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로켓발사를 강행했다. 로켓에 탑재한 인공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은 인접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한미일 3개국의 대북정책의 변화가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먼저 북한의 로켓 발사가 기술적인 면에서 성공하지 못함에 따라,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원래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 장거리 로켓 발사 능력을 과시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의제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주요 사안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와 미 과학계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능력이나 미국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 모두에서 아직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데이저널>이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한 향후 국제사회의 전망을 짚어봤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미국의 미사일 관련 전문가들로부터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이 5일 발사한 로켓과 탑재물의 궤적을 면밀히 검토한 미 과학자들은 이번 발사가 ‘은밀한(furtive) 성공’도 아니며, 이번 실패는 과거 북한이 보인 실패와 일치한다고 5일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하버드대의 천문학자인 존 맥도웰(McDowell)은 5일 발사된 북한의 로켓에 대해 “분명한 실패(setback)”라며 “북한 미사일은 단기간에는 미국에 어떤 종류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NYT에 말했다. MIT의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포든(Forden) 은 “북한엔 매우 당혹스러운 결과”라며, “만약 북한의 ‘경애하는 지도자’가 인공위성이 제 궤도로 날아가지 않은 것을 발견하면, (관계자들의) 목이 날아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이번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만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핵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스(Ploughshares) 펀드의 조지프 시린시온(Cirincione) 회장은 CNN방송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능력은 ICBM으로까지 발전되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ICBM 능력을 보여주려면 더 크고 사거리가 긴 미사일 개발과 탄두 소형화, 대기권 재진입을 견뎌낼 수 있는 장비 개발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수년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 아메리카 재단의 군축 전문가인 제프리 G 루이스(Lewis)도 NYT에 “미사일 프로그램 초기에는 일련의 실패를 겪는 것은 늘 있지만, 북한은 문제를 극복했다고 확신할 만큼 충분한 시험 발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포동 2호가 2006년에 이어 계속 실패한 것을 볼 때, 이 (미사일)체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 과학단체인 ‘우려하는 과학자들 연맹’의 선임 과학자인 데이비드 라이트(Wright)는 “지난 10년간 북한이 보인 일련의 로켓 발사 실패는 북한이 심각한 품질관리 문제를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로켓이 1998년 대포동 1호에 비해 사거리가 2배가량 늘어난 3200㎞를 날아가고 분리능력을 보여준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아직은 ICBM을 만들 능력이 떨어지지만 2006년 핵실험을 한 만큼, 앞으로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해 낼 능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해병대 대학의 브루스 벡톨(Bechtol) 교수는 “2006년 발사된 대포동 2호 미사일이 40초 만에 폭발한 것에 비해서는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실패
미국 국방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카트라이트 부의장은 6일 본국 국방부의 2010회계연도 예산관련 브리핑 후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의미있는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카트라이트 부의장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 갈래로 봐야 한다”며 “하나는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어나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 또 다른 하나는 이를 잠재적으로 확산시키고 전 세계에 판매하려는 북한의 야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먼저 ICBM 개발능력과 관련, “북한이 지난 두 차례의 실패를 경험한 후 이번에 추구했던 기술은 (추진체의) 단계를 높이는 기술이었다”며 “그러나 그들은 (이번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사일의 확산문제에 언급, “3번이나 거푸 실패하고,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나라에서 당신이라면 (미사일을) 구입하겠느냐”고 웃으면서 답했다. 카트라이트 부의장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기 보다는 북한의 기술이 현 시점에서는 미 본토를 타격할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 강경책 전환(?)
이처럼 북한이 로켓발사에 실패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강경책 전환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 인사들의 강경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6일 북한에 대한 유엔의 강경한 입장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첫번째 대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유화적인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 관리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과 6자회담 당사국들을 적극 접촉하고 있다며 “유엔의 강경한 입장이 우리가 취하고자 하는 첫 번째자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중대한 함의를 갖는 도발적 행위”라며 “북한은 국제적 의무를 무시하고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거부해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 장관은 “북한은 6자회담에서 자국이 추구해온 목표를 위한 노력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도 6일 미 CNN,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지도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는 이 같은 행동을 벌일 수는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하려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대북 결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유엔 안보리에서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대응이 나오길 원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하고 조율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참가국들과의 논의 진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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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본국 보수 단체의 집회 |
| 그러나 미국은 결의안 채택이라는 강경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그 궁극적인 목표가 `6자회담’에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라이스 대사도 “북한을 6자 회담이라는 건설적인 협의체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외교적 노력과 압력을 조화시켜야 하는지가 (안보리)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우드 부대변인 역시 “우리 목표는 북한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협상에 복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높은 우선 순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외신은 미국이 결의안 채택을 밀어붙일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AFP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미국이 결의안에 집착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드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결의안을 계속 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강력한 유엔의 대응을 원한다”면서도 “이쯤에서 그만하는게 좋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삼간 것도 미국의 속내를 반영한 것이라는게 이 통신의 분석이다. AP 통신도 미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결의안 보다는 기존 제재를 강도높게 실행시키는 현실적 방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미국이 결의안과 6자회담을 동시에 말하고 있는 이유가 결의안을 포기한다기 보다는 6자회담을 위해서라도 강경한 결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응과는 별도로 북한과의 대화 노선을 지속시키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갓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지금의 `북 로켓 도전’을 북.미 대화의 새로운 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단행하자 안보리는 6일 만에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긴장국면이 조성됐지만 그달 말 북.미 양자대화가 성사되고 곧이어 6자회담이 열리는 등 국면은 빠르게 전환된 바 있다. 미국 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상황도 미국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북한은 이미 안보리에서 관련논의만 이뤄져도 `상호존중과 평등’을 규정한 9.19공동성명에 위배되기 때문에 6자회담을 거부하고 6자합의에 따라 불능화가 진행되던 핵시설의 복구 작업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北은 핵 • 미사일 야욕 버려야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올리는 10번째 국가가 되려는 북한의 야심은 수포로 돌아갔다. 북한은 `은하-2호’ 로켓을 발사한 지 불과 4시간여 만에 통신위성 `광명성 2호’가 지구궤도 진입에 성공했으며 측정자료와 함께 혁명송가인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전송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2, 3단 추진체와 로켓 탑재물이 모두 태평양에 추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광명성 2호’는 북한이 성공이라고 우겼지만 결국 실패로 판명난 1998년 `광명성 1호’의 복사판으로 북한으로서는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긴 꼴이 됐다. 하지만 북한의 시도를 단순히 `실패’로 볼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으로 국제사회의 이목 집중과 김정일 체제 결속 다지기라는 애초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고 기술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능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절반의 실패이자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은하-2호’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3천100~3천200㎞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광명성 1호’를 싣고 1천600여㎞를 비행한 `대포동 1호’의 두 배다. 다만 5천500㎞ 이상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는 한참 못 미쳤고 탑재물이 30㎏ 안팎에 그쳐 탄두 무게가 500~1천㎏인 ICBM으로 전용하면 사거리가 더 줄어드는 게 문제다. 특히 2, 3단 추진체가 `한몸’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ICBM과 인공위성 발사의 핵심 기술인 다단로켓 분리 기술의 결함을 보여준다. 바로 이 대목이 우리의 우려를 자아낸다. 위성의 궤도 진입과 ICBM 기술 입증에는 또 실패했지만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은 크게 향상됐으므로 북한이 이쯤에서 포기하는 게 낫다는 `좌절감’을 갖기보단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그 정도의 원시적 기술을 개발해서 도대체 어디에 쓰겠다는 건가. 주변 국가들에 실질적인 위협을 주고 자위력을 갖추기보다는 `정치적 의도’에 이용당하는 게 고작이다. 이번 사태에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과잉 반응을 보이는 일본이 좋은 예다. 그 결과는 평양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한반도를 중동에 이은 또 하나의 화약고로 만들고 주민을 열강의 각축장으로 내몰 뿐이다. 아직도 주민이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가 북한이다. 로켓 발사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용이 아니라 우주 개척을 위한 인공위성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이 지구상에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이번 로켓 발사에 들인 비용을 식량 구입에 썼더라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 100만t은 거뜬히 충당할 수 있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걸핏하면 한반도를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곤 하는 `벼랑끝 전술’은 이제 끝장내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과 미사일에 대한 야욕을 포기하고 주민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참된 지도자의 자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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