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참담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그의 자살이 참담한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자신과 관련된 부패 스캔들로 괴로워하다 달랑 14줄짜리 유서 한 장만 컴퓨터에 남기곤 스스로 절벽 아래로 투신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우리를 참담하게 만든다. 자칫하면 중차대한 국가적인 불행한 사태가 돌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국가 전체에 팽배해 있다. 그동안 고인을 외면했던 국민들까지도 투신자살 소식에 탄식을 금치 못하며 오늘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두 현 정부의 탄압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한다. ‘해도 너무 했다’는 국민적 반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규탄으로 이어지며 강한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라 전체가 온통 슬픔에 휩싸이며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주검에 애도를 보내며 조의를 표한다. 생전에 노 전대통령이 이토록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면 노 전대통령이 그 높은 절벽 아래로 투신자살을 했을 리 만무하다. 검찰 조사를 받으러 대검찰청에 출두할 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청렴결백을 외쳤던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 앞에 냉소적인 반응이 절대 다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돌변했다. 그렇게 돌팔매질을 하던 언론과 정치권, 심지어 국민들조차 이제는 자살한 시신 앞에 숙연한 모습으로 ‘위대한 대통령’의 주검에 조의를 표하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연출된다. 얼마 전 배우 최진실씨가 자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직 대통령의 주검 앞에 비통해 한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그는 국민들에게 희비가 교차한 인물이었지만 이젠 그게 아니다. 언론들은 앞 다퉈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상업고등학교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인권변호사, 6월 항쟁 민주투사, 5공 청문회 스타로 거듭난 입지전적 인물로 그를 떠받든다. 90년 3당 합당을 거부한 뒤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했으며 지역주의의 거대한 장벽에 맞서 싸우다 매번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특유한 인물이라고 추겨 세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인물로 2002년 대선에서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 입지전적인 대통령이라는 표현으로 평소 그를 ‘좌파 대통령’이라며 몰아붙이던 언론조차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영웅적으로 고인을 떠나보낸다.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노 전 대통령은 차라리 자살하라’고 했던 김동길 교수는 생명의 위협조차 느낀다는 소리도 나온다. 연일 노 전대통령의 서거를 아쉬워하는 자발적인 촛불행렬이 대한문과 광화문 일대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며 정부는 국민장을 치룰 것을 선포하고 미연의 사태 발생을 우려 조직적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5년 임기 내내 특유의 승부수를 내던진 노 전 대통령은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대리만족을 주었으며 이념을 달리한 정적들에게는 늘 조소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을 ‘좌파 대통령’이라 몰아세우던 그 많은 보수 꼴통들도 자취를 감춘 듯 조용하기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간 지 1년 6개월 만에 절벽 아래로 떨어져 갈기갈기 찢긴 시신으로 떠나갔다. 농사를 짓는 소탈한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그의 모습에 우리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퇴임 1년 만에 불거진 비리 의혹에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은 노 전대통령 스스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를 탓할 것도 못되고 박연차를 원망해서도 안 된다. 일개 중소기업가와의 떳떳치 못한 거래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다른 전직 대통령이 ‘큰 도둑’이였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설픈 좀도둑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맘이 여린, 참으로 인간적인 소박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선택한 노 전대통령에게 이렇게까지 슬퍼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반문해 보고 싶다. 우울증에 걸린 연예인도 아니고 인생무상을 느낀 허무주의자도 아닌 한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내신 분의 마지막 선택에서 과연 우리 후손들은 무엇을 느끼고 배울지 한심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노 전 대통령은 가고 이제 남은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공과를 냉정하게 가려 공(功)은 살리고 과(過)는 버리는 한국 사회 전체의 지혜가 필요하다. 누구를 막론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선택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의 실세들도 권력이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한다.
<발행인 연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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