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한국의 오바마’ 샘 윤 보스턴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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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매사추세츠 보스턴(Boston) 시는 사장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 1번지, 교육 1번지’로 불리는 보스턴은 미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의 도시다. 보스턴은 미국 독립 이전에 건설된 미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고도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최초의 대학이자 세계적 명문 하버드 대학이과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 MIT도 보스턴에 있다. 미 최초의 공립학교가 세워졌고, 최초의 지하철이 건설된 곳이기도 하다. 미국 도시 중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이 바로 보스턴이다.
정치적으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제2의 존 F 케네디’를 표방하고 나선 오바마 대통령을 이어 또 한 명의 차세대 케네디를 꿈꾸는 한국계 정치인이 있다. 바로 시의원 2선에 빛나는 샘 윤(39·한국명 윤상현)보스턴 시의원이다.
윤 의원은 케네디의 고향인 보스턴에서 지난 2005년 시의원 선거에 나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아시아계 최초로 보스턴 시의원에 당선돼 미 주류정치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360년 전통의 보스턴에서 아시아계 시의원의 탄생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또 지난 2007년 11월 시의원 재선에서 최다득표로 재선에 성공, 또 한번 정가의 초점을 모았다.
당시 보스턴 지역의 최대유력지 보스턴 글로브도 ‘샘 윤 시의원은 차기 보스턴 시장 후보감’이라고 치켜세웠다. 지역 언론의 전망처럼 윤 의원은 현직 시장으로 5선을 꿈꾸는 거물 토마스 메니노 시장을 상대로 시장선거 출사표를 던져 보스턴의 ‘코리안 돌풍’을 꿈꾸고 있다.
오는 22일 민주당 시장 예선을 앞두고 윤 의원은 17일 열릴 마지막 후보자 토론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선 민주당 후보 예선 관문을 뚫는 것이 먼저다. 언론은 윤 의원의 시장 도전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하고 있다.
윤 의원은 프린스턴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공립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행정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재학동안 록스베리의 더들리 스퀘어 상인연합에서 봉사하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일한 것을 시작으로 10년간 정신병환자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사회 복지단체와 ABT 연합 등 여러 공공정책 관련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며 지역사회발전에 직접 참여, 정치적 진출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보스턴 시의원에 첫 당선되기 이전 보스턴을 더욱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주택, 환경, 보건, 교육 문제 등을 다루는 공익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정치에 뛰어든 윤 의원의 이력은 과거 오바마 대통령을 많이 닮았다.
그는 케네디 전대통령의 막내 동생으로 최근 서거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도 각별한 사이였다. LA 등 미 서부지역에서는 아직도 윤 의원의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많지만 동부에서는 ‘차세대 아시아계 정치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만약 윤 의원이 이번 보스턴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첫 흑인대통령 신화를 일군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미국 정치사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하게 된다.
                                                                                         <성진 취재부기자>



최근 보스턴에서는 ‘다음 시장으로 핸섬하고 키가 큰 아시아계 미국인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훤칠한 키와 맑은 미소가 돋보이는 윤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시장 후보로 나서 백인 청소년들과 함께 시내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의 선거 운동원 대부분은 백인이다.
유서 깊은 도시인 보스턴은 현재 약 60만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하버드 대학교(1636), 래드클리프여자대학(1879), 보스턴대학교(1869), 매사추세츠공과대학(1861), 터프츠-뉴잉글랜드 메디컬 센터 등 미국 내 명문대학이 밀집한 교육도시로 명성이 높다.
서울 출신인 윤 의원은 생후 10개월 만인 지난 1970년 의사인 부친 윤원길 박사와 모친 권만강 여사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다. 고교시절 학생회장으로 활약했던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교사자격증을 따 우범지역으로 유명한 뉴저지 주 트랜튼에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연구 활동에 뜻이 있어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진학, 행정학 전공으로 주택개발에 관심을 둔 그는 커뮤니티 재개발 및 저소득층 주택 개발에 다수 참여했으며, 비영리단체인 아시안 커뮤니티 개발협회의 소장을 역임했다.
이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정치인들과 교류했으며, 윤 의원의 리더십과 능력을 감지한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그에게 정치 입문을 권했다. 윤 의원 자신도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정치인들이 직접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최근 서울대 미주동창회보는 ‘동문의 자랑스러운 후예’란에 윤 의원을 크게 소개했다. 여기에서 윤 의원은 정치인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나는 정치인이라면 모두 ‘거짓말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렸었다. 하지만 나의 삶은 기독교적 신앙에 따라 항상 남에게 봉사하는 것이었다. 정치인이 된 나는 늘 ‘대중을 섬기는 사람(Public servant)’으로 생각한다.”
그가 정계에 입문한 또 다른 계기는 남다른 교육철학 때문이다. 윤 의원은 프린스턴 재학 시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우범도시인 트랜튼에서 교사직을 자처했다. 그곳에서 윤 의원은 ‘왜 어린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트렌튼이 다른 도시에 비해 교육환경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윤 의원은 시의원이 되자마자 시 청사를 선거구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하는 일부터 착수했다. 지역주민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예산책정과 집행내용을 설명하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주민들을 직접 시 예산 청문회에 초청했다.
또 노년층을 위한 재산세 면제를 비롯해 혁신적인 치안대책으로 꼽히는 ‘안전을 위한 5센트 투자하기’(Nickel for Public Safety)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10달러를 쓸때마다 이 중 5센트의 세금을 공중안전 기금으로 사용하자는 취지다. 기금은 총기사고와 강력범죄 예방에 사용된다.




TV 토론회서 지지율 굳히기


보스턴은 2000년 센서스 조사결과 33만의 유권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1만2000명 정도가 아시아인이다. 보스턴에 사는 아시아인을 국적별로 나눴을 때 중국인이 가장 많으며 그 뒤로 베트남인, 캄보디아인 순이다. 한인 유권자는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2일에 실시될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당선 안정권은 약 3만5000표다. 윤 의원은 현재 1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토마스 메니노 현 시장과 마이클 플레이리티 시의원 등 2명과 보스턴 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1차 TV토론을 마친 후보자들은 17일 마지막 토론을 벌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니노 윤 의원은 지난 10일 첫 번째 관문인 TV 토론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얻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스콧 리하이 보스턴 글로브 지 논설위원은 후보들의 TV 토론이 끝난 후 쓴 논평에서 샘 윤 보스턴 시장 후보를 “정중하게, 그러나 메니노 현 시장에 대한 비판을 날카롭게 해냈다”고 평했다.
윤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매끄러운 말솜씨로 정중하지만 날카롭게 메니노 시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현재 메니노 시장처럼 앞으로도 계속 시장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을 경우 보스턴의 발전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메니노 시장은 평정심은 유지했지만 또 한번 당선되는 것이 지금까지 이뤄졌던 시장의 권한 강화의 연속성 외에 어떻게 보스턴 시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이다.
또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경쟁자들의 비판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보스턴 시가 잘 협조해 나가고 있으며 학교들도 좋아지고 있다는 식의 어설픈 답변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윤 후보와 함께 메니노 시장의 강력한 라이벌인 플래허티 후보는 윤 후보에 비해 논리력이 떨어지고 공격적이지도 못했지만 성실한 이미지로 호감을 얻었다.




보스턴에 새바람을


한편 보스턴닷컴이 지난 8일 오전 11시부터 실시한 네티즌과 윤 후보의 실시간 채팅(문자대화)에서 윤 의원은 독자들의 광범위한 질문에 침착하고도 조리 있게 답변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시장 선거전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윤 의원은 “나는 커뮤니티 운동가, 중·저소득용 주택 개발운동가, 교사 등의 경력을 가진 정치판의 새 얼굴이다”며 “조직적이며 근본적인 방법으로 보스턴 시를 변화시킬 충분한 동기를 제공할 수 있는 비전통적인 후보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는 보다 덜 부패한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닌 희망에 관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인상 깊은 말도 했다. 윤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대선의 꿈을 피울 때 일찍부터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보스턴 시의원으로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의 오바마 당시 후보의 승리를 위해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나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오바마 후보의 상승세가 아직 미미할 때 윤 의원은 그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한 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오바마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 자원봉사, 정치자금 기부를 호소했다. 민주당 후보 토론회 때는 자신의 승용차에 지지자들을 태우고 뉴햄프셔 맨체스터에 찾아 오바마 사무실에서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자료를 분석하거나 지지행사를 조직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한국 언론을 만나면  “이번 대선은 우리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기로에 서있는 미국이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대선은 워싱턴의 오래된 정치방식을 개혁해 새로운 정치를 이룰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후보의 비전, 용기,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진정 나라의 장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도록 만드는 힘에 깊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오바마’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뗀 그는 이번 보스턴 시장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이번 선거는 보스턴의 과거가  아닌 변화와 미래를 열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힘겨운 도전이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대학원 출신에 지역 활동가 경험을 살려 “오바마 대통령의 변화의 바람을 보스턴에서도 일으켜보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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