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타운의 목을 조르는 경기불황의 끝이 어디냐?”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에 한인타운 경기가 계속 하락추세다. 그 중 한인은행권과 언론계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불황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타운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인은행권의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아무런 설명을 하질 못할 정도다. 이런 현실에서 타운 경제를 받치고 있는 한인은행권과 타운 여론을 이끌어가는 언론계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각각의 생존에만 급급해 덩달아 한인사회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미주한인사회 최대은행인 한미은행(행장 유재승)의 주가는 페니주가인76센트라는 최하 수준까지 떨어질 정도로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른 은행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미은행의 영향은 비단 해당 은행뿐 아니라 전체 한인은행이 공동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 크다. 특히 비상장 한인은행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연방재무부에는 구제금융 신청 건수가 1,000건이나 밀려 있다. 이들에게 미국 ‘대공황’의 악몽을 재현시키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인사회의 금융권의 문제는 어쩌면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도 25개 은행이 파산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 벌써 16개 은행이 파산했다. 한미은행은 82년 설립 이후 지난 1992년 4.29 LA폭동 당시에도 최대위기를 맞았으나, 동포사회가 계속 성원하고 밀어주었고, 은행도 한인들의 폭동 재기노력에 동참해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갔다. 오늘의 위기는 어쩌면 4.29 폭동 당시보다도 더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기 악화 속에서 한인은행권이 절대 절명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은행권도 살리고, 한인경제 회복도 도모하는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탈출구는 합병이다. 은행들 간 합병으로 위기를 탈출하자는 것이다. 이참에 언론사들도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끝이 점점 다가오는데 아직도 일부 은행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전력투구로 나가도 힘든 현실에서 제대로 위기의식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한인은행의 이사진들 때문에 어쩌면 아무도 바라지 않은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성진 취재부 기자> |
보통 은행 주가가 3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가치로는 별로 의미가 없다. 지금 한인 상장은행들 중에서 한미은행, 나라은행, 중앙은행 등 3개 은행이 3달러선 이하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끝내 1달러 이하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급기야 존폐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불과 2-3년 전까지 만해도 이들 은행들의 주가는 22달러 선이었다. 한동안 은행의 대주주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인물로 부상했으며 은행주식 가치가 수천만 달러에 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주가가 폭락 마치 휴지조각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다. 이 같은 현실에서 자칫 한인 상장은행들이 미국연방제도이사회로부터의 개입이라도 당하는 날이면 폐업의 수모를 당하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한인은행권들이 자구책과 커뮤니티의 재산보호라는 명분을 위해서 마지막 구제책으로 합병을 모색하는 시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위기탈출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대 절명의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불황의 ‘바닥이 어디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끝이 불투명해 그 시점을 진단하지 못해 문제다. 바닥이라도 안다면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바닥이 모르니 답답할 뿐이다. 한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추세에 더 늦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길만이 그나마 살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은행들 간의 합병이다. 아직까지 한인 상장은행들 간에 공식적인 합병 논의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이미 일부에서는 물밑 작업을 진행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지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중앙은행측이 한미은행과 나라은행을 상대로 합병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과 나라은행에서도 중앙은행의 제의에 대해 일부 전현직 이사들이 심사숙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한미은행측은 인수합병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난번 PUB은행 인수 합병의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정은 그 때와는 180도 다른 환경에 와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존폐위기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1등 은행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늦었다. 자칫하면 한미은행 때문에 전체 한인은행권이 도미노처럼 공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제 : 5가지 합병시나리오 현재의 움직임에 따라 예견되는 한인은행간 합병 시나리오로는 3가지를 전망할 수 있다. 우선 첫째 나라은행과 중앙은행간의 합병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아예 상장은행 3은행 즉, 한미-나라-중앙이 합병을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한미은행과 나라은행간 합병이고, 네 번째 시나리오는 한미은행과 중앙은행간 합병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한인은행권과 중국계 또는 주류 은행권과의 합병이다. 만약 두 번째 시나리오인 한미은행-나라은행-중앙은행 등 3은행이 합병으로 하나의 은행으로 될 경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자산규모 80억 달러의 한인 대형은행이 태어나기 때문에 우선 심리적으로 위기탈출의 자신감을 취할 수 있다. 미국내 아시아 은행권에서도 능히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들과의 합병은 이미 지난해 중국계 최대은행인 이스트 웨스트 뱅크가 오래 전부터 한인 금융권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데서 동기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이스트 웨스트 뱅크는 구제금융 3억 1천600만 달러를 승인 받아 탄력적인 활동을 할 여유가 생겨 이 기회에 한인사회 최대은행인 한미은행과 합병한다면 양측의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돌아온 최대주주 나라 ‘이종문’
첫 번째 시나리오인 나라은행과 중앙은행 합병은 과거에도 논의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합병될 새 은행에 대한 명칭까지도 합의했었다. 그런데 거의 합병단계에 이르러 나라은행의 이사진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깨져버렸다. 이사진들은 새로운 이사회에서는 전적으로 영어로 모든 것을 진행하도록 하자고 우겼다. 말하자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사들은 퇴출시키자는 것이다. 중앙은행 이사진을 두고 한 공격이었다. 나라은행 이사진들은 사외 이사가 대부분이라 주주들이나 투자자들에 대한 성의가 별로 없다. 은행을 위해서 자기희생을 할 줄 모르는 이사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은행으로부터 받는 이사 대우 수당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즈음 사정이 달라졌다. 경제사정이 너무나 좋지 않고 이사들의 책임을 묻는 소송도 받은 처지라 하루빨리 이런 책임들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전 이사장인 이종문씨가 다시 나라은행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이에대해 한인 은행권 관계자들은 일단은 “예상됐던 일”이란 반응이다. 지난 해 3월 사임을 공식 밝힐 때 만 해도 은행권은 이종문 이사장이 언젠가는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8%가 넘는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나이 등을 감안할 때 결국 복귀해 자신의 지분을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귀 시점이 나라은행은 물론 한인 은행권 전체가 부실 등의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심을 더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이사진이 대부분 사외이사라는 점이 오히려 이 이사장의 복귀를 앞당겼다는 주장이다. 좀더 공격적인 정책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종문 이사장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도 이종문 이사장의 복귀는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되어 온 합병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이종문 이사장과 이 은행의 최대주주의 한사람인 토마스 정 전이사장이 합의를 한다면 합병 논의가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이 정 전이사장의 협력이 없이는 은행 개혁은 힘들다고 보여 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종문 이사장의 복귀로 은행권 이사들 간에 접촉이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은행권은 합병 모색 때 마다 새로운 은행 이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사실 합병될 은행 이름이 어떻게 바뀌던, 이사진의 재편성이 어떻게 되던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 한인은행권도 이제는 미 주류은행권에서 행하던 수많은 인수합병의 연속이나 중국계 은행들의 인수와 합병에서 은행 명칭은 중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들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의 이익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이고, 또 그렇게 해주는 경영진만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 한인은행권들도 인식해야 한다.
합병이 위기타파 돌파구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한미은행과 나라은행간 합병도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자산면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점하고 있는 대등한 입장에서 합친다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은행주가의 추락을 막아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미은행은 본지에서 수차례 보도한 것처럼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이사진들이 위기에 대해 실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유능한 은행장이 왔다고 해서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각성해야 한다. 한 때는 ‘손성원 행장이 최고’라면서 영입했던 이사들이 3년도 못되어 ‘손성원 퇴출’에 앞장섰던 것을 볼 때 과연 이 같은 이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들은 주가가 계속 떨어져도 ‘단순한 변동’이라는 설명만 늘어놓고 있다. 은행을 위한다면 이사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증자에 나선다면 회생의 기회도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강조하는 12%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3200만 달러 이상의 자본증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 시세인 주당 1달러 이하 수준에서 증자를 한다면 총 발행주식수만 4600만주에서 7800만주로 늘게 되고 주식 가치가 그만큼 희석되지 않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주식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벌써 FDIC가 개입해 은행이 처분당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1달러 밑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시장에서 퇴출시키던 나스닥증권거래소도 이미 1달러미만 주식의 퇴출을 4월말까지 유보한 상태다. 만약 한미은행의 예금이 계속 빠져나간다면 연방정부도 이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이사들의 역할과 사명의식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가 왔다. 그것을 합병이나 증자를 계기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합병을 하기위해서 이사들은 일체의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다만 은행의 회생을 위한 길만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합병을 통해 능력 있고 유능한 인재들을 선별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업무지침을 강화하고, 합병을 통해 건전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위기탈출을 위한 전략적이고 긍정적 사고와 시장경제에 밝은 전문 경영자를 구축해 새로운 상품개발로 수익구조의 개발 및 창출을 위해 진력한다면 여러 가지 위기탈출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은행은 한인사회 1등 은행이었으나 그동안 이사진의 자만과 허세 아래 대출과 영업면의 부실관리, 인적자원의 부실 관리로 한때 22달러선의 주가를 불과 2년여 만에 76센트로 추락시킨 원인에 대한 책임을 우선 이사진부터 져야 한다는 얘기다. 오늘의 미국의 신용경색 위기가 2009년 초까지 지속된다는 예측을 수년전부터 미 주류사회에서 경고음을 날렸지만 한인은행권은 피부로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한인은행권들이 둔감했다. 한미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1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자금을 승인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가마저 1달러도 안되어 사실상 구제금융 이외의 자본증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채권 등 다른 방식으로 증자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수익률 등 가격 결정이 어려워 이 역시 쉽지 않다. 이제는 합병만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인식이 팽배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