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래시] 사면초가 빠진 나라은행

이 뉴스를 공유하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한인은행권이 생존을 건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나라은행(행장 민 김)이 미국 헌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한인은행권의 대형 악재를 안겼다. 나라은행은 자동차 융자를 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히스패닉 고객들을 배제했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고객들보다 더 비싼 융자 이자율을 적용해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한인은행권은 ‘인종차별’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쓰게 됐다.
나라은행은 한인 자동차 딜러 7개 업소들과 짜고 이 같은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히스패닉 고객들의 이자에서 얻은 수익은 은행과 한인 딜러들이 나눠 가졌다. 무엇보다 나라은행의 부정대출이 현 은행 수장인 민 김 행장이 진두지휘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사건이 벌어진 시점이 그가 전무로 재직하며 은행대출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하던 때였던 탓이다. 당시 나라은행은 현재 연방법무부와 잠정적으로 합의했으나, 한인 딜러들에 대한 법정소송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지난주에 이어 나라은행과 한인 자동차 딜러들이 담합한 부정 융자행각의 전모와 소송 배경을 집중 취재했다. 
                                                                                         <성진 취재부기자>


2006년 11월 미래은행이 부정융자 혐의로 적발 돼 조사를 받던 당시 민 김 행장은 신임 행장으로 임명 돼 막 업무를 시작한 터였다. 법무부는 나라은행이 한인 딜러들과 짜고 히스패닉 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비싼 융자 이자율을 적용한 것은 명확한 인종차별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나라은행은 법정공방이 벌어지기 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해 벌금납부와 사후 조치 등을 약속하며 합의에 나섰다.
나라은행은 법무부와 벌금 41만 달러에 합의했고, 이 돈은 피해를 입은 히스패닉 고객들에 대한 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나라은행은 추후 자동차 융자 업무를 할 경우 이에 대한 제반 교육과 조치를 철저히 할 것을 약속했다.


깡그리 무시된 평등 의무


나라은행의 부정융자 사건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기 감사를 통해 수면위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나라은행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결국 합의를 통해 유죄를 인정한 셈이다. 본지 보도를 접한 나라은행 직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직원 복지에는 무관심한 경영진이 쓸데없는 일을 벌여 은행 이미지를 망쳤다는 불만이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25일 FRB는 나라은행에 대해 소비자 관련 등을 조사하는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 이 감사는 은행들이 소지자를 위한 융자를 행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차별 금지 조항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본지가 수집한 미연방지법 소송문건(사건번호 CV09-7124)에 따르면 애초 연방법무부는 나라은행과 자동차 딜러인 한국 엔터플라이즈와 유니언 미스비시 등 17개 자동차 딜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배심원 재판을 요청했다. 만약 배심원 재판이 이뤄졌다면 나라은행은 더 큰 곤욕을 치를 공산이 컸다.
나라은행을 감사한 FRB 감사관들은 나라은행이 취급한 융자서류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인들을 포함한 아시안 고객들의 서류와 히스패닉 고객들의 융자 서류를 검토한 결과 이자율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드러난 것. 똑같은 상황에서 유독 히스패닉 고객들의 융자 이자율이 한인이나 아시안 고객들보다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이 서류를 통해 밝혀졌다.
이 같은 차별은 2004년 1월~2006년 12월 31일 사이에 중점적으로 벌어졌다. 유니언 자동차나 한국 자동차 등 딜러들은 아시안 고객들보다 히스패닉 고객들에게 같은 수준에서 훨씬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이익을 챙긴 것으로 법정 서류에 나타났다.
히스패닉 고객들에게 비싼 이자율을 물려 생긴 이익은 나라은행과 한인 딜러들이 나눠 가졌다. 나라은행과 딜러들의 ‘짜고 친 고스톱’은 미합중국 조례15조항 제1691(a)조 701(a)인권 차별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법무부는 나라은행과 유니언자동차, 한국자동차 등 7개 딜러들을 연방법정에 제소했다.
미국에서 은행들은 딜러를 통해 자동차나 가구 등을 사는 고객들에게 융자를 행하면서 은행의 융자 정책이나 제반 규정에서 인종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 것은 미국의 가장 기본적인 헌법 정신이기도 하다.




이자율 ‘엿장수 맘대로’


법무부가 제기한 소장에서 나라은행은 2007년 5월 현재 21억 달러 자산을 지닌 풀 서비스 뱅크라고 돼 있다. 나라은행과 함께 피고로 피소된 유니온 자동차(유니온 미스비씨)는 1992년 설립된 회사로 2008년 현재 30명 직원이 있으며 2008년 7월 현재 연매출 1100만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역시 피고인 한국 엔터플라이스(LA시티 현대·가든그로브 현대·버몬 시보레·한국자동차·한국무역)는 2008년 7월 현재 35명 직원에 연매출 1230만 달러로 평가되는 중견기업이다. 유니언 자동차는 나라은행 자동차 융자의 21%를 차지했으며 한국 엔터플라이스는 40% 융자를 담당했다.
이 두개의 자동차 딜러 회사는 모두 나라은행과 자동차 판매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은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나라은행이 융자를 해주기 위한 것이다. 나라은행을 통해 자동차 융자를 하면 딜러들은 고객으로부터 자동차 융자 신청서와 신용 관련 서류를 접수해 심사를 하고 융자액수와 이자를 산정, 은행과 거래하는 것이다.
나라은행과 문제의 딜러들은 은행이 산정한 ‘Buy rate’를 고객에게는 보여주지 않고 은행과 딜러들만 공유하며 아시안 고객과 히스패닉 고객들에 대한 융자 산정에 따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라은행은 융자액수에 따라 딜러들에게 ‘Flat fee’를 지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라은행과 한국 딜러 간의 ‘짜고 친 고스톱’으로 히스패닉 고객들이 입은 피해는 상당다하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법무부가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유니언 자동차나 한국 자동차 등 한인 딜러들은 공식적인 융자 가이드라인을 사용하지 않고, 딜러 직원들이 재량권을 행사해 융자 이자율 등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사항 추후 보도예정)


‘산 넘어 산’ 시련의 민 김 행장


나라은행은 현재 토마스 정 전 이사장이 제기한 집단소송과 이번 부정융자 사건 등이 겹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민 김 행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악재가 연달아 터진 셈이다.
나라은행 이종문 이사장은 취임 이후 3~5년 안에 나라은행을 자산규모 50억 달러 수준의 중견은행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계속 밝혀왔다. 때문에 연임에 성공한 민 김 행장 역시 은행 합병과 관련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나라은행의 지주회사인 나라뱅콥(이사장 이종문)은 지난 5일 오는 11월 2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민 김 현 행장의 임기를 3년 연장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민 김 행장은 오는 2012년까지 3년 간 더 나라은행의 수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김 행장은 지난 2006년 11월 한인사회 상장은행 가운데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행장직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김 행장은 USC에서 경제학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미은행과 나라은행 등에서 25년 간 근무한 은행 전문가다.
김 행장의 연임은 나라뱅콥 이사회가 통상 6개월 전이나 1년 전 구성하는 행장선임위원회를 열지 않고 새 행장 후보 선임 작업을 하지 않는 등 예견된 수순을 밟아 이뤄졌다. 또 임기 만료 6개월 전 행장 교체 여부가 발표됐던 선례를 볼 때 이종문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민 김 행장을 대체할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는 점도 그가 연임에 성공한 배경 중 하나다.
김 행장의 연임은 나라은행 이사진이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행장을 영입하기 위한 특별한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한인은행권의 풀이다. 일부에서는 지난 3년간 김 행장이 나라은행을 무난하게 이끌어 왔고 감독국 감사도 잘 마무리 된 점 등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나라은행 이사회는 김 행장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대손충당금 규모를 2900만 달러로 늘리는 등 부실대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며, 이로 인해 최근 주가가 상승세에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또 나라은행이 자산 50억 달러대의 중견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서 행장을 교체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높다고 판단한 것 또한 이유다.
다른 주장도 있다. 나라은행이 앞으로 합병을 할 경우, 행장과 이사진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만약 한미은행(행장 유재승)이나 중앙은행(행장 유재환)과 합병할 경우, 새로 구성되는 합병은행의 행장은 한미와 중앙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김 행장을 연임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행장은 새 계약에 따라 기본 연봉 35만 달러와 성과급 등 3년에 걸쳐 4만주의 보통주를 받게 됐다. 하지만 나라은행이 구제금융(Tarp)를 받은 상황이라 경우에 따라 그의 연봉은 유동적일 수 있다.
나라은행 이사회는 민 김 행장이 부실대출 문제를 잘 대처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거액 대출에 항상 민 김 행장이 관여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휴가를 얻어 연락이 두절돼 은행 관계자를 당혹스럽게 한 적도 있다. 김 행장은 당시 오지로 선교활동을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목 잡힌 집단소송


나라은행은 지난 3월 일주일 간격으로 임원진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종문 이사장이 사퇴한지 1년 만에 복귀해 박기서 당시 이사장을 전격 퇴진 시킨 것이다. 또 나라은행을 떠난 바니 이 전무도 전격 복귀했다. 이 전무는 500만 달러 부실대출 사건과 관련해 민 김 행장과 반목하다 신한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던 인물이다.
과거 나라은행이 한인은행권 내 2위 상장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대출을 포함해 영업 전반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이 전무의 숨은 노력 덕분이었다. 실제 지난해 이 전무가 신한은행 총괄전무로 영입되면서 나라은행 내부에서는 대출과 영업 파트에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은행은 6200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승인 받았지만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으로 인한 주가하락과 경영악화에 따라 민 김 행장의 입지가 불안해졌고 이사회는 이종문 이사장과 이 전무의 복귀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온 이종문 이사장은 나라은행의 고전과 관련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영향도 크지만 전반적으로 한인은행권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라은행이 운영과 경영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최대주주로서 한가하게 방관할 수 없는 입장인 이종문 이사장은 먼저 이사회에 수술칼을 세웠다. 전임 박기서 이사장을 전격 경질하고 이사장에 복귀한 그는 평소 합병에 관해 판단을 유보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을 위기 상황에서 이 이사장은 합병만이 은행을 회생시키는 가장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다른 최대주주 중 한 명인 토마스 정 전이사장의 협력 없이는 은행 정상화와 합병이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 전 이사장의 명예회복을 위한 이종문 이사장의 조치는 우유부단하기 그지없어 아직 은행 내에서 그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평소 정 전 이사장은 합병이 커뮤니티 은행의 발전과 성장을 가져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외 이사가 대부분인 나라은행 이사회는 합병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더구나 정 전 이사장은 나라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가 제기한 소송은 고객 손실금에 대한 은행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 ‘불편한’ 소송이다. 법정공방에 재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나라은행은 또 한번 위기를 맞게 된다.                                                                                                                            
                                                                                                                             (다음 호에 계속)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