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대 LA한인회(회장 스칼렛 엄)가 동포사회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관을 개정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스칼렛 엄 회장을 포함해 정관개정을 주도한 엄익청 수석부회장 등 한인회 고위 이사진이 동포들의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마치 한인회를 개인 소유물인양 운영해 도마위에 올랐다. 이들의 행정 스타일은 ‘막가파식’이나 다름없다는 게 동포들의 입장이다. 현 한인회 집행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한인회를 채우려는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이번 정관개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선거관리 규정을 변경한 것부터 오래 전부터 일련의 작업을 계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인회 임원이라는 ‘감투’에 연연한 상당수 이사들이 정관개정 작업에 엄 회장과 그 측근인사들에 밀려 눈치만 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처럼 잘못된 개정안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한인회 이사회는 더 이상 한인사회를 대변하는 봉사단체가 아니라는 게 최근 여론이다. 차라리 한인회를 폐지하자는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성진 취재부기자> |
지난 22일 오전 LA한인회 봉사실에서는 전화 업무를 담당한 한 여성 봉사자의 신경질적인 고함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도움을 청하러 온 노인들은 이 봉사자의 반응에 움찔 몸을 떨었다. 문제의 여성은 전화를 받던 중 “아니 증명서 잊어버린 것을 나한테 이야기하면 어쩝니까”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면서 수화기를 탁 끊었따. 이 여성은 또 0“아니, 정말 답답해서 못하겠네”라며 연신 화를 냈다. 이런 광경은 한인회 봉사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어렵게 전화를 한 동포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성의를 갖고 친절하게 해야 하는 것이 한인회 봉사센터의 역할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이 맑다”라는 속담을 들출 필요도 없어 오늘날 한인회의 고자세는 이 같은 모양새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자신의 비위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한인회 사무국 직원들을 줄줄이 내친 스칼렛 엄 회장은 마치 ‘천추태후’나 되는 것처럼 동포사회를 우롱하며 무시하고 있다. 그는 노인복지회관 건축에 명분 없는 간섭으로 논란을 일으켰는가 하면, 제대로 검증도 안 된 의료행사를 특정인의 홍보수단으로 행하기도 했다. 또 정부의 기금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행사위주의 무리한 사업을 벌여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엄 회장은 ‘타운지도’를 제작했다고 거창하게 기자회견을 했으나, 사실은 다른 사람이 기존에 제작한 것을 사들인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엄 회장은 문제의 지도를 마치 한인회가 심혈을 기울려 단독 제작한 것처럼 홍보했다. 그는 또 이를 대표적인 한인회 사업으로 포장해 최근 LA 재개발자금에서 15만 달러 기금에서 충당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인회는 오는 11월 5일 기금모금 행사를 앞두고 있으면서도 단 한번도 한인회 재정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으로부터 여러 번 지적을 당하면 “곧 발표하겠다”며 시간을 끌면서도 정작 발표 시기는 계속 미루고 있어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엄 회장, 감춰둔 속내 있다?
스칼렛 엄 29대 한인회장은 지난해 무투표로 당선된 후 ‘직선제와 2년 임기’를 변경해 한인회장 선거를 ‘간선제’로 바꾸려다 동포사회 반발에 부딪쳤다. 엄 회장은 이 같은 실수를 잊고 자신의 노욕을 이번 기회에 철저히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19일 정기 이사회에서 발표된 ‘정관 개정과 선거규정 변경’도 오래전부터 사전 모의된 작업으로 보인다. 특별한 의도로 비밀리에 개정작업을 벌여온 정황이 들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변경된 내용에는 한인회장 입후보 자격은, 어떤 경우도 환불 받을 수 없는10만 달러를 공탁한 사람, 그리고 한인회의 정회원의 기준, 이사회 임기 연임조항, 유권자등록제 폐지한 투표 방식 등 매우 중요한 규정 등이 있다. 이같은 중요 규정이 개정되는 사안에 대해 한인회가 취한 조치는 동포사회를 여지없이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LA한인회 정관에 따르면 LA카운티 한인사회의 대표조직체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한인회의 중요 골격이 변경되는 개정안에 대해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LA카운티 한인사회에 개정안에 대한 공지를 해야 하는 것이 한인회가 취할 기본 상식이다. 공청회나 공식적인 고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LA한인회가 커뮤니티 단체가 아닌 어느 개인의 사유물인 경우다. ‘LA한인회’라는 간판을 차지하고 자신들이 마치 대표기관인양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LA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LA카운티에서 실시되는 선거에 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는 사전에 유권자 등록 절차를 해야 한다. 그리고 카운티 선관위는 유권자 명부를 유권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선거의 기본절차다. 그러나 이번 한인회는 유권자 등록 제도를 폐지했다. 이유는 과거 선거에서 이중등록이 많았다는 폐단이라고 했다. 과거에 이중등록이 많았던 것은 제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선관위원회나 각 후보 진영에서의 불법행위 때문인 것이다. 과거 선관위원회는 사전 훈련도 안 되었고, 준비절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스칼렛 엄 회장-이창엽 이사장의 한인회 이사회는 선거의 기본인 유권자 등록제를 폐지시켰는데 나중에 어느 회원이라도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 LA한인회는 불법선거 단체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전LA한인회장이며, 현재 한우회의 서영석 회장은 중앙일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후보 자격 기준과 관련한 개정이 특정인사의 후보자격을 금지하려는 의도가 농후하다고 지적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시론’ 기고문에서 “제한이 가능하다 해도 5년이라면 직전 회장과 현 회장 임기가 도합 4년이고 보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제한에 걸리게 된다. 바뀌기 전까지는 10년이었다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억지로 수긍할 수도 있겠으나 5년이라면 너무 짧은 것 같다. 차기에 출마 의사를 사석에서 밝힌 H 전 회장은 자동 자격상실이 되니 말이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H회장은 하기환 전 LA한인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LA한인회는 이상한 집단”
이번 개정된 내용을 보면 현재의 한인회 임원들이나 이사들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간단히 말해 10만 달러를 낼 수 있는 ‘갑부’만이 후보가 될 수 있고, LA 한인회장 후보가 되려면 지난 5년 간 LA 한인회에서 2년 및 타 봉사단체에서 3년의 봉사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이 한인회에서 2년, 타 단체에서 3년 동안 봉사했던 사람을 후보자격으로 정한 것 자체가 난센스다. 간단히 말하면 최근에 한인회에서 봉사한 사람들을 우선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를 안 한 사람은 후보자격이 없다는 것인데 특정기간을 정해 금지시키는 것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인회 회원으로 봉사를 했는지, 임원으로 했는지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데, 이런 단순한 사항을 회장 후보 자격으로 규정했다는 것은 단순히 10만 달러 등록금 규정을 회석시키기 위한 눈가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개정안 발표 후 스칼렛 엄 회장이 언론과 만나 보도한 내용을 보면 더 한심스럽다. 그는 한인회장 후보자격에 대해 “봉사심이 있고, 시간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도 “선거를 하면 50만 달러 정도가 든다. 돈이 있어야 된다”라고 말했다. 한인회장의 입에서 나왔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속물적인 발언이다. 또한 개정작업에 참여했던 임원들의 발언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기자들이 유권자등록제 폐지와 관련해 이중투표 위험성 등을 지적하자 “그런 사항은 나중에 선관위가 알아서 할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또 어떤 임원은 “10만 달러 등록금을 정한 것은 과거에 회장후보로 나섰던 김 모 후보 같은 사람들을 봉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말하자면 등록비 싸면 여러 후보가 난립하고 김 후보처럼 매번 선거 때마다 후보로 등록하는 인물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이 특정 후보자를 봉쇄하려는 사고방식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바로 오늘의 한인회이다. 이러는 가운데 LA 한인회 김용훈 이사가 24일 한인회의 회장 선거 정관 개정을 이유로 전격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김용훈 이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한인회장 후보 자격을 제한한 LA 한인회장 선거 정관 개정을 한인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용훈 이사가 지적한 부분은 최근 5년 내에 비영리단체에 2년 이상 봉사한 경력자에 한해 한인회장 출마 자격을 부여한 규정이다. 한인회장 후보 등록금을 반환 안 되는 10만 달러로 정한 것도 악법이라고 김용훈 이사는 주장했다. 지난 19일 LA 한인회가 2년 이상 봉사 경력과 10만 달러 등록금 등으로 회장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 개정을 발표하면서 경쟁을 차단하는 무리한 내용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김용훈 이사가 전격 사퇴하면서 현 LA 한인회장단을 강하게 비난해 앞으로 파문이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국제적 망신살
LA한인회는 최근 본국에서 개최된 인천 세계도시축전에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 개막된 인천세계도시축전은 국내·외 120여개 도시가 참여한 대규모 행사로 하루 수 십 만의 관람객이 모여드는 대규모 축제이다. 참가국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도시 홍보에 열성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세계도시관은 한눈에 세계여행을 체험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그런데 참가신청을 한 LA한인회의 무성의한 준비로 축제에 참가한 미국의 뉴욕과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등과 달리 LA의 전시관 실태는 상식이하, 기대 이하였다. LA 전시관은 축전 개막 10여일이 지나도록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해 결국 한인회를 대신해 조직위가 나서 서둘러 전시관 공사를 끝내 졸작으로 관람객들 앞에 선보였다. LA도시관은 기본적인 부스조차도 없고 LA를 대표할만한 상징물 하나 구비되어있지 않았다. 개막 당시 해당 부스의 한 자원봉사자는 “관람객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 아니다”라며 “관람객들이 흔하디흔한 도시 사진만 있고 제대로 된 설명 문구가 없어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의 미주담당 책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무책임한 LA한인회의 처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번 축전에서 LA가 갖는 의미는 특별했다. LA는 지역특성상 항구가 있다는 점에서 축전 개최지인 인천과 흡사할 뿐 아니라 세계적인 상징 도시인 점을 감안해 조직위원회가 전시관 설치에 상당한 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노골적으로 LA한인회 스칼렛 엄 회장을 비롯한 현지 책임자들에 대해 서운함 감정을 드러내는 인사들이 많았다. 특히 지난 8월 7일 개관식에는 참가도시의 대표들이 모여 테이프 커팅을 했으나 LA한인회 관계자는 물론 지역 관계자들은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고 한다. 애초부터 LA한인회가 이번 축전에 관심이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LA한인회는 지난 1월 인천세계도시축전 참가신청을 했다. 축전 조직위 실무책임자들이 LA한인회 측과 직접 접촉해 신청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축전 기간 동안 LA전시관에 무상으로 부스를 빌려주고 설치는 한인회가 직접 설치하는 MOU를 체결했으나 무엇하나 지켜진 것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조직위는 현재 일부 설치된 전시관 내부 인테리어를 철거하고 LA의 이미지와 맞는 사진과 내용물을 선정해 적당히 처리했다고 한다. 애초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회는 LA전시관에 내심 많은 기대를 걸었었다. LA의 입지·지리적요건 상 상당한 상품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대참패였다. 축전 개막 열흘이 넘도록 관련 부스 설치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LA한인회의 무능함을 놓고 일각에서는 LA한인들의 이미지를 도매금으로 망신시킨 꼴이라는 노골적인 비난도 나왔다. 특히 부스 입구에 걸려있는 스칼렛 엄 회장과 이창엽 이사장의 사진은 마치 이들이 축전행사를 자신들의 ‘선전용’으로 이용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큼지막하게 걸린 비야라이고사 시장의 사진 역시 시장의 그간 업적과 명예에 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반면 LA전시관 바로 옆에 자리한 뉴욕전시관과 샌프라시스코, 호눌루루 전시관은 화려하고 짜임새 있는 전시기획과 관람객들을 상대로 한 친절한 이미지 선전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주최 측으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고도 고작 지역 유지들의 사진으로 도배질 된 LA전시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점한 것이다. “LA똥포” 소리를 들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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