨스는 190여 명의 변호사들과 250여 명의 준법률가 등을 정리해고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워싱턴 정가나 경제계에서는 서서히 오바마 정부의 경제계획이 너무 장밋빛만 띠고 있으며, 여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임기 말에 가서 정부 예산적자를 절반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한 공약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는 지난해 1.2%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 3.2%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와는 달리 올해에도 1.9% 하락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전문회사인 MFR의 조슈아 사피로는 “올해 경제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성급한 전망이다”고 비판하며, “하락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와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 예상치를 보면 그 내용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묘사돼있으며, 우리들의 전망과는 180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물론 정부의 예상치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현재 보이는 지수 상으로 판단할 때 너무 낙관적으로 잡혀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의 경제팀은 “판단의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반박한다. 크리스티나 로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행정부의 성장 전망은 이미 수주 전부터 작성돼 있던 것이며 원론적으로 극심한 경제위축 뒤에는 언제나 상당한 반전을 보였던 전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통화정책을 예로 들면서 “올 첫 분기동안에 상황은 계속 안 좋은 모습을 보이겠으나 앞으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될 경우 회생의 모멘텀을 갖고 다른 부문에까지 치유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업 투자도 29%나 줄어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소비자 지출과 기업투자부문, 수출, 그리고 정부의 지출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급격히 위축된 소비자 지출은 연평균으로 계산할 때 무려 4.3%의 비율로 하락했고 기업 투자부문에서도 산업기기와 소프트프로그램 투자에서 무려 28.8%의 감소를 보였다. 실제 수출 면에서도 재화나 용역의 수출은 무려 23.6%나 추락했다. 경제성장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정부의 지출이다. 그러나 이 부문은 이미 그전부터 감소세를 보여 약화된 상황이다. 특히 주정부나 카운티 정부 등에서는 예산부족 현상이 이어져왔다. 이 같은 전반적인 모습에서 경제학자들은 올해를 희망적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무부 역시 처음에 기업의 재고물량이 62억 달러 규모라고 봤다가 다시 19억9000만 달러로 수정했다. 재고량의 대폭적인 축소는 그만큼 기업 활동이 위축됐음은 물론 투자에서도 여력이 없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재고량이 낮다는 말은 앞으로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는 의미로도 보일 수 있으나 줄어든 소비지출부문과 연계해 볼 때 그렇게 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MFR의 사피로는 “기업들의 재고물량 위축은 팔리지 않은 물량이 아니라 제조되지 않은 물량이 더 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며, 이는 기업들에게 커다란 약세가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다”고 설명하고 “이것은 단순히 좋지 않은 모습이 아니라 아주 흉악한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은행이 그런대로 버텨주는 상황이 아닐 경우 절대 경기부양책이나 다른 경제정책이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이 대출이나 융자를 할 만큼 여력이 없을 경우엔 제아무리 좋은 경제처방을 하더라도 이는 마비상황을 가져오는 것이란 지적이다. 경제전망 그룹 단체의 버나드 보우몰은 “은행부문에서 움직여주지 않을 경우 모든 경기부양책은 물 건너 간 것이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허니문’ 지속…공화당은 추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 위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지옥 속의 허니문’을 즐기고 있는 반면 미 공화당은 부정적인 여론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전했다. 9일 뉴스위크가 공개한 자체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58%가 오바마의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해 지지 의사를 나타냈고 26%는 반대 의사를 보였다. 지지 또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응답자는 16%에 달했다. 뉴스위크는 오바마의 지지율이 취임 초기보다는 다소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미국인의 72%가 오바마에 대해 여전히 호의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여론 조사에서 설문대상자의 65%는 오바마가 경제를 되살리는 데 성공할 것으로 `매우 또는 상당히’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취임 직전의 긍정적인 답변 71%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진 수치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인의 84%는 미 경제 상황이 매우 나쁘다며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고,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연방정부가 부실 금융기관과 자동차 `빅3’를 살리는 데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응답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꺼리고 있는 `미 금융 기관들의 국유화’ 문제에 대해선 절반 이상인 56%가 지지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의 부유세 방침에 대해선 49%가 지지했다. 뉴스위크는 오바마가 공화당과의 초당적 정치를 시도하고 노력하는 데 대해 미국인들이 큰 신뢰를 보내는 동시에, 공화당이 이에 제대로 화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응답자의 58%는 공화당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비전과 계획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공화당의 입장에 동조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뉴스위크는 공화당 일반 당원들이 당의 진로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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