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신종플루 확산에 따른 공포감이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경제 상황에도 공포감 어린 어두운 전망 일색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경제가 긍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복에 이르는 길이 평탄치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회복의 관건은 고용 증가와 은행권 대출 재개라고 강조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최근 NBC 방송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 출연해 “경제 위기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여기서 벗어나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며 회복세가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최대 은행 중 하나인 CIT은행이 파산보호신청을 내면서 내년 상업용 부동산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올해 들어 무려 115개의 미국 은행이 파산했고 모두 부동산 모기지와 상업용 부동산이 파산 원인으로 밝혀져 내년 경제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

고용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CNN머니는 2012년이 돼야 고용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고용감소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미기업경제학회(NABE)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 절반 이상이 2012년이 돼야 침체 이전 수준의 고용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2013년 이후에나 완전한 고용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2010년 후반기까지는 인구증가세를 따라잡을 만큼의 고용증가 수준인 월 1만5000개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거물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와 윌버 로스가 잇따라 “미국 상업부동산 시장에 대폭락이 시작됐다”고 경고하는 등 뼈아픈 경고를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미 정부에서 은행 부실채권 처리를 감독하는 9명 중 한 명이자 부실 채권전문가인 윌버 로스는 지난달 30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은 높아지고 임대료는 떨어지면서 임대주의 수익이 급감하는 등 모든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특히 사무실 건물에 대한 투자는 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내 20위권 은행인 CIT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기고 있다. CIT의 파산보호신청은 리먼 브라더스, 워싱턴 뮤추얼, 월드컴, 제너럴모터스에 이어 미국 파산보호신청 기업 역사 상 5번째 충격적 사건이 될 전망이다. 미국사회는 점입가경의 경제 위기로 한숨만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재무장관의 비관적 견해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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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트너 재무장관 |
|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경기회복의 어려움을 잇달아 전망하고 나섰다. 경기후퇴(recession) 종료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가이트너 장관은 3.5%의 증가율을 나타낸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대해서만 “좋은 수치였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그는 경제 회복에 있어 더 좋은 잣대는 고용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미국의 실업률은 9.8%로 2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오는 6일 발표될 10월 실업률은 9.9%로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이트너 장관은 “실업률이 여전히 오르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10%까지는 보고 있다”며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진정한 시험대는 실업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1분기면 고용 증가가 개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이 기업과 가계 대출에 대해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도 지적했다. 그동안은 정부가 펌프질을 해서 경기를 살렸지만, 이제 민간이 나설 수 있도록 은행이 대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란 것이다. 그는 “현재 큰 위험은 은행들이 (위기 이전 상황에 대해)과도하게 조정에 나서고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올해에만 115개 은행이 문을 닫긴 했어도 미국 은행 시스템은 1년여 전에 비해 극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지레 겁 먹은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꺼리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추가 부양책과 관련된 결정을 하긴 아직 이르다”면서 “민간 분야, 기업에 의한 실질적인 회복세가 나타나는 것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방정부 적자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아직은 언급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란 올까
더욱이 정부의 은행 부실채권 처리를 감독하는 9명 중 한 명이자 부실 채권전문가인 윌버 로스는 지난달 30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은 높아지고 임대료는 떨어지면서 임대주의 수익이 급감하는 등 모든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특히 사무실 건물에 대한 투자는 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헤지펀드의 황제 조지 소로스도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대학 강연에서 “피인수 기업 가치를 담보로 돈을 빌려 기업을 매수하는 차입매수(LBO)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조만간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미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세계 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노골적인 발언도 꺼냈다. 객관적 지표들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분석기관 리얼 캐피털 어낼리틱스는 미국 상업부동산시장이 1990년대 초 저축대부조합 스캔들 이후 최악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지난 3분기 17%로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쇼핑센터 공실률도 199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한편 중소기업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CIT의 파산보호신청은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가까스로 회복세에 접어 든 미국 경제의 회생 속도에 제동이 걸리게 될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IT는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23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았으며 올해 7월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나 정부로부터 거절당했다. 이후 금융기관과 채권단으로부터 30억 달러를 수혈 받아 간신히 파산위기를 넘겼고 지난달 28일 45억 달러의 추가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난 30일에도 칼 아이칸이 CIT에 10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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