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의료부정 폭록 1탄 – ‘정글을 파헤친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한인타운 내 병원들의 불법·비리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의료위원회(Medical Board of California)는 의료사기와 불법진료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환자를 볼모로 비양심적 행위를 저지른 한인 의사에게 법적고소, 자격박탈 등  중징계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주 의료위원회는 지난달 18일 한인의사 J원장에 대해 의사면허 박탈을 유예하는 대신 면허 권리 일부 유보 및 5년 집행유예의 중징계를 내렸다. J원장에 대한 징계는 이달 17일부터 판정 효력이 실시된다. J원장은 지난 1990년 11월 19일 캘리포니아주 의사면허를 획득해 올림픽가 인근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해왔다 .
이번 주 의료위원회의 징계 판결은 지난 5월 12일 주 행정법원 판사가 J씨에게 내린 의사면허 취소유예 및 2년 집행유예 결정에 대해 주의무위원회가 요청한 재심에 대한 최종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판결을 내린 헤디챙 의무위원장은 “J원장이 16개 조항의 집행유예 사항을 성실히 수행한다면  5년 후 면허가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며 “만약 이들 조항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완전히 면허가 박탈됨은 물론 집행유예 위반으로 형사처벌이 가중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력 일간지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펼쳐온 J원장은 이번 판결로 병원 홍보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주 의무위원회 수사팀은 최근 한인타운 내 병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이른바 ‘킥 백’(환자 소개를 명목으로 한 불법 수수료 지급행위) 등 각종 비리행위에 대한 본격적인 증거수집에 나섰으며 조만간 광범위한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선데이저널>은 징계가 확정된 한인 병원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저지른 불법사례를 모아 시리즈로 보도할 예정이다.
                                                                                               <특별취재반>



본지가 지난달 20일 입수한 캘리포니아주 의료위원회 및 소비자보호국 판정문(사건번호 06-2005-170218, OAH No. 2008040489)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행정판사 데이빗 로젠만 판사는 주의무위원회(바바라 야로슬라스브키 소위원장)에 5월 12일~20일 사이에 소견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주의무위원회가 한인 의사 J원장에 대한 ‘면허취소 유예 및 2년 집행유예’ 판정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주의무위원회는 J원장에게 내려진 징계가 지나치게 가볍다며 더 무거운 처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의 불법의료 행위로 인한 기소사건에 있어 주의무위원회는 지금까지 대부분 행정판사의 판결을 따랐었다. 그러나 J원장 사건에 관해서는 이례적으로 주의무위원회가 불복해 재심을 요청한 것이다.
지난해 J원장의 불법행위 수사를 담당한 레옹 검사는 주의무위원회에 “캘리포니아 주법 2234와 주법 2266에 의거 J원장에게 발급한 캘리포니아주 의사면허를 박탈하거나 정지시키는 판정을 내려야 한다”며 정식으로 기소했었다.
본지가 입수한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J원장은 여타의 불법의료혐의로 징계를 당한 다른 의사들에 비해 피해 환자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동안 징계를 당한 다른 의사들의 경우 보통 피해 환자가 5명 이내였으나 J원장은 무려 9명의 환자들이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한인 동포였다.
이번 J원장에 대한 주의무위원회 결정은 그동안 징계를 받은 한인의사 들 중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J원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검진센터를 일간지 등에 전면광고로 선전하면서 “깊숙이 숨어있는 질병도 가장 정확하게 가장 빠르게 찾아내는 유일한 검진센터”라고 했다.
이는 명백한 허위 및 과대광고다. J원장은 일간지 광고에 여러 사진들과 함께 각종 검사 등 종합검진플랜 등을 다양하게 선전하면서 암, 심장병 등에 대한 조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의사 J씨는 자신의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사전 예비 검증 없이 불필요한 고액의 검사를 강요해 진료규정을 분명하게 위반했다”고 돼 있다.
J원장은 수년전부터 주 의무위원회 수사반으로부터 관련 혐의로 내사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주 검찰로부터 정식으로 기소돼 본격적인 심리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J원장은 이 기간 중에도 과대광고를 내세워 환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비 청구서까지 조작


J원장의 불법의료행위가 포착된 것은 주정부 보건국이 실시한 병원 감사 자료를 통해서였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의 불평신고로 드러나는 여타의 병원 비리보다 상대적으로 심각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의무위원회는 감사 자료에 드러난 J원장이 신청한 환자들의 메디칼(Medi-Cal) 의료비 청구서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지난 2003년~2005년까지 J원장의 병원에서 치료받은 많은 환자들이 무더기로 불법 진료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행정법원은 J원장이 실시한 진료행위와 기록에 대한 전문적 조사를 위해 검찰과 J원장 측에 각각 참고인으로 나설 전문의를 지정하도록 했다. 주 검찰은 제프너 박사를 지정했고, J원장은 제이 샤피라 박사를 각각 지명했다.
검찰의 기소장에는 피해를 당한 9명의 환자들에 대한 사항이 관련 증거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행정판사는 이 사항들을 중점적으로 심리했다. 무엇보다 J원장이 어떤 수법으로 불법진료행위를 했는지 밝히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 환자들의 진료카드 기록 사항도 면밀히 검토했다. 검찰이 지정한 제프너 박사는 J원장이 환자 진료카드를 고의로 알아보기 어렵게 흘려 쓴 점에 주목했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J원장은 추가로 환자 진료카드 자료를 제출했다. 이 점에 대해서도 검찰은 당초 원본에 없던 것을 J원장이 급조해 제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본지가 입수한 행정법원 기소장에 따르면 J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자신의 의사 생활 사상 최악의 징계를 받았다. 기소장에 이름이 오른 9명의 피해 환자 사례 가운데는 10년 넘게 J원장 병원을 다닌 단골 환자들도 2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J원장은 10년 동안 가족같이 의지했던 환자들마저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얘기다.
여성인 H씨는 혈당수치가 계속 상승하는 당뇨환자였다. 하지만 J원장은 H씨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진료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ACE-1, ARB도 쓰지 않았다.
검찰 측 전문의 제프너 박사는 “J원장이 차트 상으로는 ARB 등을 처방한 것으로 돼 있지만 H씨의 혈당은 전혀 조절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J원장 측 전문의 샤피라 박사는 “원래 당뇨병은 조절하기가 힘든 질환”이라며 “전문의라도 혈당수치를 65%로 유지시키는 것은 힘든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제대로 된 검사 하긴 했나


제프너 박사는 또 “3년 동안 50회 이상 J원장의 병원을 찾은 H씨는 콩팥 기능에 대한 문제점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는데도 이를 위한 미세알부민 소변 검사 등을 소홀히 한 정황이 보인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증상의 환자에게 눈 검사와 발 검사 등도 실시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으며 특히 안과전문의의 조언은 필수인데 J원장은 이 같은 원칙도 무시했다는 얘기다.
본지 취재 결과 H씨는 지난 2004년 4월 24일 이 병원 소속 K의사에게 ‘발에 통증이 있다’ 고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H씨는 그 후에도 두 번이나 J원장에게 진료를 받았지만 그는 이 같은 환자의 호소를 무시했다.
반면 J원장은 “환자들에게 연례적으로 눈 검사를 권해왔다”고 주장했다. H씨에게도 눈 검사를 했고 특별한 이상증세가 없어 넘어갔다는 것이다.
제프너 박사가 지적한 J원장의 불성실 진료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환자가 가슴과 어깨통증을 호소하면 스트레스 검사를 위해 심장전문의의 조언도 받아야 했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제프너 박사는 J원장을 찾아온 환자가 2003년 6월 16일 만성피로, 복부통증,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을 호소했는데도 2개월이나 지나서인 2003년 8월 28일에야 내시경 검사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 환자는 소화성궤양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환자에 대한 주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환자인 정모씨도 J원장의 10년지가 단골 손님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J원장에게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 J원장은 심장질환 혹은 폐질환 증세에 대한 판단도 없이 정씨에 대해 천식 처방을 내린 혐의를 받았다.
H씨와 J씨 등 장기환자에 대한 차트 기록이 매우 허술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이들은 J원장의 병원을 무려 10년 동안 오갔는데 의무위원회에 제출된 진료카드는 2005년 6월 2일~같은 해 11월3일까지 불과 5개월 치 뿐이었다. 환자 정씨의 진료카드에는 참고기록도 나와있지 않았다.
정씨는 특히 요통과 관절통을 호소했는데 이에 따른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J원장은 정씨에 대해 2002년 혈액검사와 x선 검사 등을 실시했지만 이렇다할 병명을 찾지 못했다.
결국 여러 검사를 닥치는 대로 한 끝에 동통도, 류마티스 관절염도 아닌 골관절염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검찰 측 전문의 제프너 박사는 10년 동안 담당한 환자의 진료카드가 고작 5개월 치만 제출됐다는 사실 자체에 비난을 가했다. 가장 기본적인 환자 기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면허 영구 박탈해야” 주장에 무게


J원장은 2003년~2006년 사이 자신이 담당했던 9명의 환자들에게 부적절한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주 검찰청으로부터 지난해 정식기소 됐다. 데이빗 로젠맨 행정판사 관여로 재판이 시작된 이래 주 의료위원회 바바라 존슨 위원장을 대신한 주 검찰청 크리스 레옹 검사, J원장의 대변인인 바이런 그로스 변호사와 티엔 뉴엔 변호사 등이 출석해 공방을 벌였다.
J원장에 대한 심리는 지난해 7월 28일~같은 해 8월1일까지, 그리고 10월 1일~3일까지 벌어졌고 10월 23일에는 전화 심리가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2일에 35페이지에 달하는 최종논고를 준비해 이를 지난해 말 접수시켰다.
J원장도 지난 2월 6일 반론을 접수시켰다. 검찰은 이에 맞서 추가적인 반론을 위해 보름 간의 준비기간을 요청했으나 행정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검찰의 추가 최종반론은 지난 3월 3일에 접수됐다.
J원장도 같은 날 반론을 제출했다. 행정법원은 J원장의 이의제기에 대해 이제까지 제출된 증거들과 인터뷰 등을 종합 심리한 결과 이를 기각했다. 모든 기록들은 판결을 위해 지난 3월 10일 로젠맨 행정판사에게 제출됐다. 마침내 지난 4월 9일 법원은 J원장에 대해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주 의무위원회는 이를 거부하고 재심을 요청했다. 그 결과가 J원장의 징계연수가 5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재심 판정이 있기 전 행정법원 심리과정에서 검찰은 J원장에 대해 의사면허 박탈과 적어도 4년간의 집행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충분한 근거가 희박하다는 이유로 면허박탈을 유예시키고, 집행유예만을 판정했었다.
당시 검찰은 J원장이 의사로서 기본의무인 진료카드 작성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전문직 의료규정 등을 규정한 주 법령 제 17장 2234조 부칙(b)항과 주 관련법 조항 2025조, 29, 31, 34, 39, 40, 43, 48, 49, 51, 55, 62항 등을 위반해 면허박탈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은 주 전문직 규정 2234조 부칙(d)항에 근거해 면허취소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재판 심리 과정에서 J원장은 환자들을 진료함에 있어 증세에 대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즉, 환자들의 월경 상태나 병증세의 악화나 감소에 따른 증상에 대한 후속조치들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수집한 증거와 의료진료법 규칙, 환자진료기준, 증인들의 진술, 전문가 증언, 환자 진료카드 사항 등을 제시해 한 J씨의 위반사항들을 증명했다.
(다음호에 계속)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