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게 깨져버린 ‘오바마 불패론’

이 뉴스를 공유하기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은 1일 오후부터 2일 오전까지 밤새 대통령 전용기로 대서양을 왕복하면서 미국 대통령 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1일 올림픽 유치 경쟁에 직접 뛰어든 미국 최초의 대통령이 됐고, 다음 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로비를 하고도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첫 사례를 남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일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를 선택했다. 리우데자네이루와 경쟁했던 미국 시카고, 일본 도쿄, 스페인 마드리드는 고배를 마셨다. 시카고는 경쟁 도시 중 가장 적은 지지(전체 94표 중 18표)를 받아 최하위로 탈락했다. 오바마가 덴마크 코펜하겐의 IOC 총회에서 “나는 25년간 활동했던 시카고를 사랑하고 고향처럼 여긴다”면서 직접 지지를 호소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와 참모들은 워싱턴 DC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CNN 뉴스로 탈락 소식을 접하고 크게 당황했다. 승리를 확신하고 시청 광장에 모여 축제를 즐기려던 시카고 시민 1만2000여명도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 시민들은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한 40대 남성은 “(오바마 대통령 부부까지 직접 나섰는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오바마, 심각한 정치적 내상


이번 패배로 오바마가 입은 정치적 내상(內傷)은 작지 않다.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전에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 ‘불필요한 도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민주당의 정치 전략가인 폴 베갈라(Begala)는 “패배하면 타격이 크고 승리해도 소득이 별로 없는 도박”이라며 “내가 측근이었다면 말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백악관을 비운 사이 공교롭게도 미국의 9월 실업률이 9.8%로 26년 만에 최고를 경신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나왔다. 공화당은 이날 ‘잘못된 우선순위’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치솟는 실업률·건강보험개혁·이란의 핵위협·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시급한 국가적 과제를 제쳐놓고 대통령이 한눈팔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공격했다. 러쉬 림보(Limbaugh) 등 우파 논객들은 “대통령이 나라 망신을 시켰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오바마 불패(不敗)론’이 깨졌다는 점도 크다. 오바마의 국제적인 인기가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대중적 믿음이 깨진 것이다. 일부 오바마 지지자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때문에 생겨난 반미감정이 이번 실패의 원인”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부시에게 돌렸다. 백악관 보좌관들도 “IOC의 내부 정치 게임에 당했다”며 IOC를 탓했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정보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휘둘린다는 인상을 준 것이 큰 손실이다. 시카고는 그의 정치적 고향이고 그의 최측근도 대부분 시카고 출신이다.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의 자동차 노조는 그의 핵심 지지 세력이다. 존 호버먼(Hoberman) 텍사스대 교수는 “오바마와 참모들이 대통령 선거 당시보다 훨씬 덜 똑똑해진 것 같다”며 “IOC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시카고 정치인들의 말만 믿고 움직였다”고 말했다.






아프간 수렁에 빠진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수렁이 깊어지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미군증파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으나 미국 내 여론과 정치권은 반대 의견이 강해 오바마 대통령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국내 정치사안으로 의료보험 개혁에 발목을 잡혔고 대외적으로는 북한·이란의 핵문제,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으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특히 아프간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제2의 이라크 사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아프간 탈레반 무장대원 300여명이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역에 있는 미군기지를 급습해 수시간 동안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8명이 전사했다.
이로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망자는 4일 현재 868명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늪에 빠졌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수렁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특수전 사령관 출신 스탠리 맥크리스탈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미군의 증파가 없으면 아프간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긴급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들이 현재 6만8000명인데 여기에 4만명을 더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4일 일요토론에서 “아프간 증파 전략은 크리스탈 사령관의 의견이며 아직 대통령의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아프간 전략을 재점검하면서 증파여부도 결정할 것이기에 결정이 나기까지는 앞으로 수주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전시 내각회의를 소집해 아프간 전략을 논의한데 이어 시카고 올림픽 유치전 귀국길에서 맥크리스탈 사령관을 코펜하겐으로 불러 직접 의견을 청취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증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내 여론이 반분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CBS 방송 조사결과 미 국민의 여론은 증파 29%, 현수준 유지 27%, 감축 32%로 3분된 상태다. 즉 미군증파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도 아프간 전략이 전쟁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지 먼저 검토돼야 하며 성급한 증파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