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참정권 세미나 현장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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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정치·사회·행정 전문컨설팅업체인 ‘폴리시앤리서치’에서 ‘재외국민의식조사’를 벌였다. 주요 10개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재외국민 6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였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9.1%가 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다. 10명 중 9명이 투표를 하겠다는 것이다.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적극 투표층’도 46.8%에 이르렀다. 중앙선거관리위도 재외국민 투표율을 60%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16일 한나라당 중앙위에서 주최한 ‘재외국민 해외참정권 추진 실태 세미나’에 참석한 해외 인사들은 지난 2월 5일 통과된 ‘재외국민참정권법’대로 선거를 치르면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군현 한나라당 중앙위 의장조차 “10% 이하 투표율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날 열린 세미나를 <선데이저널>이 현장 취재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이 날 패널로 참석한 이들이 꼽은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원인으로 ▲투표소를 재외공관으로 제한한 점 ▲우편투표나 인터넷투표를 제외한 직접투표만 허용한 점 등을 꼽았다. 특히 외교부 조사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16개국 중 미국·영국 등 9개국에서 우편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최광수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상임고문은 “미국은 한국에 비해 광활한 영토인 관계로 공관투표로 제한할 경우 많은 동포들의 참여가 제한될 것 같다”며 “37년 만에 처음으로 본국정치에 참여하는 동포들에게 편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상임고문은 “미국에 거주하는 1세 한인 동포들은 대부분 투표 성향이 강하지만 1.5세 및 2세들은 그다지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우편우표를 포함해 많은 동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상임고문은 “한미간 무비자 협정 체결로 많은 한인들이 미국에 들어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2012년쯤에는 지금보다 약 50% 이상 투표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며 “시간적으로 3년이란 기간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많은 시간을 갖고 검토·보완해야 한다”고 ‘재외국민참정권법’ 개정을 주문했다.
이에 비해 김일웅 재일본 한인상공인총연합회 회장은 “일본에 사는 한인 동포들은 한국정치에 소극적”이라며 “오히려 일본 지방 참정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한국 공관 내로 투표장소가 제한되어 불편한 점이 많다”며 “민단 등 공인기관으로 더 확대해 많은 재일동포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표소 멀면 사실상 불가


김종남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부이사장(호주)은 “투표소가 설치될 대사관이나 총영사관까지 거리가 멀어 비용부담이 많다”며 “투표를 이유로 장거리 여행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투표할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김 부이사장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동포 유권자 300명 이상 거주하는 지역에도 투표소를 설치하고, 호주에서 실시하고 있는 우편투표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준혁 재유럽 한인회 상임고문이자 재유럽한국경제인단체연합 회장도 “유럽지역은 해외동포 참정권 부여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며 “공관투표를 포함한 우편투표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양창영 호서대 해외개발학과 교수는 “미국 내의 한국 외교공관이 10개인데 50개주를 관할하고 있다”며 “공관으로부터 수백k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이 있을텐데 이들에게는 투표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군현 의장은 “우편투표나 인터넷투표의 허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우편투표와 인터넷투표가 허용되면 한나라당이 (다음 선거에서) 큰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외국민참정권법 통과 주역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대리투표 가능성 때문에 우편투표나 인터넷투표는 허용할 수 없다”며 “이것은 헌법이나 직접선거 원리에도 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곤란하다”고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홍 원내대표는 “다만 투표소 확대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정보가 없어서 투표를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정부정책 홍보해야


해외인사들은 특히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이 오는 2012년 총선·대선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해외동포분과위 캐나다본부장으로 임명된 김관수 세계한인무역협회 캐나다협회장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39만표 차이가 당락을 갈랐다”며 “재외국민참정권법에 통과됨에 따라 240만명의 재외국민 유권자가 막대한 힘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700만 재외국민 네트워킹을 추진해 경제분야 등에서 적극 협력하면 좋을 것”이라도 덧붙였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발언을 연상시킨다. 
김일웅 회장은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민단의 90%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며 “민단이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선거 시기가 다가오면 무드(mood)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부터 정부 정책들을 홍보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군현 중앙위 의장도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재외국민)세력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며 “재외국민의 권익을 신장할 수 있는 정책들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장은 이날 세미나 자료집에 수록된 ‘환영사’에서도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한국정치의 지각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송광호·정몽준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화환을 보냈고,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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