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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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병찬 원장

큰형님 같은 제자


지난 연휴동안은 집안에 일이 있어 제대로 쉬지 못해서인지 연휴를 끝내고 무거운 몸으로 한의원에 출근하여 막 자리에 앉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필자가 모 대학교에 교수로 있을 때 학생이셨던 분인데 필자보다 연세가 많고 인품이 좋으며 필자를 동생같이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현재도 늘 변함없이 대해 주시는 큰형님같은 제자 분입니다. 그분의 목소리를 듣자 반가움에 피로감이 가시며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분이 전화를 하신 이유는 아는 사람한테 선불로 받은 Vitamin C가 있는데 복용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하는 문제로 필자와 상의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의대학시절에는 체질의학을 배우지 못했던 분이지만 예전에 필자가 “선생님은 태음인이시니까 잎채소와 과일 그리고 해물을 되도록이면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하며 “건강에 좋다고 하는 비타민도 체질에 필요한 비타민을 복용해야 하며 체질에 필요 없는 비타민을 복용하게 되면 비타민 과잉공급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나서 전화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필자는 단호히 태음인에게는 해로우니 복용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니 큰형님같은 제자 한의사께서는 그 이유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평소에 환자를 진료하거나 글을 쓸 때도 되도록이면 일반인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한의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한의학의 이론을 훤히 알고 계시는 분과 오랜만에 한의학 용어를 사용하며 대화하니 너무나 이해가 빨라 필자의 기분이 좋았고 한의학의 참맛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왜 비타민C가 태음인에게 해로운 것인가?’였는데 필자가 “비타민C가 한의학적으로는 간(肝)을 이롭게 하고 열(熱)을 만드는 약성(藥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간의 기능이 강하고 폐(肺)의 기능이 약한 태음인(太陰人)이 복용하면 어떻게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분이 “강한 간의 기능이 더욱 강해져 간과 폐의 기능의 불균형을 과하게 불균형으로 만들어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간의 기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한의학에서 간실증(肝實證)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간실증이 되면 한의학적 진단으로 어떤 변증(辨證)의 질병(疾病)이 생길 수가 있겠냐?”고 물었고 “간화상염(肝火上炎), 간양상항(肝陽上亢) 혹은 간기울결(肝氣鬱結)이 될 수가 있다”고 하는 제자 분에게 “그러면 어떤 증상이 생기겠냐?”고 다시 물었더니 “어지럽거나 두통이 생길 수 있고 얼굴이 붉어 질 수 있으며 눈이 충혈 될 수가 있고 입이 마르고 잠을 잘 이룰 수 없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초조해지며 화를 잘 내고 꿈을 많이 꿀 수가 있으며 귀에서 소리가 들리거나 목에 뭐가 걸려 있는 느낌이 있을 수 있으며 소변 색이 노랗거나 붉을 수가 있다.
그리고 여자들의 경우 월경(月經)시 아랫배가 아프고 생리가 불규칙 해질 수 있으며 덧 붙여 설진(舌診)에서는 혀가 붉고 설태(舌苔)는 노랗거나 없을 수가 있으며 맥(脈)은 현맥(弦脈), 빠른 삭맥(數脈) 그리고 힘이 있는 실맥(實脈)이 될 수 있다”는 연세 많은 제자의 대답에 필자는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바로는 비타민C는 면역력과 저항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며, 혈관장애를 예방하고, 각종 암(癌)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간(肝)을 이롭게 하고, 피로감을 없애는 등 비타민C가 우리 몸에 꼭 필요하고 건강에 중요한 비타민이라고 했으며 또한 비타민C 예찬론자인 S대학교 이모 교수는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은 6000mg이며 매 식사 중에 2000mg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이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비타민C 없이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으며 사람이면 누구나 꼭 복용해야 된다는 이론입니다.
물론 비타민C가 우리의 건강을 이롭게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타민C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필자가 본 비타민C의 부작용은 무섭기까지 한 것들 이었습니다. 위산과다, 위산역류는 물론 위염, 위궤양을 비롯하여 두통, 피부병 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심지어는 혈압과 혈당수치를 올리기도 하고 복용을 중단하면 금단현상까지 생길 정도로 참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비타민C입니다.
문제는 그 모든 것이 체질과 관계되는데 위에서 말한 필자의 큰형님 같은 제자분과의 대화와 같이 태음인에게는 비타민C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태음인의 반대 체질인 태양인(太陽人)에게는 건강에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소화기능이 강하고 신장(腎臟) 기능이 약한 소양인(少陽人)에게도 건강에 해로우며 소양인의 반대 체질인 소음인(少陰人)에게는 건강에 좋습니다. 만약 Vitamin C를 복용하고 건강이 좋아졌다고 하면 대부분 태양인이나 소음인입니다.
하지만 건강에 좋으니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말을 따라 비타민C를 복용하는데도 건강이 좋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며 복용 후 원인을 알지 못하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면 대부분 소양인과 태음인입니다. 그런 분들은 빨리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으며 비타민C를 중단하고 생기는 금단현상 또한 잘 이겨내야 합니다.
필자는 늘 “모든 이론은 그 결과가 가치를 판단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론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없거나 오히려 위험한 이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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